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0엔 보관가게' 는 7살에 사고로 인해 앞을 보지 못하는 '기리시마 도오루' 군의 이야기다.
우연찮은 계기로 인해 보관가게를 열게 되었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따뜻하게 담아냈다.
시점은 3인칭으로 물건에도 영혼이 있다는 듯이 '포렴','자전거','진열장'이 화자가 되기도 하고, '여성', '고양이'가 화자가 되기도 하였다.
도오루 군은 한번들은 목소리와 이름은 몇년이 흘러도 절대 잊지 않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앞을 보지 못하기에 기록을 할 수 없지만 맡긴 사람의 물건과 보관기간에 대한 암기력은 절대 '갑'이다.
보관가게에 물건을 맡기기 위해선 '이름' 과 '보관기간' 만 있으면 된다.
보관료는 하루에 100엔. 단, 보관기간이 지나도 찾으러 오지 않을 경우 물건은 도오루 군의 것이 된다.
물건을 맡기는 사람은 이름을 제외하면 개인 신상에 대해 일절 말하지 않아도 되어 사생활이 완벽히 보장되는 부분이 있어 안심하고 물건을 맡길 수 있다.
또한 버릴까 말까.. 라는 잠시 유예기간을 갖고 싶은 물건이 있을 경우에는 보관가게만한 것이 없을것이다.
그러나 도오루 군의 상황을 역이용하여 버릴 물건을 하루 맡기고 찾으러 오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도오루 군은 손으로 물건을 만져서 어떤 물건인지 확인은 가능하지만 그게 작동이 되고 안되고 혹은 쓰레기가 될 물건이란걸 확인 할 방법이 없이 때문이다.
가게 문 입구에 붙인 보관가게를 알리는 종이가 떨어져 나간 후에는 다행히 순수하게 물건을 보관해주길 바라는 사람만 방문하게 되었다.
읽다보면 도오루 군의 따뜻함에 절로 반하게 되어 주위에 이런사람이.. 아니아니!! 이런 가게가 없을까..?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P.83 ~ P.84 (쓰요시 군과 도오루 군의 대화)
- 쓰요시 군은 도오루 군에게 자전거를 보관한다.
쓰요시 군은 고등학교에 막 입학하여 아빠에게 새 자전거를 선물 받았다. 집에서 나올때엔 고물 자전거를 타고 보관가게로 와서 새 자전거를 타고 등하교를 반복하고 있었다. 역 앞의 주륜장에 등록을 하며 한 달에 400엔이면 되는데, 도오루 군의 보관가게는 하루에 100엔이라 도오루 군이 쓰요시 군에게 주륜장에 등록을 권한 후의 대화내용이다.
쓰 : 아빠와 엄마는 제가 유치원에 다닐 무렵 이혼했어요.
저는 그때부터 줄곧 엄마와 단둘이 살았어요.
아빠는 지금 다른 사람과 살고 있고요.
도 : 그랬군요.
쓰 : 아빠는 가끔 만날 때마다 뭔가 사주려고 하셨는데, 저는 지금까지 거절했어요.
도 : 왜죠?
쓰 : 엄마가 저를 최선을 다해 보살피고 계시니까요.
도 : 그렇다고 해서 왜 아버님께 선물을 받으면 안 되나요?
쓰 : 엄마는 저에게 최선을 다하지만, 아빠는 저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아요.
그런데 돈이 있으니까 간단히 저를 행복하게 해 줘요.
그때 포렴이 흔들렸다. 쓰요시를 격려해주는 것처럼 상쾌한 바람이 불어들었으나 쓰요시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은 채였다.
쓰 : 엄마는 고개를 숙여가면서 며칠이나 걸려 낡은 자전거를 손에 넣었어요.
아빠는 카드를 꺼내서 크리스티(자전거)를 손에 넣었고요.
걸린 시간은 겨우 몇 분이었죠.
그런데도 저는 크리스티(자전거)가 좋아요.
그러자 가게 주인이 말했다.
도 : 돈을 버는 것도 간단한 일은 아닙니다.
아버님도 쓰요시 군에게 최선을 다하신다고 생각해요.
쓰요시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런 식으로 생각한 적이 없었나 보다. 나(자전거)는 자전거가게에서 자랐으니까 돈벌이가 얼마나 힘든지 않다. 그러나 쓰요시는 아버지와 같이 살지 않으니까 그 고생을 몰랐던 거다. 엄마의 고생만 눈에 들어왔는지도 모른다.
쓰요시 군은 엄마바라기다.
엄마가 쓰요시 군을 최선을 다해 보살피고 있으니 엄마를 아프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마음 착한 학생이다.
그렇지만 이러면 안되는지 알고 있지만 그도 사람인지라 엄마가 어렵게 구해준 낡은 팥색 자전거 보단 아빠가 사준 물색 새 자전가에 눈길이 가고 애착이 가는건 어쩔수가 없다.
새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보인다면 엄마가 미안해할게 뻔하니 쓰요시 군은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 보관가게에서 매일 바꿔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어찌보면 그런 쓰요시 군이 기특하기도 하지만 애처롭기도 했다.
돈으로만 자기를 만족시키려 하는 아빠에게 거리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아빠의 제안을 결코 거절할 수 없는..
그런데 도오루 군이 말했듯이 돈을 버는 것도 간단한 일은 아니며 아빠도 아빠 나름대로 쓰요시 군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일 수 있다.
비록 그것이 돈으로 겨우 몇 분만에 해결한다 하더라도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들을 위해 무얼해주면 좋아할지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참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을수도 있다. 아빠 나름대로 노력하는 부분이 쓰요시 군의 눈에 보이지 않았다는 것 일 뿐. 누가 자식에게 안좋은걸 해 주고 싶겠는가.
쓰요시 군도 고등학교에 막 입학했고 아직 어린 10대기에 친구들에게 잘 보이고 싶기도 한 마음이 조금 더 앞섰던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10대를 경험 해 본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쓰요시 군을 뭐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던 쓰요시 군도 'B반의 아라이 양'과 우연찮게 나눈 대화에서 나름의 깨달음을 얻게 되어 엄마의 팥색 자전거를 최종 선택하게 되었다.
P106 (쥐 할아버지와 도오루 군의 대화)
- 쥐 할아버지는 도오루 군에게 봉투를 보관한다.
쥐 할아버지가 가게에 처음 왔을 때의 복장이, '회색 중절모'에 '회색 스피리스 양복' 그리고 '진회색 넥타이'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쥐색이어서 화자인 '진열장'이 붙인 별명이다. 쥐 할아버지는 사장님의 유언장이라며 봉투를 맡기러 보관가게에 들렀고 중요한 서류라하며 보관료를 올려줄테니 신경 써 달라는 암묵적인 요청사항의 대화내용이다.
쥐 할아버지는 봉투를 내밀며 말했다.
할 : 이걸 맡아줬으면 하오만.
주인은 봉투를 받고 물었다.
도 : 알겠습니다. 기간은 어느 정도로 하시겠습니까?
회색 할아버지는 기간을 생각해놓지 않았는지 한참 고민하다가 "2주간" 하고 대답했다.
도 : 보관료는 하루에 100엔이므로 1,400엔 입니다.
주인이 금액을 말하자 쥐색 할아버지는 난색을 보였다.
할 : 그건 좀 그렇군. 이건 중요한 서류요. 하루에 1,000엔으로쳐서 1만 4,000엔에 맡아주시오.
특이한 손님이다. 보관료를 올려달라고 요구하다니. 특별 대우를 바라는 걸까?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봉투 안에 든 것이 그렇게나 가치가 있나?
하지만 주인은 단호히 말했다.
도 : 그럴 수는 없습니다. 저희 가게는 100엔이라서 소홀히 보관하고 1,000엔이라서 소중히 보관하지 않거든요. 어떤 물건이든 똑같은 조건으로 정성을 다해 보관합니다.
그 말을 듣고 쥐 할아버지는 입을 다물었다.
쥐 할아버지는 사실 대기업의 사장님으로 신분을 감추기 위해 집사의 이름을 빌려 보관가게에 왔다.
(그런데 이 대화부분을 읽다보니 촌지가 생각이 나는건 왜일까..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우리 아이 잘 봐달란 뜻에서 촌지가 유행했었다.
촌지를 막자 그 후에는 물질적인 무언가로 바뀌어 전달되기도 했었다는..)
쥐 할아버지의 말씀이 뭔가가 씁쓸하면서도 그 만큼 내겐 정말 중요하고 소중한 물건입니다. 라는 어감이 느껴졌다.
쥐 할아버지는 자수성가한 사람으로 지병으로 몸이 아프자 유언장이 돌아서 사람들이 혈안이 되어 찾고 있다는 소식에 식욕을 잃고 점점 더 쇠약해져갔다.
보관가게에 맡긴 물건이 유언장이라고 하지만 도오루 군과의 만남에서 할아버지는 생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할아버지의 보관료 촌지를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돈을 많이 준다고 하여 더 신경쓰거나 하는 것 없이 모든 물건은 똑같은 조건으로 보관한다는 말에 할아버지도 그랬겠지만 나도 마음이 '쿵' 했다.
요즘 사회에서라면 어차피 보관은 소중히 하겠지만 보관료를 더 준다는데 굳이 '마다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긴.. 이런식으로 하다보면 욕심이란게 생기고 흔히 말하는 돈 맛을 알게 될 것이다.
도오루 군은 초심을 잃지 않고 또 흔들리지 않는 모습에 역시 그답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흐른 후 도오루 군의 덕택에 서먹해진 아들과 화해를 하고 마음편히 하늘나라로 가신 쥐 할아버지.
나중에 집사가 보관가게를 방문하고 쥐 할아버지의 별세를 전하며 엔틱한 골동품 오르골을 50년간 보관 해 달라는 유언을 도오루 군에게 전한다.
도오루 군에게 줄 오르골이라면 하루를 맡기고 100엔을 지불하면 될테지만 쥐 할아버지는 도오루 군과 함께 하고 싶어서였을까?
그가 신혼여행지에서 구매한 롯본기에 맨션을 구매할 수 있는(현재시세)의 오르골을 도오루 군에게 '맡겼다'.
아마도 도오루 군이 앞을 보지 못하는만큼 민감해진 귀였기에 할아버지 나름의 애정 표현이었으리라.
더욱이 오르골은 엄청난 재산에도 불구하고 할아버지가 가장 아끼며 신경썼던 부분이 오르골을 아껴줄수있는 사람을 찾는것이었고, 유언장을 보관하러 와서 적임자를 만난것이다.
그래서 50년간 맡긴 오르골에 조건이 하나 있다. '일상적'으로 오르골의 태엽을 감아 듣고 싶을 때마다 들을 것.
그리고 마지막 에피소드의 화자는 '고양이'로 도오루 군의 말대로라면 '맡겨진' 고양이다.
어미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를 물고와서 도오루 군 앞에 놓아두고 가 버렸는데, 새끼 고양이는 죽기 일보직전이었고 도오루 군의 정성으로 살게 되었다. 그래서 그 고양이는 자신이 태어난 곳은 도오루 군의 손이라는 다른 고양이에겐 말 못할 비밀이 있다.
털이 하얗고 암컷인데도 불구하고 그걸 모르는 도오루 군이 붙인 이름은 '사장님'.
그래서 사장님은 기분이 좋지 않다. 그래서 본인이 직접 붙인 이름은 '포치드 에그'.
첫째, 도오루 군이 포치드 에그를 좋아한다.
둘째, 도오루 군은 포치드 에그 만들기가 특기다.
셋째, 포치드 에그는 하얗고 부드럽다.
그래서 아무도 이름을 불러주지도 알아주지도 않지만 마음속으로 정한 이름 '포치드 에그'.
그러던 어느날 도오루 군이 좋아하는 비누향을 흩날리며 예쁜 여자 손님이 들어온다.
센스있게 그 손님은 포치드 에그의 이름을 단번에 파악하고 사장님이 도오루 군에게 알리고 싶었던 암컷이라는 것 까지 도오루 군에게 알려준다.
그렇다고 딱히 손님에게 애정이 간 건 아니다.
도오루 군의 첫사랑이 되어 버린 그 손님. 그러나 첫사랑과 동시에 실연이 같은 날 일어났다.
손님은 곧 결혼 할 사람이었기에.
물건을 맡고 선불을 받고 평소와 다름없이 했지만 그도 충격이었을까 손님의 이름을 묻지 않았다.
사장님은 그걸 발견하고 야옹거리며 손님을 뒤쫓아 갔지만 따라 잡을 수 없었다.
그러던 와중 사장님은 손님의 눈에 고인 눈물을 보게된다.
도오루 군 이외에는 무신경한 사장님이라 그려러니 하고 야옹거렸는데, 신호등에서 야옹거리는 소리에 뒤를 돌아 본 손님은 트럭에 치일 뻔한 사장님을 발견해 구해주고 사고를 당하게 된다.
사장님은 사고가 난 사람까지는 보지 못하고 그냥 쿨하게 뒤 돌아서 가게로 가버린다.
당연히 물건을 찾으러 오기로 한 날짜에 손님은 오지 않았다.
가슴 아프게 끝나는구나.. 싶었는데, 에필로그에 손님이 등장하며 끝이난다.
손님은 왜 울었을까..? 그리고 도오루 군과 어떻게 결론이 났을까..? 오픈 결말이라 내가 마음껏 상상해도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딱 어떻게 어떻게 되었습니다. 라고 확인 시켜 주길 바라고 있는지..
도오루 군의 보관가게에 다녀간 사람이라면 불행도 행복으로 바뀌게 되는 마법같은 곳인지라 아마도 해피해피엔딩이 되지 않았을까 추측 해 본다.
오랜만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을 읽었다.
화자가 의외성이 있어서인지 동화같고 지브리 애니메이션 같기도 하고 잠시나마 순박해진 느낌이 들었다.
일본에 가게 되면 원본을 구해서 읽어봐야겠다.
아마도 또 다른 감동이 오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