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경제학을 공부한 후 한국은행을 거쳐 20년 가까이 KBS 경제전문 기자로 활약한 박종훈 씨다. 저자가 KBS 홈페이지에 연재한 동일한 제목의 칼럼을 책으로 펴낸 것이다. ‘변화하는 거대한 경제구조 속에서 살아남아 내일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다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전 세계는 1980년대부터 시작된 정보통신 기술혁명이 기대만큼 획기적으로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지 못하면서 경제성장이 지속적으로 둔화되는 위기를 맞고 있다. 초고령 사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우리나라는 청년 실업문제와 저출산, 수출감소, 복지확대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저성장에 직면한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는 온갖 부양책을 내놓지만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 뿐 국민은 국민대로 살기 어렵고 정부는 정부대로 빚만 만들어놓고 난감해하는 처지다. 이에 저자는 왜곡된 경제 구조를 그대로 둔 채 돈을 풀어 경제를 살리겠다는 생각은 도박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한다. 다음은 우리 경제의 근본 문제는 무엇이고 그 해법은 무엇인지를 주장하는 저자의 입장이다.
첫째, 지금의 저임금 기반 수출 주도형 경제 정책을 바꾸어야 한다. 사람이 유일한 자원인 우리나라에서 미래 세대인 청년들이 혁신적인 생산과 경제력 있는 소비 주체가 되도록 청년에게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둘째, 지금처럼 재벌에게 몰아주기 식의 불공정한 경제정책은 지양하고 능력 있는 다양한 업종의 중소기업이 살아날 수 있는 공정한 경쟁 체제로 만들어야 한다. 또 근로자가 소비 주체가 되도록 임금을 큰 폭으로 인상해 기업도 살리고 근로자도 살려야 한다.
셋째, 현재 우리나라 가구의 순자산의 80-90%를 차지하는 부동산은 미국의 금리 인상과 신흥국의 금융 불안 같은 작은 충격에도 위기가 올 수 있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 정책보다 청년과 저소득층의 소득 기반을 살려주는 주택 수요 기반을 만드는 데 장기적으로 주력해야 한다.
넷째,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복지 혜택이 필요한 고령층은 빠르게 증가하는데 청장년층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수 확보가 필요한 정부가 소수의 부유층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감세 조치를 취하는 것은 공정성 문제를 떠나 경제 구조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다섯째, 경기 부양책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언젠가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하는 정책이다. 앞으로 다가올 저성장 시대는 단 한 번의 손실로도 회복하기 어려운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개인은 중요한 거래를 할 때 경쟁 은행의 조건도 확인하고 비교한 후 선택해야 후회가 없다.
여섯째, 재벌 세습이 일상화된 한국은 부의 불균형을 심화시킨다. 따라서 가난한 사람들의 사회 불만에 따른 파괴적 행위와 경제 시스템 전체의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이는 투자가 위축되어 경제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소비 기반을 붕괴시키는 부의 편중은 정부가 바라는 낙수효과가 작동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일곱째, 불황을 넘기는 가장 강력한 엔진은 사회 안전망, 즉 복지 확충이다. 복지는 단순히 분배가 아닌 성장 잠재력에 대한 투자다. 경제가 저성장기에 있을 때 실시하는 경기부양책은 특정 이익 집단에게만 이익을 주는 비효율적인 부양책이다. 아동과 청년들에 대한 복지는 우리의 미래에 투자하는 것임을 영국과 독일의 성공 사례가 잘 보여준다.
여덟째, 우리나라에 구조적인 장기 불황을 몰고 오게 된 근본원인은 인구 구조의 악화와 경제 혁신의 정체, 그리고 거듭된 부양책이 가져온 빚더미 등 크게 세 가지다. 이 가운데 급속한 인구감소는 한 나라의 생산과 소비 침체로 이어지고 경기 불황을 넘어 공멸로 가는 최악의 길이다.
아홉째, 21세기에 가장 소중하고 대체할 수 없는 자원은 ‘청년’이다. 공정한 거래와 분배를 통해 노력하면 누구든지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중소기업의 아이디어가 대기업에게 잠식당하지 않게 보호하고 청년들에게 투자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미래를 살리는 길이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은 “경제의 버팀목이 될 중산층을 강화하고 미래세대와 청년들에게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려스럽게도 정부의 그러한 노력이 미진한 가운데 지금 한국 사회는 빈부격차가 크게 벌어져 중산층이 얇아져가고, 사회 불안 요소가 곳곳에 잠재해 있으며, 청년들은 삼포세대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자조하는 처지다. 20세기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올바른 물음을 던질 때라야 올바른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타래처럼 얽힌 우리 경제가 살아날 길은 무엇보다 먼저 문제의 근본원인을 정확히 찾을 때 가능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종훈의 대담한 경제>는 우리 경제가 처한 문제의 원인을 객관적 시각으로 가감 없이 지적할 뿐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어 이 시대 우리 경제의 해법을 찾기 위한 필독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