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트헨 오, 하느님! 이런 불상사가!
발렌틴 나는 죽는다! 이 말을 하기는 쉽지만,
죽기는 더 쉬울 것이다.
거기 여인네들, 어찌 울고불고 슬퍼하는 게요?
이리 가까이 다가와서 내 말 좀 들어 보구려!
(모두들 발렌틴을 에워싼다)
그레트헨, 자, 봐라! 너는 아직 어리고
세상 물정을 몰라서,
일을 그르치고 말았다.
솔직하게 터놓고 말하면,
너는 이제 화냥년이다.
사실이 그런 걸 어쩌겠냐.
그레트헨 오라버니! 오, 하느님! 그게 대체 무슨 말이에요?
발렌틴 더 이상 하느님 아버지를 입에 올리지 마라.
원통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어쩌겠느냐.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뻔한 일,
네가 남몰래 한 놈을 만나기 시작했으니,
곧 여러 놈이 덤벼들 거다.
열두 명이 너한테 달라붙으면,
온 시내가 너를 차지할 것은 뻔한 이치.
그러다 치욕의 씨가 잉태되면,
남모르게 은밀히 낳겠지.
어둠의 베일로
머리와 귀를 담뿍 덮어씌우겠지.
그래, 죽여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 거다.
그러나 치욕의 씨는 점점 커지고 자라나서,
몰골은 여전히 흉악한데
낮에도 베일을 벗고 다니리라.
그놈의 얼굴이 더 흉측해질수록
더 밝은 햇빛을 찾을 거다.
성실한 시민들이
몹쓸 돌림병에 걸린 시신처럼,
이 창녀야! 네 곁을 피하는 날이
눈앞에 선하다!
그들과 눈이 마주치면,
네 심장이 멎는 것 같을 거다!
너는 금 목걸이를 차고 다닐 수 없으리라!
교회의 제단 앞에 서지도 못하리라!
예쁜 레이스 깃 달린 옷을 입고서
즐겁게 춤추지도 못하리라!
어두침침하고 초라한 구석에서
거지들과 불구자들 틈에 몸을 숨기리라!
비록 나중에 하느님에게 용서받더라도,
이 지상에서는 결코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리라!
마르테 당신의 영혼에 자비를 베풀어 주십사고 하느님에게 기도나 드려요!
남을 험담하는 죄를 더 지을 생각이에요?
발렌틴 네 비쩍 마른 몸뚱이를 요절내고 싶구나!
이 추악한 뚜쟁이 여편네야!
그러면 내 모든 죄를
용서받을 수 있을 텐데!
그레트헨 오라버니! 이런 끔찍한 일이 있다니!
발렌틴 당장 눈물을 거두어라!
너는 정절을 저버리면서,
내 가슴 깊이 비수를 꽂았다.
나는 병사로서 용감하게 죽음의 잠을 지나
하느님에게로 간다. (숨을 거둔다)
(168-179p)
대성당
장엄미사, 오르간과 파이프 노랫소리.
그레트헨, 많은 사람들에 섞여 앉아 있다. 악령이 그레트헨 뒤에 있다.
악령: 그레트헨, 네가 이리 변하다니!
너는 순진무구하게
저 제단 앞으로 걸어 나가,
반은 어린애 장난하듯
반은 마음속에 하느님을 생각하며
낡은 기도서의
기도문을 웅얼거리지 않았더냐!
그레트헨!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느냐?
네 마음속에
어떤 악행이 깃들어 있느냐?
너 때문에 기나긴 고통의 잠에 빠진 네 어머니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느냐?
- 네 가슴 아래서는
그 불길한 존재가
벌써 무럭무럭 자라나
자신과 너를 불안에 떨게 하지 않느냐?
그레트헨: 이를 어쩔거나! 어쩔거나!
제멋대로
어지러이 오가는
이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있다면!
합창: 진노의 그날이 오면
이 세상은 잿더미로 화하리라.
(오르간 소리)
악령: 너는 신의 노여움에서 벗어나지 못하리라!
심판의 나팔 소리 울려 퍼지리라!
무덤들이 진동하리라!
재가 되어 잠자던
네 영혼은
불의 심판을 받기 위해
다시 깨어나
부르르 떨리라!
(171-172p)
메피스토펠레스: ...
저기 벌거벗은 젊은 마녀들과
현명하게 몸을 가린 늙은 마녀들을 보시오.
(182p)
파우스트: (젊은 마녀와 함께 춤을 춘다)
언젠가 아름다운 꿈을 꾸었네.
꿈속에 사과나무 한 그루,
예쁜 사과 두 개*가 반짝반짝,
나도 모르게 이끌려 나무에 올라갔네.
*사과 두 개는 여인의 젖가슴을 상징한다.
(18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