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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사진

[도서] 인간과 사진

제프 다이어 저/김유진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사진을 매개로 삶을 탐사하는 비평가
#도서협찬 #인간과사진 #제프다이어 #을유문화사

비평가의 지성과 에세이스트의 여유가 공존하는 비평
제프 다이어 『인간과 사진』


"그는 문제의 주변에서 어슬렁거린다.
잠시 후, 해결책이 한가롭게 모습을 드러낸다."
_p.13 해롤드 로젠버그, 『현재의 발견』

이미지를 단어로 풀어내는 사진 비평은 시 쓰기와 닮은 듯하다. 존 버거의 심정적 후계자로 꼽히는 제프 다이어의 글이 궁금했다. 그가 쓴 비평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나볼 수 있는 『인간과 사진』에서 사진에 관해 어떤 시선을 담아 깊은 사유를 들려줄지 기대되었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사진가와 작품, 사진에 관한 책 리뷰로 이어지는 구성이다. 1부 '만남들'에는 여러 매체에 기고한 칼럼 가운데 사진가과 사진에 관한 글을 모았다. 사진과 예술, 재즈를 넘나드는 작가의 개성 있는 글이 제프 다이어만의 비평 세계를 보여준다. 2부 '노출들'은 한 장의 사진이 담고 있는 시대와 역사에 대한 고찰이다. 3부 '작가들'에는 사진에 대해 글을 쓴 작가들에 관한 세 편의 글을 묶었다. 롤랑 바르트와 마이클 프리드, 그리고 존 버거의 글에 대한 사랑과 존경, 감사를 담았다.


비평은 어떤 작품에 대한 자신의 반응을 해명하는 기회가 아니라, 작품 안에 내재한 진실이 표현되기를 바라며 그 반응을 명확하게 표현하고 기록하고 보존하는 기회다. _p.15 서문

사진은 제프 다이어에게 "비평적 전문 분야이기도 하지만 묘사적 서사에 대한 이해를 얻을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그는 하나의 이미지로 정지된 상태의 사진에 담긴 서사 능력의 부재와 풍부한 묘사가 합쳐지는 지점에서 서사의 잠재력을 끌어낸다. 하나의 이미지를 관통하는 글로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세계를 보여 준다. "그저 보고, 본 것에 대해 생각한 후, 보고 생각한 것을 글로 정확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기록은 존재를 가능하게 하거나 최소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것을 눈에 띄게 만들었다." 사진가의 고유한 시선, 스타일이나 보는 방법, 질문을 던지는 방식, 대상과 사진가 사이의 물리적 거리, 주제, 프레임 안과 바깥을 응시하며 사진 속 이미지들이 불러일으킨 감흥을 자유롭게 풀어낸다. 사진으로 기록된 세계를 사색하고 탐구해 새로운 인식을 생산해낸다.


이 사진은 주변의 모든 것이 시간에 의해 집어삼켜진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항상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노력하거나 되돌아가려고 노력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 사진은 재즈의 중심에 위치하는 사진이다.
_p.86 「존 콜트레인과 벤 웹스터」, 로이 디커라바, 1960

"내 사진은 즉각적인 동시에 영원하다. 너무나 심오한 순간을 보여 주므로 그 순간은 영원이 된다."라는 디커라바의 작품 설명이 특히 인상적이다. 그가 찍은 콜트레인과 웹스터의 사진은 두 사람의 얼굴 외에 다른 것이 있을 공간이 없다. 제프 다이어는 휩쓸리듯 흐르는 사진을 재구성해 들려준다. 재즈의 즉흥 연주처럼, 생각이 문장으로 바뀌면서 자신만의 유일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 책에 언급된 사진가 중에서 낯익은 이름은 비비안 마이어와 앤디 워홀 정도다. "비비안 마이어는 사후 발견의 극단적인 예로, 온전히 그녀가 본 것으로만 존재하는 사람이다." 보모(혹은 가정교사)로서 가정생활에 접근할 수 있는 특권을 지닌 외부인이었다. 관심 있는 사진가인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글에 종종 등장해 반가웠다. 낯선 만큼 새로운 세상을 만나 눈길을 사로잡는 사진가도 많았다. 책을 읽다가 따로 검색해 사진을 찾아보고 다시 책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모르는 만큼 알고자 하는 욕구가 강렬하게 생겼다.


모든 액자 장치는 우리를 사진 속으로 더 깊이 안내하는 효과가 있다. 액자 장치는 결국 같은 세상으로 밝혀지는 다른 세상으로 가는 통로 역할을 한다. _p.148 루이지 기리

이 책의 표지 사진은 "나 역시 나 자신을 지워 버리려고 노력한다."고 말하는 루이지 기리가 찍은 「루스 섬」이다. 사진가는 렌즈를 통해 보이는 세상을 네모난 프레임에 담는다. 그 순간의 모든 것은 지워지고 사진에 담긴 장면만 보존된다. 그저 사진가가 바라보는 장면을 보여줄 뿐이다. 프레임 너머의 세계는 보이지 않고 사진으로 포착한 세계의 조각만 볼 수 있다. 액자에 담긴 이미지 조각은 현실을 탐험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시간과 움직임이 없는 고정된 사진 속 세계는 보는 사람을 통과해 재구성된다.


나는 사진을 찍거나 보는 것이 아니라 사진에 관해 읽음으로써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가이드 역할을 한 세 작가가 롤랑 바르트, 수전 손택, 존 버거인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_p.416 존 버거: 『사진의 이해』

"최고의 카메라는 바로 지금 들고 있는 카메라라는 사진가들 사이의 오래된 농담"처럼. 사진가는 사진으로 대상을 생포하고, 작가는 문장으로 대상을 포착한다. '제프 다이어가 곧 장르다'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독창적인 글쓰기로 주목받는 작가. 제프 다이어는 짧은 사진 비평을 통해 사진가와 그가 찍은 사진이 말하고자 하는 본질에 가까이 접근하는 데 성공했다. "어떤 욕망이 어떻게 이미지에 담겼는지, 또 그 욕망은 사진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어떻게 바꾸어 놓는지." 사진가가 붙잡은 순간이 어떤 세계의 조각인지 탐색하고 확장해 글로 풀어냈다.

이 책은 예술 작품과 예술가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외젠 아제의 "사진 속 희미한 거리와 골목이 우리를 그의 사진으로 깊이 이끄는 것처럼," 제프 다이어의 글에 이끌려 간다. 그가 제시한 작품을 감상하는 유연한 관점과 다양한 접근법에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빠져든다.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을유문화사(@eulyoo)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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