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한 권으로 읽는 일제강점실록

[도서] 한 권으로 읽는 일제강점실록

박영규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일제강점기 역사는 두 가지 점에서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하나는, 학창시절 너무 간략하게 다루고 지나간 후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눈에 띄는 역사책을 만나지 못해 몇 가지 사건을 제외하면 잘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우리의 근대화가 일제강점기에 이루어진 데 비해 자세한 과정이나 모습을 알 수 없어 답답했다는 점이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데는 일제강점기의 역사적 사실과 함께 이런 궁금증을 풀고자 하는 바람이 있다.

 

  일제강점기에 대해 궁금한 것 중 하나는 <암살>을 비롯해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 나오는 귀족의 호칭이 언제부터 사용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이 책을 보니 1910년 8월 29일 한일합병조약을 발표함과 동시에 '한국황실예우조서'와 더불어 '조선귀족령'을 공표한 사실이 나온다. '일본황실은 한일합병에 찬성하고 협조한 공로자들에게 작위와 은사금을 내렸다.' 이른바 친일파 76명에게 작위를 주었다. 이재완을 비롯한 황실의 친인척 6명이 후작의 작위를 받았고, 을사오적인 이완용을 비롯하여 3명이 백작의 작위를 받았다. 또 을사오적인 박제순과 권중현을 비롯하여 을사늑약과 한일합병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 관료들 22명이 자작의 작위를 받았다. 이외에도 45명의 친일파가 남작의 작위를 받았다. 이가운데 일부는 작위를 반납하거나 독립운동에 가담해 박탈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당시 한일합병조약은 무력과 협박에 의한 강제조약이었을 뿐더러 절차상으로도 국제법상의 문제가 있는 불법적인 조약이었다.

 

  학창시절 배운 항일무장투쟁의 성공적인 사례로 홍범도가 이끌던 봉오동전투와 김좌진이 이끄는 청산리전투를 알고 있다. 그런데 10여 회에 걸친 전투에서 독립군이 대승을 거두자 패배한 일본군이 패전에 대한 보복으로 간도지역에 사는 한인들을 무차별 학살한 경신참변을 일으킨 사실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1920년 10월에서 11월 사이에 일어난 이 사건으로 희생된 사람은 3696명이고, 체포된 사람이 171명, 강간당한 부녀자가 71명이었다고 한다. 가옥 소실이 3288채에 이르고 학교 소실이 41개교, 교회가 16곳 소실되었다고 한다. 간도 지역 8개현에 걸쳐 초토화시켰다고 하니 독립군을 뿌리뽑기 위해 얼마나 끔찍한 짓을 저지른 것인가.

 

  일제는 1930년대 중반부터 내선일체를 강조하며 조선민족말살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이때 사회계몽 운동을 주도하던 지식인 계층의 변절이 속출했다고 한다. 1920년대부터 친일 행각을 보인 최남선은 일찍이 3,1독립선언문을 작성한 인물인데 1933년부터 총독부의 정책을 옹호하고 중추원 참의로 활동했다고 한다. 친일분자로 변절한 문인들은 이광수, 김동인, 주요한, 김동환, 모윤숙, 박영희 등이다. 연극계의 유치진, 여성계의 김활란, 박인덕, 음악계의 홍난파와 현제명, 미술계의 김은호와 김기창이 대표적인 친일 인사다. 또 불교계의 이회광, 기독교계의 박희도와 김길창 등이 있다.  

 

   지금까지 일제강점기에 우리말과 일본어를 혼용해 사용했다고 나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나의 순진한 생각이었나 보다. 일제는 2차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에 조선교육령을 개정해 소학교를 국민학교로 명칭을 바꾸고 한국어 학습을 전면 페지했다고 한다. 아이들은 학교에서는 물론 사회 전역에서 우리말을 사용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한국어로 발행하는 잡지와 일간지가 폐간되고,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만 우리말로 발표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한국어말살정책의 표본이 바로 조선어학회 사건이다. 기차 안에서 친구와 우리말을 주고받던 학생을 취조한 일본 순사는 조선어학회가 있고 조선어 사전을 만들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최현배를 비롯하여 한글 학자들을 잡아들였다. 16명을 기소해 이중 12명을 재판에 회부해 2년에서 6년에 걸쳐 징역형을 살게 했다.

 

  2차대전이 한창인 1943년 3월에 일제는 징병제를 실시하여 한국 청년들을 강제로 입대시키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학도병 지원제를 만들어 4500여 명의 학생들이 전장의 총알받이로 떠나야했다. 또 여성들은 정신대에 편입시키고 1년간 의무적으로 복무하게 했다고 한다. 정신대에 편입된 여성은 군수공장과 위안소로 나뉘어 끌려갔다. 위안부라는 이름의 여성들을 성 노예로 부리기 시작한 것은 1931년 만주사변 때부터다. 이들 대부분이 가난한 집의 딸들이었는데 취업을 미끼로 끌려 오거나 폭행이나 협박으로 잡혀왔다고 한다. 일본이 패망한 후 위안부 여성들이 제대로 살아돌아온 게 아니다. 그들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일제는 동굴이나 참호에 모아놓고 집단 학살을 하고 묻었다고 한다. 또는 배에 태우고 가다가 기뢰에 부딪혀 수장시키기도 했다고 한다. 결국 현지에 버려지거나 미군에게 인계된 소수만이 살아왔다고 한다. 살아온 여성들도 대부분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병마에 시달리며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 

 

  비록 변절로 인해 치욕스런 생명을 영위한 지식인들도 있었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의병이거나 독립군이거나 그들과 함께 하며 독립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쳤다는 걸 알고 새삼 숙연해진다. 대종교를 창설하고 죽음으로 독립운동을 촉구한 나철, 사이토 총독 암살에 나선 백발의 우국지자 강우규, 입헌군주제를 꿈꾸던 개화사상가 유길준, 독립운동의 선봉에 선 이상설, 민족운동의 중심에 선 천도교 교주 손병희, 민족사를 정립한 독립운동의 큰 별 박은식, 공군 독립군단 양성을 꿈꾸었던 노백린, 사회계몽운동의 주춧돌이 된 이상재, 민족운동의 요람 오산학교를 세운 남강 이승훈, 항일 무장투쟁의 대명사 백야 김좌진, 독립운동의 주춧돌이 된 무정부주의자 이회영, 민족혁명을 통해 사회주의 독립국가를 염원했던 이동휘, 글과 행동으로 민중주의를 실천한 단재 신채호, 남만주 독립운동의 기둥 일송 김동삼, 독립 운동의 기초를 설계한 도산 안창호, 사랑방을 독립운동의 산실로 내준 우강 양기탁, 임시정부의 수호자 석주 이동녕과 김구, 전방위적 항일투사 만해 한용운, 나라 잃은 청년의 고뇌를 노래한 윤동주, 안중근, 윤봉길, 이봉창 등과 여기에 미처 소개되지 못한 항일독립투사들에게 감사하다.    

 

 

 

 

 이 리뷰는 서평단에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1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산바람

    읽고 싶어 서평단 신청을 했다가 떨어진 책인데 아그네스님의 서평으로 궁금증을 해소하게되어 기쁩니다. 그리 새로울 것 없는 내용인 것 같은데 만주 지방의 독립군 근거지 말살정책
    등은 새롭게 느껴집니다. 그들은 우리에게만 그렇게 한 것이 아니고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들에게도 똑같은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요즘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습니다.해방이 되고 이어진 정치관계에서 일본인들의 앞잡이들이 어떻게 암약했는지 하는 내용이 빠진 것이 좀 아쉽게 느껴집니다.

    2017.08.29 20:28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아그네스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일제강점기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기보다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게 된 것 같아요. 앞에서 제가 언급한 작위에 대한 부분은 [암살] 같은 영화를 보면서 참 궁금했던 건데 마침 앞부분에 나오더라구요. 일본의 제국주의국가로서의 침탈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과 여러 동남아 국가들에 걸쳐 행해졌다는 걸 저도 위안부 소녀 이야기를 다룬 [나비가 된 소녀들]을 읽고 알게 됐어요.
      산바람 님이 언급하신 대로 해방후 친일파들의 활동과 정치관계가 빠져서 아쉽네요.

      2017.08.30 20:18
  • 파워블로그 seyoh

    그 때에 내가 살았더리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리뷰를 읽었습니다,
    나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살았을지?
    리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7.08.30 08:5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아그네스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그당시에 내가 살았더라면 어떠했을지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아마도 정신대로 끌려가지나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니 끔찍하더라구요. ㅠ

      2017.08.30 20:19
  • 파워블로그 오우케이

    일제 시대의 아픔속에서도 나라를 위해 싸우셨던 분들 덕분입니다.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

    2017.08.30 14:58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아그네스

      이 책을 통해 나라를 파는 데 앞장섰던 친일파들이 많았다는 걸 알고 놀랐는데
      그보다 훨씬 더 많은 항일독립투사들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도 분단이 됐으니 안타깝지요...

      2017.08.30 20:21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