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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사회에서 사과의 의미는 타락 일로다. 나 같은 사람은 알아듣기도 힘든 부패 뉴스(예를 들면, 검사의 주식 대박)의 주인공이 여론에 몰리면 어쩔 수 없이 하는 억지 멘트가 사과다. 대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하는데 어이가 없다. 국민들은 그들을 걱정한 적이 없다. 분노할 뿐이다. 사과해야 할 사람이 바뀐 경우는 더 억울하다. 피해자나 약자가 사과할 것을 강요받는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협박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사과는 정의나 시비가 아니라 권력 관계의 문제가 되었다. 사과는 '갑'의 자기 합리화와 마음의 평화를 위해 혹은 숨겨진 죄의식을 덜어주기 위한 제도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지금 우리는 자본과 각종 '갑'들이 통치하는 사회이면서, 동시에 일상적으로 도덕적 기준이 매우 낮은 뻔뻔한 사람들이 지배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사과는 희귀한 일이 되었다. 억울한 일을 당해도 '미안하다'는 말을 들으려 했다가는 상처받고 분노만 쌓일 뿐이다. '아예 기대하지 말라'가 위로가 되는 사회다.

 

낯선 시선

정희진 저
교양인 | 2017년 03월


27-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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