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한국인이 외국인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은근히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외국인을 만나는 기회를 가질 때마다 묻곤 했다.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국 사람이 어떤지. 몇 년 전 캐나다인인 매제로부터, 한국은 일본보다 역동적이어서 살기에 흥미로운 나라라는 것과 한국인은 감정적이라 논리적으로 비판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다. 다른 데서도 비슷한 얘기를 들은 터라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한국인의 심리 코드>를 읽고 보니 이렇게 묻는 내 행동은 자신의 정체성을 외부의 권위 있는 존재나 새로운 타인으로부터 확인받고 싶어 하는 오늘날 한국인의 모습이라고 한다. 왜 그럴까.
이 책에서 저자는 겉모습에 가려진 한국인의 속마음, 즉 이중성을 드러내는데 곧 나의 이중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있어 보이는 사람'과 '없어 보이는 사람'에 대한 차별, '대세(트렌드) 추종' 심리, '성공과 출세'에 대한 이중적 태도, '부자'에 대한 경멸과 부러움, 전인교육은 사라지고 성공의 발판이 된 교육,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차이, 영웅형 리더십에 대한 허상, 자기 부정에 빠진 한국인, 겉과 속이 다른 결혼생활과 높은 이혼율 등에서 한국인의 보편적인 모습이자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인과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럼 한국인은 왜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 살지 못하고 이런 저런 흐름과 유행, 남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가. 이에 대해 저자는 현재 한국인과 한국사회는 정체성 혼미 또는 정체성 유실 상태에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과거보다 물질적으로 풍족해졌지만 지난 100년 사이 겪은 역사적 경험으로 인해 자기가 자기가 되지 못하는 자기소외를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부의 압력으로 인한 근대화와 식민지, 분단과 전쟁으로 파괴된 상황에서 오늘날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루기까지 노력해왔지만 자신의 성공에 대한 확신이나 자신감이 불확실한 심리상태에 놓여있다고 한다. 일제 식민지와 분단 상황, 군부독재 시절을 거치며 자기부정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던 역사적 경험이 오늘날 한국인에게 체화되어 있다는 걸 비로소 알게 된다.
작년에 본 영화 <밀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본인보다 더 일본인처럼 행세한 친일 한국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어쩌면 그가 바로 내 모습이기도 하다는 걸 깨닫는다.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제대로 볼 수 없었던 나 자신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의 겉모습과 속모습을 발견하고 씁쓸하기도 하다.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살지 못하는 지점을 이제라도 발견하고 돌아보는 기회가 되어 다행이다. 성공을 원하여 자기 변화를 꾀하고 싶지만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지 못하는 한국인의 딜레마에 대한 분석과 대안 제시도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