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에서 온갖 에너지를 소비하고 지친 몸으로 집에 들어온다. 불을 켠 순간 눈앞에는 어질러진 옷가지들과 쓰레기가 나뒹군다. 치워야한다는 마음은 뒤로한 채 휙휙 옷들을 바닥에 던져 놓고, 곧바로 침대 위로 쏙 들어가 하루를 마무리한다.
침대 위에 과자 부스러기, 산처럼 쌓인 옷가지, 구석엔 널브러진 책과 필기구가 보인다. 꼬박 하루를 잡아 청소를 하고 정리정돈을 해봐도 3일 뒤엔 언제 그랬냐는 듯 원상복귀 되고 마는 나의 방. ”어차피 치워도 그대론데 뭐, 나중에 치우자.“ 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만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면 청소한 흔적은 어디에도 볼 수 없다.
방구석에 트리처럼 쌓아올린 옷더미들 위로 더 높은 산을 쌓아올린다.
내가 소유한 물건이 많은 건 아니다. 그저 정리정돈 실력이 부족한 것일까? 아니면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그런 것일까? 유튜브에서 보이는 방 정리 영상을 보면 남들은 쉽고 깔끔하게 방을 정리하고 유지하는데 나에겐 너무나 버거운 일이 되어버린 방청소. 이렇게 남들과 비교하며 조금 울적해지고, 어쩌면 나의 내면이 겉으로 드러난 것만 같아 조금 슬프다.
따뜻한 나만의 보금자리를 만들어보자며 마음먹기 수백번, 물건 하나 찾으려면 온갖 수납함을 모두 열어봐야 할 만큼 뒤죽박죽이다. 버거움이 쏟아질 무렵. 이 책 표지가 눈에 들어왔다. 가꾼다는 표현이 새로웠다. 당시 내 상황은 뒤죽박죽이지만 꼭 정리정돈을 위해 책을 선택한건 아니다. 그냥 내 삶을 조금 안정적인 궤도에 올려놓고 싶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이다. 이 책에서 나온 대로 따라해 보자며 차근차근 읽었다.
책은 귀여운 일러스트와 딱딱하지 않은 말투 그리고 공감가는 글귀 덕분에 틈날 때마다 소소한 재미와 함께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밑줄과 메모를 한건 참 오랜만이다. 그만큼 나에게 필요한 정보뿐만 아니라 위로도 같이 들어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은 다양한 수납 방법, 청소 방법, 청소 루틴에 대해 다룬다. 또 청소하는 시간이 나의 주된 시간이 되지 않도록 나만의 루틴을 만드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청소를 하는데 필요한 걸레질과 정리정돈 증 뭉텅이 계획표를 만들어 놓으면 효율적으로 시간을 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제시해준다.
또 정리방법은 간단하다. 자주 쓰는 물건은 가까이에, 사용을 안 하는 것은 뒤에 두지만 잘 보이도록 턱을 만들어주고, 용도에 맞게 차곡차곡 담아둔다. 이 책에서 말하기를 수납함의 80퍼센트만 채워야 한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항상 한가득 채우는 게 버릇인데 적당히 빈 공간을 만들어주니 사물들끼리도 부대끼지도 않고 다음번에 물건을 사게 되면 빈 곳곳에 꽂아두니까 보관도 편하다.
책 후반부엔 청소방법 외 공감할만한 요소들이 많았다. ”미니멀이 정리의 끝판왕이 아니며, 합리적인 소비만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 요소는 아니다.“라며. 합리적이지 않더라도 내 지출 범위에 넘어서지 않는다면 나를 보여 줄 수 있는 것에는 과감히 투자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시작은 나로부터 출발하고 주변을 정돈하고 외부에 나갈 수 있는 에너지를 쌓을 때 비로소 회복하고 사회에 동화 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힘을 얻게 해준 용기를 불어넣어주어 고맙고 소중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