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작가 '요코야마 히데오'의 작품 세계를 꽤나 좋아하는 편이다. 특히 초창기의
작품들(특히 단편집)은 짧지만 강한 강렬함을 주는 매력이 있었다. 검시관 '구리아시'와
각 경찰 부서를 중심으로 짜여진 단편집은 물론이고, 장편도 "루팡의 소식"이나 "사라진
이틀" 등은 일본 사회에 대한 시선도 옅볼 수 있으면서 재미 그 자체가 주는 즐거움도
좋았다.
그런 그의 작품은 장편 "64"를 기점으로 약간의 변화를 가져 온 느낌이다. 일단 분량이
길어졌다. 초기 작품에 비해 거의 두 배는 늘어났는데 적어야 할 내용이 늘어났다기
보다는 같은 내용을 기술하는데 두 배의 문장이 필요한 듯 했다. 이번 작품도 건축사
'아오세 미노루'가 의뢰받아 지은 집을 중심으로 여러 이야기들이 진을 짜고 있는데
분량을 조금 즐였어도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나 주제가 더 깊이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이다.
확실히 '요코야마 히데오'는 피 튀기는 살인사건이 어울리는 작가가 아니다. 그래서
짧지만 묵직했던 그의 작품에 손이 더 갔을 것이다. 지금은 쓰는 작가도, 읽는 독자도
늘어난 나이가 주는 중언부언이 당연하게 느껴질 수 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은 분량이 주는 묵직함을 그리워하는 독자들도 고려해 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