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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평일에 점심을 먹지 않는다. 한 1년 정도 되었을까..

 

1. 춘곤증과 속이 더부룩한 상태에서 자리에 앉아 일하기 싫어서 가끔 점심을 거르기 시작했다.

2. 오전 근무시간과 오후 근무시간 사이의 단절되는 시간을 없애서 업무를 계속 이어가 능률을 높이고, 대신 일찍 퇴근해서 식구들과 저녁을 먹고싶었다.

3. 일이 잘못되어서 마음고생이 심할 시기에, 점심을 챙겨먹는 것이 구차스러웠다. 자기혐오랄까.. '그 주제에 뭘 처먹고 지랄이야' 이런 마음이 더해지기도 했다.

 

 

아침에는 커피만 마신다. 그러다 보니 의도치 않게 요즘 유행한다는 1일 1식을 하게 되었다.

점심약속이 잡히는 등 점심을 먹어야만 하는 상황이 생기면 점심을 먹는다.

그리고 주말에는 식구들과 함께 지내야 하니 점심을 먹는다. 그러니까 원칙을 지켜서 하는 것은 아니다. 일주일에 4-5일 정도만 그렇게 한다.

 

 

배는 안고프냐고? 초기에는 오후가 되면 심한 허기가 느껴지기도 했다. 어지러운듯 싶고. 배고파서 일도 안되었다. 그러면 억지로 참지는 않고 뭐라도 찾아 먹든지 뒤늦게 식당을 찾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필요한 칼로리나 영양분이 모자라서 몸이 그렇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내 속에 떼쓰는 아이 같은 것이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 떼쓰는 아이를 길들여야겠군. 그리고 어느새 적응이 되어, 급격한 허기의 느낌이 사라졌다.

대신 저녁식사 전까지 아침부터 하루종일 내내 일정하게 배가 고프다. 그야말로 stay hungry ..^^;;

 

 

내 아내는 소화기능이 약하다. 그래서인지 밥을 많이 못먹는다. 그리고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고 한다. 그런데 배고픔도 못참는다. 언젠가는 저녁을 다 차려놓고 태권도장에서 돌아올 아이를 기다리며 둘이 식탁에 앉아있는데 아내가 밥을 먹기 시작했다. 아이 오면 같이 먹자고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는데 알았다고 대답은 하면서도 숟가락을 못놓고 계속 주섬주섬 먹어서 내가 웃음을 터뜨리며 놀린 적이 있다.

 

 

정반대인 나와 아내의 경우를 보고 의문이 생겼다. 한 사람이 하루에 먹을 적정한 양의 음식이 있다고 할때 그것을 하루에 몇번 나누어서 먹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하루 3번 먹는 식사가 자연의 섭리인듯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지만, 하루 세끼를 챙겨먹게 된 것도 역사적으로는 얼마 안되었다고 한다. 여유가 되는 사람은 조금씩 하루에 12번으로 나눠 먹으면 더 좋은 것인지, 아니면 나처럼 한번에 다 몰아서 먹는 것이 좋은지..뭘까?

 

 

내 판단엔 가능하다면, 한번에 다 먹을 수 있는 능력(?)이 된다면 한끼 식사때 하루치 음식을 다 먹는 것이 몸에는 나은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런 판단의 근거는 경험상 몸의 느낌이다.

1일 1식이라는 책도 원제목은 '공복이 인간을 건강하게 한다'라지. 적게 먹는 것이 아니라 한번에 먹어서 공복의 시간을 길게 갖는 것이니 힘이 없지도, 체력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자연히 저녁을 마음놓고 배부를 때 까지 신나게 먹지만, 많이 먹는다곤 해도 왠만해선 결과적으로 과식이 되지 않는다.

 

 

소화기관의 입장(?)에서도 이게 나은 것 아닐까..좀 쉴만하면 뭘 또 집어넣고 쉴만하면 일시키고..

 

 

다 큰 사람이 하루 정도의 허기도 견디지 못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은 아닌 것 같다.

먹는 것은 즐거운 일이고 굳이 배고픔을 참을 일도 없으니 애써 공복을 유지하는 경험을 만들지 못해 어른이 되어도 몸은 떼쓰는 아이처럼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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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多夕은 유영모 선생의 호다.

세 끼를 합쳐 저녁을 먹는다는 뜻에서 호를 다석이라 하였다 한다. 내가 이분같은 삶을 실천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고, 그저 글에 멋을 부리려고 아흔까지 건강하게 사신 대학자의 이름을 빌어봤다.

 

 

유영모[ 柳永模 ] 1890 ~ 1981

 

호 다석(多夕). 어려서 한학을 배우고 유교·불교를 섭렵하다가 1905년 대한기독교쳥년회연맹(YMCA)에서 행한 명사들의 강연을 들으러 다니다가 초대 YMCA 총무 김정식(金貞植)의 인도로 연동교회에 나간 것이 계기가 되어 그리스도교에 입교하였다. 1910~1912년 오산학교 교사가 되었으며, 이것이 오산학교가 기독교학교가 되는 시발이 되었다.

1912년 일본의 도쿄[東京] 물리학교에 입학하였다가 귀국하였으며, 1921년 오산학교 교장으로 1년 있었다. 1928년 YMCA의 연극반을 지도하였으며, 1959년 《도덕경(道德經)》을 번역하였다. 그는 그리스도교에 입교한 후 7년 동안 교회주의 정통신앙인으로 살다가 비정통신앙인으로 전향하였다. 여기에는 톨스토이의 저서를 통한 신앙의 영향과 아울러 불교 경전과 노자의 《도덕경》을 읽은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톨스토이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아 무교회주의적인 입장을 취하였다.

 

[출처] 유영모 |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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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한왕자

    저는 식사습관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배가 고프지 않아도 때가 되면 밥을 먹고, 저녁 먹고 늦 퇴근을 하면, 또 허전한 마음에 밥을 먹게 되죠.(때론 삼겹살이나 스테이크까지)
    공복감...말씀하시대로, 오후 4시 정도되면..너무 배가 고파서 미쳐버릴 것만 같고요.
    이래 저래..소유한 것도, 마음도...정리 좀 하며 살려고 노력하는데, 먹는 것도 조정 좀 해야겠네요. 포스팅 잘 봤어요.^^

    2013.03.27 09:18 댓글쓰기
    • 파로

      이 포스팅 행복한 왕자님 글에 댓글 달다가..이야기가 나와서 쓰게 되었습니다.
      행복한왕자님 같은 바쁜 샐러리맨은 식습관을 고치기 쉽지않죠. 저 따라 하시지 말고(그러시지도 않겠지만), 나름의 방법을 찾으시길.

      2013.03.27 14:38
  • 파워블로그 오로지

    저는 공복을 느낄 틈을 안주는 생활을 하게되요. 소화력이 약한데 식탐은 있어서 언제 좀 많이 먹거든요. 그래서 되도록이면 배 안고플때는 밥상 앞에 안가려고 하는데, 밥 안먹으면 큰일 나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아서 점심 안먹으려면 한 10번은 왜 안먹는지 설명해야해요. 뭐, 요즘은 소화 안되는 일이 많아서 자주 거르니 물어보는 횟수도 줄어들기는 하지만요.
    배고프기 전에 뭘 먹는게 과연 옳은가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2013.03.27 09:23 댓글쓰기
    • 파로

      '소화력은 약한데 식탐이 많은 사람' 이런 사람들이 요리를 잘 하던데..

      2013.03.27 14:39
  • Raphael

    저는 오후 4시에 꼭 단것, 도넛츠를 먹는 습관이 생겼어요. ㅎㅎ

    2013.03.27 13:21 댓글쓰기
    • 파로

      읔..저도 도넛츠 먹고싶습니다. 아니면 팥이 든 찹쌀떡..오후 4시가 마의 시간대인가요?^^
      이곳은 간만에 날이 화창해서 한참 봄볕을 맞으며 산책하고 왔어요.

      2013.03.27 14:41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