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페미니즘 리포트

[도서] 페미니즘 리포트

김아영,이현주,한고은,박다해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이 책은 지난 몇 년간 한국에서 일어난 여성 이슈들을 취재해온 네 명의 기자가 전하는 탈코르셋 운동, 디지털 성범죄, 남녀 간 노동/임금 차별, 소수자 인권과 차별금지법에 대한 보고다.

 

  네 가지 이슈들을 모아 보니 가부장제 한국 사회가 얼마나 여성들을 전근대 사회 속에 묶어두고 싶어하는지 보이는 것 같다. 여성들은 가부장제라는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으로 서기 위해 애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정에서부터 사회, 경제, 정치, 그리고 디지털 공간에서조차 성차별과 억압으로 신음하고 있거나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현실이다.

 

 아직도 여성에게 암묵적으로 가해지는 감정 노동, 가사 노동, 돌봄 노동, 꾸밈 노동은 한국 사회가 여성들의 희생과 인내심, 성적 대상화에 기대고 있는 그림자 노동이다. 우리나라는 산업화와 민주주의를 이루고 디지털 강국으로 이행하는 길에 저임금 정책과 사회복지 비용을 아끼기 위해 여성의 노동에 의존해왔는데, 하루가 멀다 하고 여성 살해 소식이 들리는 것은 그만큼 여성의 인권이 바닥이라는 반증이 아닐까.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은 그림자 노동으로 착취당하고 친밀한 관계에 있거나 전혀 모르는 남성들의 감정 풀이 대상으로 성폭력을 당하거나 억울하게 죽어간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투 운동를 거치며 일어난 탈코르셋 운동은 단순히 개인의 꾸밈 노동에 대한 거부를 넘어 여성이 이 사회의 주체로 서겠다는 선언으로 개인과 우리 사회의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비록 법적으로는 실패했지만 2017녀 백화점에서 일하는 샤널코리아 직원들의 '꾸밈 노동'에 대한 임금 청구 소송과 한국 철도공사의 성차별적 '전동 열차 승무원 업무 메뉴얼'에 대한 항의가 있었다. 미용실에 가면 남성 컷보다 비싼 여성 컷 비용, 주머니가 없거나 불편한 옷과 교복, 생리대 용품에 매겨지는 '핑크 택스'에 대한 지속적인 비판은 다양한 속옷과 젠더리스 유니폼, 안경을 쓴 승무원과 플러스 사이즈 모델의 등장 등 좀 더 여성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건 모두 여성들의 목소리 덕분이다. 

 

  디지털 성착취물 범죄로 구속 수감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은 최근 대법원에서 징역 42년형을 확정받았다. 작년 한 해 동안 온국민을 경악케한 디지털 성범죄는 현실 세계의 성범죄가 디지털 속으로 옮겨가 빠른 속도로 유포되고 판매되어 수많은 회원을 모으고 공유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여성을 자신과 동등한 인간으로 보지 못하는 여성혐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벌이로 활용되어 디지털 기술을 만나 더욱 광범위한 피해자를 만든다는 걸 잘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지만, 어린 아동을 대상으로 만든 성착취 영상을 판매한 '웰컴투비디오'의 손정우는 1년6개월만 살고 나와 공분을 샀고, 미국에서 손정우의 국제 자금 세탁을 조사하기 위한 인도 요청을 거부한 한국의 사법부는 '사법 주권의 실천과 여죄 추궁을 위한 신병 확보'라는 이유를 들었지만 최근 한 기사에 따르면 그후 손정우에 대해 이루어진 조사가 없다고 한다. 2020년 5월 개정된 성폭력처벌법(일명 'n번방 방지법') 으로 불법 촬영물 소지, 구입, 시청한 행위에 대해서도 죄를 물게 되었다. 성범죄 근절은 엄벌이 답이다.   

 

 2019년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32.5%로 OECD국가 평균인 12.9%보다 훨씬 높은 수치로 최하위권이라 한다. 남성이 100만원을 받을 때 여성은 68만원 정도 받는다는 말이다. 성별 임금 격차의 원인 중 하나가 '성별 직종 분리 현상'인데 여성이 집중되는 직종의 일자리 질이 나쁘다는 것이다. 이 역시 OECD국가 중 가장 높다고 한다. 한국의 '유리 천장 지수' 또한 2019년 기준 OECD국가 중 최하위로, 무려 8년 연속 기록하고 있어 해외 언론에서 '최악의 성 차별' 국가로 악명을 날리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는 조금씩 달라질까? 그나마 다행인 건 20대와 30대 여성 중심으로 성별 직종 분리 현상이 완화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또 유럽에서 성별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실시 중인 '임금 공개법', '남녀 평등 지침', '동일 임금 인증제' 등은 한국도 배우고 따라가야 한다.

 

 2006년 국가 인권위원회가 입법 추진을 권고한 이후 여러 차례 국회에 발의된 차별금지법은 아직도 제정되지 못하고 있다. 국민 의식조사에서 '차별에 대한 대응 정책 차별금지 법률 제정'에 찬성하는 비율이 88.5%인데도, 일부 보수 기독교의 반대로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번번이 무릎을 꿇었다니 참으로 개탄스럽다. 여성,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난민, 성 소수자 등 우리 사회의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꼭 필요한 법인데도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기 어렵다니 한국 사회가 얼마나 기득권자들을 위한 사회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부분이다. 대한민국 헌법 10조에 나오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인권 선언도 차별금지법 제정 없이는 반쪽짜리 선언일 뿐이다.

 

 <페미니즘 리포트>를 읽으며 페미니즘의 이슈가 바로 한국 사회의 발목을 잡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라는 걸 확인한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다.

 

 

 예스24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