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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18세기에 진정한 '독서 혁명'을 일으켰다. 그것은 새로운 읽을거리에 중독된 여성 독자들의 남편들을 불안하게 했을 뿐 아니라 독서 태도 역시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그때까지는 주로 소수의 책을 집중적으로 반복해서 읽었다면, 그때부터는 (새롭게 등장한 독서 모임과 대여도서관 덕분에) 지속해서 새로운 소설을 소비하기 시작했다. 전통적 미덕을 지키려는 예민한 남자들은 위험한 독서 전염병이 인류에게 파고들었다고 주장했고 사사로운 독서 모임을 반역 운동으로 의심했고 대여도서관을 '미덕을 헤치는 독이자 매음굴'로 죄악시했다. 취리히 출신 신학자 고트하르트 하이데거는 17세기 말에 이렇게 주장했다. "소설은 가짜 혁명, 자유분방한 상상, 자극적인 표현으로 감정을 사로잡고, 죄악, 싸움, 음란, 정욕 같은 여러 행위로 머리를 가득 채우고, 열정의 땀에 젖게 하여 결과적으로 건강을 헤치고, 식욕을 잃게 하고, 불면증에 시달려 문틈에 낀 사람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침대에서 뒤척이는 음울하고 음흉한 사람으로 만든다." (214p)

 

 소위 소설 중독과 소설전염위험은 '독서중독'이라는 표제로 문학사에 기록된 격렬한 논쟁을 일으켰다. 확실히 남자들은 무엇보다 소설 바이러스에 감염된 여자들이 양육과 부엌을 등한시할까 걱정했다. 어쩌면 그들은 또한 그저 아내들이 소설 속 여결들이 (자신과 반대로) 경험하는 일에 완전히 빠져들어 주변의 모든 것을 잊고 깊이 내쉬는 탄식을 견딜 수 없었을 터이다. 1740년과 1748년에 출간되어 독자들을 감동시킨 사무엘 리처드슨의 <파멜라><클라리사> 같은 베스트셀러는 아무튼 소설의 장단점에 관한 격렬한 논쟁을 일으켰다. 몇 년 뒤에 18세기 최대 베스트셀러 두 권이 출판되었다. 1761년 장 자크 루소의 <신엘로이즈> 그리고 1774년 어쩌면 문학사에서 가장 격렬한 감정적 폭풍을 일이킨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가정의 도덕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소설형식을 띤 정신나간 날조의 허접쓰레기는 정신적 해이, 현실감 상실, 의무감 상실, 자아 상실을 야기하고 여자들과 청소년들에게서 겸손과 순종을 없앤다."고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심지어 의학계에서는, 웅크린 자세로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여자들의 자궁에 해롭지 않을까에 대해 토론했다. 아무튼 미덕을 지키려는 남자들이 여자들과 청소년들의 안녕을 걱정하는 것이 확실히 눈에 띈다. 반면, 그런 남자들은 독서중독에 완전히 면역된 것처럼 보인다. (215p)

 

 오늘날에도 많은 남자가 자기네는 소설이 아니라 오직 '합리적인' 글만 읽는다고 주장한다. 그들이 '합리적인 글'이라고 칭하는 것은 주로 실용서나 신문을 뜻한다. ... "남성성은 무엇보다 진지하게 받아들여지는 실용서에 있지만 여성성은 한심한 소설과 연결된다. 진정한 남자는 객관적인 글을 좋아하지. 어떤 형식이든 한 문장도 읽지 않고도 성별 도장이 찍히는 문학, 특히 여성 작가의 주관적인 헛소리는 읽지 않는다."

 

 괴테 시대 남자들은 아내가 묵묵히 바느질, 뜨개질, 청소, 빨래, 요리 등 집안일에 인생을 헌납하지 않고 두꺼운 소설책에 몇 시간씩 빠져 있는 것을 특히 싫어했던 것 같다. 또한 소설에 나오는 남자들이 그들 자신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게 맘에 들지 않았을 터이다. "오락과 시간 죽이기를 위한 독서는 가장 위험한 여가활동이다. 일단 맛을 들이면 중독성이 너무 강해서 다시는 빠져나올 수가 없다."라고 독일 작가 요한 바이어는 1795년 자신의 비평서 <우리 시대의 사치에 속하는 독서에 대하여>에서 지적했다. 신학자이자 역사가인 요한 호헤는 그보다 1년 전에 '현재의 모험적 독서중독이 가정과 공공의 행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이렇게 썼다. "여자들은 환상의 세계를 봐선 안 된다. 만약 그렇게 되면 그들은 아마 재미없는 일상에 저항할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216p)

 

 

우리는 책 앞에서 가장 솔직해진다

안드레아 게르크 저/배명자 역
세종서적 | 2019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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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seyoh

    정말 재미있습니다.
    소설책이 가정과 공공의 행복에 지장을 초래한다니? 그런 생각을 하던 시대가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이 책, 읽을만한 책이라, 리뷰 조차도 감사한 마음으로 읽게 됩니다. ^^

    2019.10.16 14:26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아그네스

      이 책이 독서치료에 대한 책인데 '책에 미친 사람들'에서 있습니다.
      셰익스피어도 여러 번 언급하는데 주로 이름만 나오네요. ㅎㅎ

      2019.10.16 14:31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