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에 선물하고 싶은 책이라.
사실 책 선물은 어른이든 어린이든 조심스럽다. 잘 안 하는 편이기도 하고. 이런 책은 어떤가요, 이 책 읽어보니 좋더라고요, 한번 읽어보세요 정도는 하지만 굳이 사서 건네는 일은 주의하게 된다. 상대방의 생각과 관심을 깊이 있게 파악하지 못한 채 책을 선물하면 보통은 읽히지 못하고 구석으로 내몰리는 처지가 됨을 아는 까닭에서이다.
그래도 어린이, 범위를 확대해서 중학생까지라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과 로알드 달이 쓴 책들을 큰 고민하지 않고 선물할 수 있겠다. (그 이상 나이 대는 읽지 못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 두 사람이 쓴 책들 중에서도 린드그렌이 쓴 <사자왕 형제의 모험>을 올해의 어린이 날 선물로 골라본다.
<사자왕 형제의 모험>은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의 고학년 정도가 되어야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동화(?)라고는 하지만 죽음과 사후 세계에 대해 열린 생각을 펼쳐 보이는 판타지물인 까닭이다. 막연한 두려움을 떠나 어느 정도 죽음을 철학적으로 느끼는 시기에 도달했다면 책의 내용을 더 잘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죽음이 주요한 주제이지만 죽음을 공포 소설의 그것처럼 다루지는 않는다. 죽음 이전과 이후의 세계의 모두에서 두 형제의 우애가 그들 앞에 펼쳐지는 갖가지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열쇠가 된다. 형 요나탄의 사랑을 통해 동생 카알은 장애 상황을 살아내고 죽음 이후의 세상에서 훌쩍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제목-원제는 Brothers Lionheart이다-이 의미하는 바와 같이 둘은 스스로 난제 해결의 주역이 되는 용맹성을 발휘한다. 현실이 있고 모험이 있으며 상상력을 북돋우는 환상이 동반된다.
대상 독자를 어린이로 설정했다고 해서 아름답기만 하고 좋기만 한 얘기를 늘어놓지 않는데 린드그렌 소설의 장점이 있다. 오히려 더 냉정하게 세상의 모습을 드러낸다. 세상을 우회하고 싶어 하는 어른이 아니라 그런 세상을 겪게 될 어린 독자들을 위한 린드그렌의 배려이다. 우리는 모두 안다, 세상은 그렇게 아름답지만 않다는 것을. 그리고 그런 세상을 살아가게 하는 힘 중의 하나가 사랑이며 협동/연대임도 안다. 린드그렌은 그와 같은 사랑과 협동/연대의 중요성을 어린 친구들에게 넌지시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