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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의 '묻지마 폭력' 사태를 국가의 치안 역할 부재에 따른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all against all)'의 재래로 분석한다면 오류를 반복하는 셈이다. 일단, 국가는 개인을 보호한 적이 없다. 우리가 생각하는 정상 국가(nornal state)는 이상(ideal) 혹은 이데올로기일 뿐, 인류 역사상 한 번도 그리고 어디에서도 존재한 적이 없다. 국가는 인간 역사로 보면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 '담론'이다.

 

 토머스 홉스(Thomad Hbbes)는 원자화된 개인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시대에 살았으며, 정신도 미세한 물질로 구성되었다고 생각할 정도로 철저한 유물론자였다. 그의 위대함은 가부장제를 인간 본성으로 보지 않고 "이기적인 남성들의 집단적 동의에 의해 탄생한 시민법의 일종인 결혼법"에 의한 '여성의 2차(?) 세계사적 패배'로 인식한 점이다. 결혼 제도로 인해 여성은 만인에서 제외되었다. 홉스의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전제하는 자연 상태는 개인의 탄생과 남녀 불평등의 시민 사회 등장과 관련 있는 것이지, '동물의 왕국'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에 관한 오해는 물질과 담론의 이분법에서 출발했다. 국가는 관계이자 제도이고 상징이지, 실체가 아니다. 국가를 영토, 인구, 주권을 갖춘 실체로 인식시키는 가장 손쉬운 방식은 국가를 의인화된 행위자로 만드는 것이다. 이 의인화된 국가들의 모임이 국제 사회이고, 국제 사회는 약육강식의 정글로 이루어져 있어서 언제든지 힘의 공백이 생기면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것. 이것이 전통적인 국제정치학과 안보 논리의 출발이다.

- [국가의 탈영토화와 국민에 대한 방치] 중에서 -

 

 

 

페미니즘의 도전

정희진 저
교양인 | 2013년 02월

281-28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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