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사랑의 근본 틀이다. 이 틀에서 사랑이 싹튼다. 그러니까 사랑에는 운명이 있다. 갑자기 나타나거나 새롭게 나타나는 사랑의 대상은 결코 없다. 나를 위한 사랑의 대상은 어딘가에서 늘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 대상을 찾는 과정이 바로 사랑의 과정이다. 정신과 전문의로서 우리에게 심금을 울리는 글을 전해 주는 김혜남은 이렇게 말한다.
" 어느 날 어떤 대상에게 갑자기 빠져들게 되는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즉 우리는 처음에 상대방에게 무조건적으로 빠지는 게 아니라 매우 조건적으로 빠져든다. ... 특히 첫눈에 반하는 사랑의 경우 그 대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그리고 있던 연인의 모습에 가까운 사람이며, 그 대상은 자신의 내적 상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중 가장 흔한 것이 부모와 같은 유형을 찾는 경우다."
김혜남이 말하는 사랑에 빠짐은 프로이트가 말하는 오이디푸스적 사랑에 근거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결국 인간은 자신이 갖고 있는 어떤 틀 안에서 사랑을 하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사랑이란 이전 감정의 재편집이며 모든 사랑은 재발견되는 것일 뿐, 새롭게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김혜남은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사랑은 무의식의 운명이다. 오랫동안 자기의 무의식에서 갈망하던 대상이 그 사람이며,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 자신이 내적으로 필요로 하는 바로 그 사람인 것이다" 라고 말한다. 이처럼 사랑은 심적 결정론과 깊은 연관이 있다.
<첫사랑은 다시 돌아온다> 13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