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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인문학 글쓰기 강의

[도서] 서울대 인문학 글쓰기 강의

이상원 저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4점

블로그에 글을 쓰는 사람라면 누구나 자신의 글이 조금 더 나아지길 바랄 것이다. 다른 이의 글을 읽고 비평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게 생각될 수 있어도 막상 자신이 글을 써보려 한다면 글쓰기가 쉽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나 역시도 글을 쓰다 보면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고 이건 아닌데 싶은 느낌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머리 속에 부유하는 생각들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어렵기에 글쓰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책들을 자꾸 집어 들게 된다. 이 책 속 내용이 실제 서울대에서 진행 중인 글쓰기 강의를 기술하고 있지만, 사실 제목이 그리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서울대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을 가지고 책을 홍보하고자 하는 상술의 냄새가 난다고 할까. 실제로 사실이니까 출판사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솔직히 나 역시도 서울대라는 단어, 그래도 이 시대의 브레인들만이 입학 가능한 학교의 글쓰기 강의가 궁금했다. 서울대에 들어갈 수 있는 지적 수준과 글쓰기 능력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혹하게 된다. 


저자가 말하듯 글을 잘 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나온 책은 아니다. 그런고로 내 입장에서는 조금 실망스럽다. 대학교의 강의 치고는 굉장히 독특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에는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싶었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 블로그를 통하여 글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서울대에서 진행되는 글쓰기 강의의 특징은 학생 중심의 수업진행이다. 일반적으로 교수가 주입식으로 강의하고 과제를 제출하는 형태가 아니라, 학생들이 작가가 되고 독자가 되어 소통을 하는 교육이라는 말이다. 각 학기가 시작되면 한 명의 학생당 3개의 글(자기 소개, , )를 작성하고 지정 독자의 역할을 하는 학생들은 해당 글에 댓글을 다는 형태로 서로간 의견을 주고 받는다. 교수는 그룹화 하기 적당한 글들을 묶어 수업시간에 해당 글을 낭독하게 하고 진행을 보조하는 역할만 할 뿐, 비평과 토론은 학생들의 몫이다. 글을 어떻게 써야 한다는 판에 박힌 강의는 없다. 저자가 추구하는 강의의 기본은 자유로운 글을 쓰고 서로 간에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에 있다. 


책을 읽는 내내 블로그가 떠올랐다. 글을 쓰고 댓글과 답글을 달고 소통을 한다. 내 블로그는 그렇지 못하지만 어떤 블로거의 글들에는 수십 개의 댓글과 답글이 달리고 의견 교환을 한다. 서울대에서 진행되는 글쓰기 강의의 과정 대로 진행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조금 차이가 있다면, 서울대의 강의는 정해진 수업시간 내에 작성자에게 질문을 던져야 하고 토론을 해야 하기 때문에, 글을 주의 깊게 읽어줘야 한다는 것과 작성자를 위한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수로 운영되는 학과 수업과 달리 블로그에서는 하루에도 수백 개의 글들이 올라온다. 모든 글을 꼼꼼히 읽고 글에 대한 의견을 일일이 달기가 불가능할 것이다. 이웃으로 등록된 블로거 간에도 사실 그런 느낌은 좀 부족하다 싶다. 이웃이 한두 명이 아닐 테니 어려움은 예상되지만 댓글을 달려면 제대로 읽고 달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 온라인 커뮤니티의 특성상, 글에 대한 비평은 자칫 다툼으로 번질 수 있기에 좋다는 평이 주를 이루는 듯하다. 자신의 글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사람을 좋아하기란 쉽지 않다. 실제 수업에서도 감정 싸움까지 일어났다고 하니, 온라인 상에서는 더 민감한 문제일 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런 이웃이 있다면 좋겠다. 비판이 아닌 비평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 


책 내용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렇게 강의하는 교수가 있다면 나도 꼭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다만, 이미 글쓰기 활동을 하고 있고 글쓰기 능력을 키울 목적으로는 읽어도 큰 도움을 얻지 못할 책이다. 어떻게 시작해야 될 지 모르는 사람들이나 독서모임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참고할 수 있을 듯하다. 어떤 글은 어떻게 써야 한다라는 정답이 과연 있을까? 때로는 틀의 파괴가 새로운 예술을 만들어 낸다. 학창시절에 글쓰기에 대한 교육을 거의 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글쓰는 것을 획일적으로 주입식으로 교육하는 것도 큰 문제다. 이런 방식의 교육은 대학 때가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진행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글을 쓰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또 학생들이 얻게 되는 사고의 확장, 소통의 자세가 그 자체로 얼마나 큰 교육이 되겠는가. 모든 아이들이 이런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대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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