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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하다

[도서] 이어령하다

김아타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이 책의 저자인 김아타 선생님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무리 내가 문화와 예술에 대해 문외한이라고는 해도 이렇게 세계적인 사진작가의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었다는 건 내가 너무 문화와 예술에 대해 평소 소홀했던 게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인 김아타 선생님은 1980년대 중반부터 활동을 시작한 대한민국 출신의 세계적인 사진작가로, 2002년 세계 3대 미술 축제인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한국 사진작가 최초로 한국관 대표 작가로 개인전을 하면서 세계 미술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알몸의 인간을 자연이라는 밭에 볍씨를 뿌리듯 던져 놓은 <해체 시리즈>와 20세기 인간상을 유리 박스에 박싱(Boxing)했던 <더뮤지엄 프로젝트>와 같은 프로젝트들은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리던 아! 대한민국의 사회상과는 정서적 거리가 있었다. 거기에 사건 중심의 사진, 혹은 감각 우선의 조용조용하던 한국 사진의 정서와도 거리가 있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미친 놈'에 '한국 사진을 망치는 놈이다'라는 비판을 받았다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이유는 '다름'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해석이다. 2022년 지금이라 해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나와 다름'을 수용하지 못하는 일단의 문화적 양태가 중요한 이유라 생각한다. 예술은 '다름'에서 시작되고 '다름'에서 완성된다. '다름'은 예술의 전부라 해도 틀리지 않는다. 기존의 질서와 달라야 하고, 너와 내가 달라야 한다. 모든 인간은 이미 다르다. 정체성도 다르다. 존재 이유도 다르다. 어차피 모두가 다르다. '다름'은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가장 화려하고 소중한 가치이다. '다름'은 축복받아야 할 숭고한 가치이다. 저자는 '다름'을 축복해야 할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다름'을 존중하는 일이 나의 '다름'을 축복받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도 여기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관계가 틀어지는 이유 중에서 나와 상대방의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인 김아타 선생님이 이어령 선생님과 처음 만난 이후로 이어령 선생님께서 작고하시기 전까지 주고받은 편지의 내용을 토대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나도 이어령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는데, 저자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인생의 멘토로서 이어령선생님을 존경했던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자연에서 죽고 사는 일은 일상입니다. 자연을 구성하는 모든 존재의 본성은 삶과 죽음으로 대별됩니다. 죽지 않고 살 수 없는 곳이 자연입니다. 잠시 살아서 죽고, 죽어서 영원히 사는 곳이 인간의 자연입니다. 자연에서 인간의 본성과 본능을 외면하는 것은 자연을 모독하는 일입니다. 이것이 <자연하다>의 실상입니다. (…) 나는 창조적 인간 이어령에 초점합니다. 파격하지 않고, 혁명하지 않고, 창조적 인간이 될 수 없기에 그렇습니다. (…) 선생은 무리 밖에 있는 사람을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신의 영역에 도전하고 계시다." <자연하다>에 대한 선생의 긍정은 구원의 메시지 이상입니다. 선생을 무한 존경하는 이유입니다."

 

"열어놓음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 그것이 창조이다. 디지로그, 굴렁쇠, 갓길, 생명자본주의, 모든 것이다. 선생과의 대화는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한 시간, 두 시간, 토씨 하나 버릴 것이 없다. 폭발하는 화산에서 분출하는 마그마는 환상적이다. 통제할 수 없다. 창조의 원형이다. 지성의 상징보다 창조적 인간 이어령에 초점하는 이유다. 창조적 인간이 아름다운 이유다. 창조적 인간은 다름을 배제하지 않는다. 창조적 인간은 다름에 차이를 두지 않는다. 창조적 인간은 벽이 없다."

 

"초월적 세계는 타자로부터의 변화가 아니라 내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모든 것을 열어놓고 수행이란 시험을 감내하고 통섭하고 융합해야 합니다. 이것이 내적 혁명입니다. 책의 시작부터 혁명을 언급했던 이유입니다. 이어령 선생과의 연을 책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나의 혁명과 선생의 혁명이 공명했기 때문입니다. 연(緣)의 완성은 연의 열반입니다. 열반의 완성이 부활입니다. 윤회입니다. 부활은 열반의 존재 증명입니다. 더 소중한 일이 있습니다. 부활하고 윤회하는 일은 살아서 할 일입니다. 부활도 윤회도 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흙과 자기가 다르듯이 나와 다른 정체입니다. 몰입의 완성이 해체이며 해체의 완성이 새로움인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모든 것을 태우는 일이 열반입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인 김아타 선생님과 이어령 선생님과의 인생의 평생지기 같은 관계가 참 부럽게 느껴졌다. 내게도 저런 인연이 있을까 돌이켜보니 몇 명이 있는 것 같은데 앞으로 더욱 관계를 잘 유지해나가야 할 것 같다. 우리시대의 지성 이어령 선생님이 세상을 떠나신지도 벌써 6개월이 다 되어간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작성하였습니다.>

 

 

#이어령하다 #이어령선생과의마지막대화 #김아타 #자연하다 #맥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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