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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안 시대(794-1185) 일본 궁녀들은 격리된 집단의 언어적 창의성을 잘 보여준다. 이 여인들은 엄격히 격리되어 '황금 우리' 안에서 살았다. 이 시대의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이들은 얇은 종이가 벽 구실을 하는 방음이 전혀 안 되는 방에서 지냈고, 언제나 감시자가 벽 뒤에서 이들의 얘기를 엿들었다. 궁녀들은 외부 세계와 완전히 차단된 궁전 깊숙한 곳에서 서예나 음악 혹은 서로에게 뭔가를 읽어주면서 평생을 보냈다. 이들에게 허락된 읽을거리는 오로지 가벼운 통속문학뿐이었고, 그것은 확실히 그들의 지적, 정서적 욕구를 채우지 못했던 것 같다. 그들은 한자를 단순화하여 소위 '여성 문자'를 발명했고, 그것으로 감시자 몰래 이야기를 지어내 서로에게 들려주었다. 이런 방식으로 언어의 공간, 총체적 통제시스템에 대한 대안 세계, 말하자면 자유의 언어가 생겨났다.

 

 교육과 문학에서 여자들을 배제하고 그것으로 그들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모든 시대와 문화에서 사용되었고 지금도 사용되는 억압 수단이다. ... (248p)

 

 여자들이 상상 속에서만이라도 자유롭기 위해 뭔가를 발명할 때, 일본 궁녀들은 대단한 인내와 창의성을 보여주었다. 그들은 손수 발명한 도구로, 오늘날 헤이안 시대 최고의 작품으로 인정되는 문학을 만들어냈다. 어떤 이야기들은, 궁녀 무라사키 시키부의 <겐지 이야기>처럼 동화 같은 파격적인 시나리오로 전개된다. 어떤 이야기들은, 창작치료를 방불케 하는 세이 쇼나곤의 유명한 베개 책 <마쿠라 노소시>처럼 호화롭고 억압적인 일상, 궁녀들이 문학적 상상을 통해 도망치고자 하는 일상으로 더 깊이 파고든다.

...

 

 알베르토 망겔은 <독서의 역사>에서 이런 억압적 환경에서 완전히 새로운 쓰기와 읽기 체계를 갖추려면 어떤 용기가 필요한지 상기시킨다. 이 용기는 존재론적 위기에서 자라난다. 평범한 삶에서 차단된 군여 작가들은 직접 지어낸 이야기에서 정체성을 퍼 올렸다. ... 프로이트의 <작가와 상상>에 나오듯이, "모든 상상은 소원 성취이자 불만족스러운 현실의 수정이다." (250p)

 

 

 

 

우리는 책 앞에서 가장 솔직해진다

안드레아 게르크 저/배명자 역
세종서적 | 2019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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