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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으로 읽는 유럽사

[도서] 법으로 읽는 유럽사

한동일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책이란 확실히 저자가 누구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감도가 다른 것 같다. 일찍이 저자 한동일 박사의 해박함에 반해 출간도서를 찾아 읽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머리말의 내용대로 저자의 책 중에서 이 책부터 읽었다면 중도에 읽기를 포기했을 것이다. 내용이 나에겐 어려웠기 때문이다. 신선하고 흥미롭게 읽었던 라틴어 수업부터 저자의 책을 읽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나름 현학적인 냄새가 풍기는 것이 좋았다. 겉멋 부린다는 표현이 내 독서 스타일과 어울리겠다. 그러나 어떠하랴? 읽다가 맘에 들지만, 어려우면 한 번 더 읽으면 되지. 저자는 분명 신부인데도 불구하고 종교색이 크게 나지 않아 좋았다.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개신교도인 나도 별 거부감이 없이 저자의 책이 좋다. 이 책은 크게 4부로 나뉘고 있다. 각각의 에피소드를 몇 개만 나열하고 결론을 짓겠다.

 

먼저 1부이다. 세속주의의 정의와 여파이다. 세속주의란 교회(여기서는 천주교)의 입장에서 볼 때 교회의 권력에 반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본래 인간에게 주어진 여러 가지 자연법적인 요소들이 교회를 떠나 보통의 인민에게 되돌려지는 것이다. 여기에서 정교분리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현대법에서 정교분리의 원칙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P.51)

 

2부에서는 12표법 기반으로 운용되는 로마법이 소개되고 있다. 크게 공법과 사법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공법은 나중에 형법으로 발전되고 사법은 민법으로 발전되는 듯한 양상이다. 참 인상 깊은 것은 이런 12표법을 기저로 해서 무죄 추정의 원칙 등에 영향을 끼치고 있고(P.121) 로마의 법학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훗날의 재판에 영향을 끼치는 오늘날에도 법정에서 자주 사용되는 판례 등이 출현한다는 것이다.(P.135)

 

3부에서는 로마법 등이 교회법으로 스며드는 내용이 나오며 결과적으로 교회법으로 끝나고 있었다. 초기 기독교가 유대 전통의 윤리적 보편주의만을 주장하고 그리스, 로마의 철학적 범주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지중해 지역의 하나의 밀교로만 남았을지도 모르겠다.(p.163) 차츰 교회법이 발전되고 있었지만, 개신교에서는 교회법이 사라진다. 그 이유는 마틴 루터의 sola scripta, sola gratia, sola fide라는 신학사상 아래 순수 사랑의 신앙공동체에서는 법이 필요없다고 주장하며 성당 앞마당에서 교회법전들을 태워버렸기 때문이다.(p.192).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법은 나름대로 잘 정비되어와서 현대법에 끼치는 영향이 많았다. ‘법 앞에서의 평등’ ‘과잉방어의 금지’ ‘특별법 우선의 법칙등 여러 가지 사항은 법을 잘 모르는 나도 현대법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원칙 등이다. 아이러니컬한 사건을 하나 소개하면 3부를 마친다. 교회는 신,구약 성경을 근거로 고리대금업을 기독교인에게 법으로 금지시켰고, 이것이 오히려 유대인들에게 돈줄을 내주는 계기가 되었다. 기독교인들의 생각에서는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은 유대인들의 후손들은 공직 등에서 배제시켜야 했으며 이 때문에 유대인 들은 할 것이 금융사업 쪽 밖에 없었다. 그러나 전쟁을 통해 돈이 필요하게 된 군주들은 유대인들에게 돈을 빌리고 못 갚게 되면 핍박하고 한 결과 2차대전 중 히틀러의 유대인 대학살과 같은 만행으로 이어졌다.(p.229~)

 

4부에서는 마지막으로 보통법을 다루고 있었다. 지금까지 나는 중세 유럽은 교회법 아래에 갇혀 살고 있었던 것으로 알았는데 그것은 나의 오판이었다. 중세가 시작되면서 교회법이 우위를 점하려는 모습을 나타내었지만 현실에서 살고 있던 사람들은 세속에서 살아가기에는 교회법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교회법의 위력 속에 묻혀있던 로마법이 다시 부활하게 되었다. 바로 유스티니아누스법전이다. 이것을 기반으로 학설휘찬’ ‘신칙법법학제요 등이 나타나고 보통법의 모습이 드러나게 되었다. 그리고 현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발생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대통령 취임선서도 역시 보통법이 발달하는 과정 중의 어느 하나에서 영향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가자 인상 깊게 읽었던 구절은 보통법은 중세 유럽에서 최고의 기록된 이성을 의미한다.(p.344)’는 것이다. 중세는 이성의 시대였다. 우리가 알고 있던 암흑의 시대라는 표현은 중세를 여는 초기 단계였던 것이다.

 

역사에는 법의 흔적이 새겨져 있고 그 법을 품고 있는 유럽사를 읽으며 다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현대법에는 여러 가지 고대법의 흔적이 남아있지만 그 중에 다음 한 가지는 뇌리에 남아있게 되었다. ‘중세 관습법의 필요에 의해 성문화 작업을 거치게 되면서 특별법의 골격이 관습법에서 유리하게 되었고, 여기서 자연히 특별법 우선의 법칙이 나타나지 않았을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p.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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