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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길로 돌아갈까?

[도서] 먼길로 돌아갈까?

게일 콜드웰 저/이승민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p.5

하루가 이대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날이면, 누군가 말하곤 했다. “집까지 먼길로 돌아갈까?” 차를 몰고 있든 걷고 있든 다르지 않았다. 여기에는 이런 뜻이 담겨 있었다. “좀 슬렁슬렁 가보자, 시간이 천천히 흐르도록, 지금이 조금 더 길어지도록.” 오래오래 계속 이어지도록.

 

p.44

기질과 능력으로 보아 내가 느리게 걷는 사람이라면, 캐럴라인은 단거리달리기 선수였다. 그만큼 동작이 빠르고 민첩했고 본인이 의도하든 아니든 급히 서두를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일단 내 평소 걸음을 확인하자 그녀는 내게 맞춰 자기 속도를 늦추고 내내 그렇게 걸었다.

 

게일은 소아마비를 앓았었고 그로인해 다리가 불편하다. 걸음을 옮기다 넘어질 것 같으면 어느새 캐럴라인이 팔을 뻗어 부축했고 그게 더 편해지기 시작했다. 뭐든지 빨랐던 캐럴라인은 게일의 속도를 맞추기 시작했다. 자기속도를 벗어나 타인의 속도에 맞춰 움직인다는건 쉽지 않을 것이다. 느린 사람은 빨라진 속도를 감당하기 벅차할 것이며, 빠른 사람 또한 느려진 모든 것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대와 같은 속도로 걷는다는 건 뭔가 낭만적이기도 하다.

 

게일과 캐럴라인은 문인들의 모임에 참석했다가 모임을 주최한 사람에게 서로를 소개 받은 것이 그들의 첫만남이었다. 당시에는 스치듯 지나가는 만남이었었고, 후에 개 훈련사 캐시를 통해 다시 한 번 캐럴라인을 소개 받게 되었다. 게일과 캐럴라인은 공통점이 너무도 많아 어떻게 보면 한 영혼이 반으로 나눠진 존재 같았다. 어딜가든 항상 붙어다녔다. 그들은 나이는 30대를 넘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그들 사이에 느껴지는 우정이 정말 부러웠다. 보통 이런 우정은 어릴적부터 알고 지내지 않는이상 맺어지기 힘든 우정일텐데.. 학생때도 아닌 30대가 되어서도 이런 우정이 만들어질 수 있단 말인가?? 란 부분에 초점이 맞춰지게 되었다.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보니 쉽사리 누군가를 만나고 우정을 다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우선 둘의 공통 최고의 관심사는 , ‘라는 관심사로 인해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로잉에 취미가 있는 캐럴라인과 수영에 취미가 있는 게일은 서로의 취미를 가르쳐주며 취미교환을 한다. 또한 두 명다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에 하려는 말, 하고싶은 말이 너무도 많다. 우리나라 여자들의 기준으로 보자면, 전화기를 붙잡고 몇시간이나 이야기를 해 놓고선 끊을 때 하는 말. “자세한건 만나서 하자라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리고 또 하나의 공통사는 알콜중독을 경험했다는 점이다. 캐럴라인은 자신의 경험을 책으로 냈고, 게일은 혼자만의 조용한 극복을 목표로 했었다. 물론 알게 된 시점에서는 알콜중독을 벗어난 후였다. 책의 초반엔 둘이 만나게 된 계기와 당시 있었던 일들에 대해 쓰여있지만, 게일의 알콜중독 치료기도 병행되어 있다. 자신도 모르게 빠져버린 알콜중독. 집안내력이기 때문에 자신도 어쩔 수 없었다. 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그녀는 알콜중독을 이겨냈다.

 

2/3 지점이 지날 무렵 캐럴라인의 마른기침이 나온다. 이후 급속한 건강악화를 경험한 캐럴라인은 비소세포성 선암 4기의 진단을 받게 되고, 간과 뇌까지 전이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너무 급작스럽다. 책을 읽는 나도 이렇게 당황스러운데, 당시 캐럴라인과 게일은 얼마나 당황했을까..

 

아직 나이도 젊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간 병원에서 앞으로 2-3달 밖에 남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녀의 병간호는 남자친구인 모렐리와 그녀가 같이 하며 돌보고 있는데, 나흘 일정으로 대학 졸업식에 참석하기로 되어 있어 공항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며 게일과 캐럴라인은 웃으며 통화를 한다. 그런데 이 통화는 말로써 전달하는 마지막 대화가 되어 버린다. 익일 캐럴라인은 응급실로 이송되고 뇌출혈로 인해 말을 하지 못하게 된다. 이후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모르핀을 투여하게 되고 한참이 지난 후 캐럴리안은 숨을 거두게 된다. 하루에도 열두번도 더 통화를 하고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던 친구를 잃은 게일은 그녀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방황을 하게 된다.

 

p.240

여러 해 전 아직 젖먹이였던 첫아이를 잃은 친구가 있다. 아이를 떠나보내고 얼마 되지 않아 슬퍼하던 그녀가 들은 뼈아픈 위로의 말들 가운데, 죽은 사람에게 느끼는 강렬한 의리를 이해하는 어느 남성의 한마디가 있었다고 한다. “진짜 지옥은,” 그가 친구에게 말했다. “이것을 결국 극복하고 산다는 사실입니다.”

 

흔히들 시간이 약이라고 한다. 처음엔 잊혀지지 않고 아픔이 가시지 않을거라 여기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아픔을 잊게 된다. 그러다 어느 날 그 아픔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미안함에 가슴이 무너지게 된다.

 

캐럴라인이 더 이상 옆에 있지 않게 된 날들이 이어지던 중 클레먼타인을 산책시키다가 핏불테리어의 공격을 받게 된다. 핏불테리어의 목표물은 클레먼타인이었고, 암수로 된 두 마리의 핏불테리어는 목과 다리등을 물었다. 건장한 남자 둘이 핏불테리어를 떼어냈고, 게일은 클레먼타인을 끌어안고 서둘러 걸음을 옮겼으나 얼마가지 못해 남자들이 놓쳐버린 핏불테리어의 2차 공격을 받게 된다. 또다시 클레먼타인의 목과 배가 물어 뜯기기 시작하고 게일은 미친 듯이 달려들어 주먹을 지고 핏불테리어를 때리며 말리지만 암컷은 귀찮다는 듯이 그녀의 팔목을 한 번 물게 되고 그 틈에 클레먼타인은 도망을 치게 된다. 이 과정을 눈으로 읽으며 그 과정이 어렴풋이 그려지다 보니 눈물이 났다. 너무 잔인했다. 주위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리며 도움을 요청했고, 클레먼타인이 집앞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게 된다. 겨울철이라 다행히 종의 특성상 털이 많아지는 시기라서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게일도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감당하기 힘들었겠지만, 물림을 당하고 있는 클레먼타인.. 썰매개라서 덩치도 작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니..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나고 4년 더 게일과 함께 지내다 자연사 하게 된다.

 

p.255

클레먼타인이 습격당한 사건은 당시에는 나를 혼란과 불안에 빠뜨렸지만 그 여파로 깨달은 것이 있었다. 그런 공포와 폭력을 겪고도 내 개가 안전하게 살아 있는데, 친구를 잃은 슬픔이 무색해질 정도로 개를 걱정하는 나의 모성은 들끓고 있었다. 나는 달래지지 않는 나의 불안이 부끄러웠다. 클레머타인은 살아 있고 캐럴라인은 죽었음에도 나는 지금 목숨을 구한 쪽을 두고 괴로워하고 있었으니. 애도의 지침서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사실을 불현듯 깨달았다. 우리는 산 자를 위해서만 애를 태운다. 나는 아마 일생 동안 캐럴라인을 애도하겠지만, 더 이상 그녀를 걱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말이 생각난다. 유명을 달리한 무언가보다는 살아 숨쉬는 내 주위의 것들에 신경을 쓰고 내 삶을 살아내야 한다는 것일 것이다. 물론 실제 자신에게 이런 힘든일이 일어난다면 그런 위로의 말들은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당장 벌어진 일을 감당하기도 너무 벅차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시간이 흐르면 이 책을 쓴 작가처럼 그 시절을 되새기며 아름다운 추억이 있었다고 덤덤히 이야기 할 날도 올 것이라 믿는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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