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 랩소디>는 <라라랜드>와 <맘마미아2>에 이어 내가 세 번째 보는 음악영화다. 나약하고 불완전한 인간으로서 겪을 수밖에 없는 주인공 인생의 희로애락을 음악과 노래, 춤과 함께 전달함으로써 공감력을 높이고 힐링을 선사한다는 점이 음악영화의 장점이다. 그래서 즐거울 때나 우울할 때나 상관없이 볼 수 있어 좋다. <맘마미아2>가 여성주의 영화라면 <보헤미안 랩소디>는 남성성이 풍기는 영화다.
학창시절 어딜 가나 들려오는 음악과 노래가 있었다. 그 중 가장 많이 들은 듯한 해외음악이 '보헤미안 랩소디'일 거다. 소름이 돋을 만큼 높이 올라가는 듯하다 툭 떨어지며 애잔하게 부르는 "마마~ "는 그룹의 이름 '퀸(Queeen)'과 함께 영화를 보며 잠시 의문이 들었다. 이 강인해 보이는 다 큰 남자들에게 '마마와 퀸'은 대체 어떤 의미일까? 이럴 땐 융심리학적으로 생각해본다. '마마'와 '퀸'은 사랑하는 여인과 더불어 그들의 음악에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뮤즈, 여성적 심혼인 아니마일 거라고.

수하물 노동자로 일하며 파키스탄 애송이 취급을 받던 프레디 머큐리가 '퀸'의 맴버에 합류하며 카리스마 넘치는 리드싱어로 부상하는 모습은 '퀸'의 탄생과 함께 'We are the Champion."이란 곡과 잘 어울린다. 영화 속엔 프레디 머큐리와 멤버들이 영감을 받아 곡을 창작하는 인상적인 모습이 여러 곳 나오는데, 특히 프레디 머큐리의 머릿속엔 언제 어디서든 적절한 자극을 음악으로 점화시키는 뮤즈가 살고있는 것 같다. 자신의 마음 상태를 노랫말로 바꿔놓은 가사는 특별한 수사가 필요없다. 그 안의 진정성 하나만으로 리듬을 타면 마법처럼 청중의 가슴 속으로 파고든다. 무대 위에서 청중을 울고 웃기는 그는 타고난 스타다.
하지만 탁월한 재능을 지닌 사람이라 해도 인생의 행운을 다 가질 수는 없는 법이다. 언제나 아들을 믿고 지지하는 자상한 어머니와 달리 엄격한 가부장인 아버지의 냉대와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했지만 결혼생활을 끝까지 지킬 수 없게 한 성 정체성의 발견, 솔로로 이탈해 겪은 추락과 에이즈는 그의 성공적인 음악 인생 뒤에 가려진 어두운 그늘이다. 결국 그에겐 가족 같은 '퀸'의 맴버들이 필요했고 '퀸'은 그의 영감과 에너지를 떠나서는 더 이상 '퀸'이 아니었다.

영화 중간 중간 나오는 프레디 머큐리의 비범성을 일깨우는 멘트도 매력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퀸'에 다시 합류한 그가 맴버들 앞에서 자신의 병을 밝히며 한 말은 영원히 기억하고 싶다.
"내가 누구인지는 내가 결정해!"
그는 자신이 선언한 말답게 아프리카 어린이를 돕는 대규모 공연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카리스마 넘치는 기백을 보여준다. 망설이지 말고 보라고 권하고 싶은 음악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