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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타 아르헤리치

[도서] 마르타 아르헤리치

올리비에 벨라미 저/이세진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아르헤리치가 연주한 음반을 발매 건수에 비해 많이 보유하고 있지는 않다. CD만 개략 20여 장 정도 갖고 있을 뿐 영상물은 하나도 갖고 있지 않다. 그의 연주에 대해 관심이 전혀 없지 않지만 열혈 팬이지도 않다는 뜻이다.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다. 이렇듯 뜨뜻미지근하게 그를 대하게 된 데에는 내가 선호하지 않는 연주자인 미샤 마이스키와 합을 맞춰 연주하고 음반도 발매했다는 사실이 가장 크게 작용하였다. 그의 연주를 듣다 보면 너무 속주로 달리다가 음을 뭉개는 듯 들릴 때가 있어서 귀 밝은 이에게 문의하니 빼먹는 음표를 페달링으로 커버한다는 답을 받았던 점도 그에게 빠져들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을 대하기 전에 아르헤리치에 대해 들어서 알고 있던 정보는 어린 나이에 부소니 콩쿠르와 제네바 콩쿠르에서 우승하였으며 1965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로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는 정도와 천재로서 불꽃 같은 연주를 들려준다는 점, 그리고 미켈란젤리의 제자로 들어갔지만 배운 것은 없었다고 하더라는 정도였다. 그에 대해 너무 아는 게 없는데다 그의 연주를 제대로 알아들을 귀도 갖지 못한 채 관심 밖의 연주자로 두기에는 그의 이름값이 거대하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던 상태에서 그를 주인공으로 한 평전이 나왔음을 알고 손 번쩍 들어 책을 구했다.

 

책은 시간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는 편년체로 기술되어 내용의 뒤섞임 없이 읽을 수 있다. 거기에 마치 활극 소설을 보듯 이야기 속으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글쓰기가 더해져 마음 먹고 읽으면 한달음에 다 읽어낼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읽는 재미가 크다. 전에 읽었던 리흐테르, 회고담과 음악수첩과 비교하면 분석적인 글이라기 보다는 같이 놀자고 빨아들이는 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르헤리치라는 열정과 폭발과 자유를 보여주는 데에는 매우 유효한 글쓰기 방식이라고 본다.

 다만 몽생종이 리흐테르의 연주와 녹음 데이터를 표 등으로 정리하여 보여주었듯이 아르헤리치의 연주와 녹음을 세부적으로 정리하여 제시하였다면 그의 음악 인생을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의 뒷부분에 그가 발매한 주요 음반들의 목록이 나오는데 실제 연주회를 포함해서 연도 별, 장소 별 연주 곡목 등을 제공했다면 연주곡목 등의 변화를 통해 아르헤리치를 이해하는 단서를 더 갖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살짝 남는다.

 책에는 굉장히 많은 연주자들이 등장하는데 나로서는 이름이라도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또 많은 경우는 음반을 통해 그들의 연주를 접했던 지라 읽는 재미가 더하기도 했다. 여기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라면 다소 애를 먹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염려가 드는 대목이기도 하고.

 

22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의 각 장은 아르헤리치가 머물렀던 도시-일부는 거리 명-를 제목으로 삼고 있다. 그가 일정 기간 동안 머물면서 그의 인생에 변곡점이 된 장소이거나 변화를 유발한 장소들이다. 아르헤리치 자신의 성정은 일정하게 유지됨에도 불구하고 그의 삶은 적지 않게 파도를 탄다. 예를 들면 결혼 생활 같은 게 그럴 텐데 실상 아르헤리치는 대범하게 툭툭 쳐나가는 듯하다. 나라면 생활인으로서의 아르헤리치는 절대 곁에 두고 싶지 않은 인물일 테다. 야행성인데다 담배는 연신 피워대며 정리정돈 안 하는데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즐기니 말이다.

 책의 초반은 아르헤리치의 천재성을 설명하는데 많은 양을 할애한다. 그런 천재라면 아무것도 두렵지 않을 것 같은데 불안감 때문에 연주회를 취소하고 레퍼토리를 바꾸고 도망가기도 한다. 유명한 연주자들이 이런 모습을 많이 보이는데 각자 실제 사정이야 어떤지 모르겠지만 음악이 이들을 누르는 압박이 상상을 초월하는구나 싶다. (리흐테르는 그런 취소를 다르게 설명한다)

 추가로 아르헤리치가 자신이 남긴 녹음이나 실행했던 연주회에 대해 남긴 스스로의 평가가 추가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그런 얘기를 아예 들을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그가 들려주지 않았던 탓인지 모르겠다. 아르헤리치가 스스로를 돌아보는 부분이 들어갔다면 책의 의미가 더 깊어졌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의 천재성과 삶을 다루는 이야기도 의미있고 재미있지만 음악에 대한 그의 고민이 잘 보이지 않는 점도 아쉽다. 하다못해 이 곡은 이런 부분을 연주하는데 기술적인 어려움을 느낀다거나 이런 악상이 마음에 들지 않아 연주하지 않는다던가 하는 관점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리뷰를 마무리하면서 지금까지 들어본 아르헤리치의 연주 음반 중 바흐의 토카타 C단조, 파르티타 2, 영국모음곡 2번을 연주한 음반과 넬손 프레이레와 연탄한 생상의 동물의 사육제가 수록된 음반, 아바도와 협연한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 음반은 발품을 팔아 찾아서라도 꼭 들어보시라고 권유 드린다. 유투브에도 올라와있으니 검색해서 들어보시기를.

 이제 글은 그만 쓰고 쟁여둔 그의 EMI 음반들 위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어 CD Player에 올리고 맥주 한잔 곁들여야겠다. 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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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아자아자

    일상에 늘 음악이 있는 분이셔서 리뷰도 다르구나...
    기사로만 읽어서 이 책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렇게 책이 왔다면 책으로만 이해했을 어떤 것들을(음악을 전혀 모르니), 고독한선택 님은 비교분석(?)하여 결론 도출을 내시는 리뷰십니다. 덕분에 궁금했던 책을 이렇게라도 알게 되는 유익한 리뷰였습니다.

    2018.03.16 12:33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CircleC

    미샤 마이스키에 대한 의견이 저랑 비슷하셔서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싶네요^^;
    아쉽게 생각하시는 부분 정말 잘 짚어 주셨네요. 이 책을 읽지 않아도 말씀하신 부분이 있었다면 더 좋았겠구나 절로 공감됩니다.

    2018.03.22 07:56 댓글쓰기
  • 엘더플라워

    바흐의 토카타 파르티타 영국모음곡 들어볼게요.. 저는 멜론을 써요

    2018.09.02 00:15 댓글쓰기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