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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도서]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김승섭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잊지 않겠다는 다짐, 잊지 말자는 부탁으로 채운 책
#미래의피해자들은이겼다 #김승섭 #난다

한국 사회는 이 비극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김승섭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20100326 #20140416

"모든 슬픔은 당신이 그것을 이야기로 만들거나
그것들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다면, 견뎌질 수 있다."
_p.259 덴마크 소설가 이자크 디네센의 말

여러 차례 글을 쓰고 지웠다 했다. 책 속의 문장 안에서 오래 서성였다. 왠지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용기를 낸 이가 들려주는 트라우마 생존자의 이야기다. 저자는 "세월호 생존학생과 천안함 생존장병이 한국 사회에서 겪어야 했던 모욕에 대해 정리하고 이를 뇌과학과 인지심리학의 연구 결과를 통해 조금 더 깊게 이야기해보고자" 했다. 여러 사례 연구와 인터뷰 자료를 톺아보며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많은 사람이 가장 아픈 상처를 말하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저자는 생존자의 몸속에서 여전히 진행중일 사건이 이야기가 되어 세상에 나올 수 있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책으로 써냈다. 생존자의 몸속에 웅크린 고통의 순간이 이야기로 흘러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야기할 수 있다면, 슬픔은 견뎌질 수 있다."고 말한다.

◇ 트라우마는 예상해본 적 없는 외부 힘에 의해 자아가 손상당하는 경험이다. 삶의 통제권을 빼앗긴 기억이다. _p.74

한국 사회에서 가장 정치적인 사건이 되어버린 두 사건, 천안함과 세월호. 혐오와 차별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논쟁적인 주제에 대한 의견 차이는 정치적 입장의 양극화를 가속화했다. 두 사건의 고통을 돈으로 환산해 비교하고 피해자의 상처를 정치적으로 소비하는 언론과 사람들. 돌아오지 못한 사람과 남겨진 사람들,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들. 천안함 생존장병의 이야기로 시작해 세월호 참사, 피우진 전 중령, 고 변희수 하사, PTSD를 겪는 소방공무원과 군인, 산업재해를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자까지. 사람 사이의 이해관계에 가려진 구체적인 얼굴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PTSD는 전쟁에 참여한 군인만이 아니라, 일상에서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모든 이에게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다. "전시 상황에서만이 아니라 교통사고, 구타, 사랑하는 이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같은, 일상에서 삶의 통제권을 잃게 되는 폭력적인 상황들이 모두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다.

◇ "부서진 것에 대한 이야기는 그 자체로 온전한 이야기예요."
-아우로라 레빈스 모랄레스

"통증을 느낄 때 비로소 우리는 그 통증의 원인을 제거하거나 최소한 그로부터 멀어질 수 있습니다." 제대로 고통을 인지하는 순간, 멈춰 있는 시간은 다시 흐른다. 몸속에 웅크린 고통이 입 밖으로 흘러나오기 위해서는 사람과 시간이 필요하다. PTSD,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의 핵심은 생존자를 지지해주며 그가 준비되었을 때 트라우마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가슴에 박힌 장면들이 이야기로 옮겨지려면 삶의 통제권을 회복하고 충분한 안정을 취할 시간이 필요하다.

◇ 트라우마 생존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기 위해서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생존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당신 잘못이 아니다"라고 답해주고 그 고통을 비하하는 사람들에 맞서 함께 싸워주는 이들이 있어야 합니다. 그럴 때 생존자의 몸속에서 고통의 에너지로 머물던 사건은 언어로 만들어진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_p.259

이 책은 '한국 사회에서 피해자가 된다는 일'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한다. "피해자의 말과 행동이 동정하기 적당한 모습을 벗어나는 순간, 사람들은 고개를 돌리곤 했지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전형적인 피해자의 이미지에서 벗어나면 결국 사람들로부터 외면받는다. 사람과 사회가 만들어낸 피해자의 이미지는 또 다른 혐오와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

페이지의 넘김이 가볍지 않은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헤아릴 수 없는 좌절감을 느꼈다. 자기 안의 그림자를 남에게 덧씌워 경멸과 혐오를 선동하는 사람들. 세월호 생존학생과 천안함 생존장병의 고통을 모욕하고 조롱하는 신문 기사 댓글과 메시지. 이에 분노하고 아파했을 사람들. 고통은 눈에 보이지 않아서 속을 마구 헤집어 놓아도 겉으로 드러난 생채기는 별로 크지 않을 수 있다.

◇ 우리는 기억하기 위해 '애도'해야 하고, 참사의 상처와 함께 계속해서 살아가기 위해 '기념'해야 합니다.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그것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도 합니다.
_p.191

천안함 사건을 큰 틀로, 세월호 참사를 품은, 잊어서는 안 될 그날들을 새긴 유리 문진의 투명하게 비치는 속이 단단하고 무겁다. 그 무게로 지그시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얼굴이 그려진다. 책장을 넘기듯 그날이 쉽게 넘어가지 않도록, 견디며 붙잡아주는 목소리가 담겨 있다.

우리는 '참사가 남긴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고 기억해야 하는가'. 이 책은 저자가 지금 여기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찾은 길이다. 그 길은 삶의 통제권을 빼앗긴 기억이 있는 생존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한다.

"실은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불어오는 바람을 따라 날아온 바람이 더 오래 기억되기를.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난다(@nandaisart) 감사합니다. @nandanal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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