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는 현재의 나는 과거의 모든 상황을 그 어느 때보다 더 잘 이해하게 되었지만 이미 오랜기간 앓아온 우울증(그것도 무려 절반이 넘는 시간은 남들도 다 이런줄 알고 지냈다)과 망가진 현실로 인해 앞으로 더 나아갈지 여기서 중단할지의 기로에 서있다. 사실은 모든 것이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으며 스스로 벗어나거나 개선할 가능성도 없었고 내가 가진 재능과 잠재력은 내가 태어난 순간부터 이렇게 사장될 운명이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 책을 일찍 읽었다면 부모에게 휘둘리지 않고 하루라도 빨리 내 인생을 살 수 있었을텐데 아쉬움이 매우 크다.
부모의 재력에 따른 사회적 계급을 지칭하는 수저론이 인기를 얻은 것은 오래된 이야기지만 부모의 재력보다 중요한 것은 정서적인 성숙도라는 것을 모두가 알아야만 한다. 만약 당신의 부모가 재력을 갖췄지만 미성숙한 사람이라면 당신은 부족함 없이 자랐어도 지독한 외로움에 몸서리치며 평생을 괴로워 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부모와 똑같은 배우자를 만나 똑같은 괴로움을 자식에게 그대로 대물림해주는 못난 부모가 될 것이다. 부족한것 없이 키워줬건만 배은망덕하다는 소리도 덤으로 들을 것이다. 만약 당신의 부모가 재력은 없지만 성숙한 사람이라면 당신은 가난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사랑으로 키워준 부모에게 감사하고 효도하는 전래동화에서나 나올법한 인생을 살것이다. 덤으로 가난을 극복할 수 있는 정신적 강인함도 갖게 될 것이다. 나는 불행하게도 재력과 정서적인 성숙함 모두 흙수저를 물고 태어났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와는 무관하게 결말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남는 것은 Now what? 이라는 질문뿐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할 지는 각자의 인생관에 달렸으니 일단 읽어보기나 하라는 말로 리뷰를 마무리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