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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올해의 책 2019
만화로 배우는 와인의 역사

[도서] 만화로 배우는 와인의 역사

브누아 시마 글/다니엘 카사나브 그림/이정은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선사 시대지금으로부터 약 12천 년 전으로 추측의 발효 포도즙 발견을 와인 탄생의 시작점으로 짐작하는 설명으로 책은 시작한다. 전에 읽었던 몇 종류의 와인 관련 자료에서도 이렇게 추정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던지라 새롭지는 않다. 다만 토기의 발명이 포도 발효를 일으킨 것처럼 설명하는 내용은 불확실하다. 가능성이 높은 접근이지만 자연 상태의 포도가 지나치게 익은 상태를 맛본 누군가가 이를 먹기 위한 방법을 고안하던 중에 나왔다는 설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위 내용에 앞서 최초의 포도 경작자로 성서의 노아가 소개되지만 이는 신화의 영역일 뿐 역사는 아니라는 정도로 언급하고 싶다. 책에서는 모호하게 이 소개를 끝맺음해서 불편하다. 밝혀진 역사, 적어도 합리적 추정으로 구성된 역사가 아닌 부분은 명확히 구분해서 설명해야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혼란스럽지 않으리라고 본다. (이 뒤에서도 고고학의 발견이나 과학적 증거에 의해 입증되지 않은 내용들이 밝혀진 역사의 사실과 뒤섞여 나온다.)

  지금까지 발견된 근거에 따르면 와인이 양조된 최초 시점은 약 1만 년 전이고 지역은 흔히 비옥한 초승달이란 이름으로 알려진 서아시아였다. 아래 그림에서 보면 아나톨리아에서 나온 발견물이 가장 오래된 것으로 연대를 기록하고 있다. 와인에 대한 기록이 맨 먼저 등장한 것도 그 동네의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자리 잡았던 수메르인들의 유물에서다. 그런데 아나톨리아보다 2천 년 가량 늦게 와인이 양조되었다는 조지아는 자신들이 와인의 종주국임을 내세우며 최근에는 조지아 입국 시 자국 와인을 한 병씩 선물한다고 한다. 어디를 처음으로 보면 될까. 아나톨리아? 아르메니아? 조지아? 이 문제를 좀 더 세밀하게 다루어 관련 이슈를 이해할 수 있게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이러저러한 점에서 종주국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정도는 포함해도 되지 않았을까 한다. 나는 많이 궁금하다.

  이 이후에 펼쳐지는 이야기는 와인의 역사는 세계 정복의 오랜 역사라고 프롤로그에서 밝힌 바를 따른다. 처음에 이 표현을 읽을 때 다소 혼란스러웠다. 원문에 어떻게 쓰여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누군가의 정복 경로가령 알렉산드로스의 원정이라든가 제국주의의 팽창 등를 따라 포도 재배가 확산되고 와인의 주조도 따라가면서 와인이 전세계화 되었다는 의미인지 그런 것과 상관없이 와인 문화가 별개의 루트를 따라 퍼져서 지금처럼 대중화되었다는 뜻인지 감이 안 잡혔기 때문이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위의 의미를 복합해서 했던 표현이라고 이해한다. 내 혼란에 대해 길게 얘기한 것은 이 책이 이런 두 가지의 큰 방식으로 와인이 세계로 퍼지고 일상의 술이 된 과정을 설명함을 일러두기 위함이다.

  와인의 탄생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지만 오늘날 우리가 아는 형태의 와인은 기원전 1천 년 경의 지중해 지역에서 등장한다. 그리스 와인은 이 지역에서 커다란 교역의 대상이 된다. 이제 당시 유럽의 패권이 로마로 이동하면서 이탈리아 반도 전역에서 포도 재배가 이루어지고 그들의 정복 경로를 따라 지금의 프랑스인 갈리아, 에스파냐 등 전 유럽 지역으로 포도 생산이 확장된다. 와인의 탄생지인 서아시아 및 중동 지역에서도 와인 문화가 발달하지만 음주를 제한하는 이슬람교가 세력을 얻게 되면서 일종의 제동이 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흘러가면서 와인 생산을 위한 포도 재배는 온 세상 모두가 하는 일이 된다. 그 이야기는 이 리뷰에서는 하지 않겠다. 스포일러니까. 궁금하다면 이 책을 구해서 보시기 바란다

  책이 만화의 형식으로 역사를 설명하는 만큼 그 진행은 주요사항 중심의 큰 컷으로 이루어진다. 와인에 대한 미시사가 아니라 거시사를 보는 셈이다. 하지만 담겨있는 정보는 만만한 수준이 아니다. 단순히 포도나무가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간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질 좋은 와인을 만들기 위해 인간이 무엇을 했는지 다룬다. 포도나무의 재배 지역을 확대하고 그 나무를 그 지역에 맞게 개량하며 발효 및 보관 방법을 바꾸고 물류를 개선하는 등 지금의 와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도도하게 펼쳐진다. 따라서 책이 건드리는 각종 내용에 대한 배경 지식을 갖추고 있다면 책을 따라가는데 더 수월하리라 본다. 배경 지식 없으면 이해하지 못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런 지식이 없으면 책이 주는 대로 머릿속에 입력하게 되는 것이고 그런 지식이 있다면 이 책의 내용을 그런 지식과 연계해서 확장하는 시너지 효과를 내거나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게 될 테다. 예를 들면 성서나 서양 중세사에 대한 이해, 근대 과학사에 대한 지식 및 와인 세계에 대한 기본 지식프랑스의 DOC나 이탈리아의 DOCG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면 책에서 이 부분을 간략히 다루면서 드러내지 않은 사항까지 떠올릴 수 있다등을 거론할 수 있겠다. 이 책을 읽고 그런 지식을 충족시키기 위해 자료를 찾아보게 된다면 의미 있는 긍정의 부수 효과를 거둔 셈이겠다.

 

무척 재미있게 읽었고 얻은 바도 많다. ‘이런 일이 있었네.’ 같은 것도 있고 다른 책을 보면서 궁금하던 점을 해소한 경우도 있다. 와인 시장의 확대나 친환경 와인의 증가 등 향후에 대한 전망까지 반영한 점은 또 다른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그렇게 좋은 만큼 책에 대한 아쉬움도 남는다. 원저의 보완을 바라기는 쉽지 않겠지만 번역본의 편집에 반영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몇 가지 거론한다.

  첫째, 지도가 등장할 때 해당 지역에 대한 지리 지식이 없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가끔  등장한다. 지역을 세부적으로 보여줄 때 그런 경우가 나타나는데 옛 지명으로 나오는 지역이 현재의 지명으로 하면 어디에 해당하는지 등 비교할 수 있는 자료가 주어지면 좋겠다.

* 가령 위 그림에서 부르디갈라는 지금이 보르도이다. 설명이 없다면 이를 알 수 있을까

  둘째, 프랑스 와인에 대한 설명이 매우 상세하게 이루어지는데 비해 다른 지역에 대한 설명이 다소 부족하다. 세계 제일의 와인 생산국이라는 이탈리아지금도 세계 1위인지는 잘 모르겠다나 스페인, 독일 등을 위시해서 와인의 최초 발생지인 조지아 등에 대한 역사는 너무 짧거나 없다. 오히려 미국, 호주 등 소위 신세계 와인에 대한 정보가 더 풍부한 편이다.

 

어쨌든 지금까지 읽었던 책이나 자료에 병행해서 활용하면 와인에 대한 이해를 배가할 수 있을 좋은 정보 항아리를 얻게 되어 흡족하다. 와인 공부를 시작하는 분들께도 꽤 도움이 될 내용이 풍부해서 읽어보기를 권할 만하다.

  오늘 저녁엔 아래의 슬로베니아산 내추럴 와인을 한 병 따야겠다. 몸도 많이 나았고 빨간 날이니까.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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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찻잎향기

    만화로 읽는 와인의 역사 - 책을 가만가만 보고 있다 보면. 와인이 땅길 것 같아요. 오늘 빨간 날, 와인 한 병 따셨는지요?
    그리고 저자가 프랑스 와인에 대한 호감이 많은가 봅니다. 아니면 그쪽 자료가, 다른 지역에 비해 충분했거나. ㅎㅎ

    2019.12.25 16:13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고독한선택

      프랑스 얘기가 강한 것은 저자들이 프랑스 사람인 영향이 있어 보입니다.
      와인은 잘 마셨습니다. ^^

      2019.12.27 20:23
    • 파워블로그 찻잎향기

      우수 리뷰 축하드려요 ^^

      2019.12.28 20:08
  • 파워블로그 책찾사

    우수 리뷰어로 선정되심을 축하드립니다. ^^
    평소 와인을 좋아하시는 것 같았는데, 이렇게 관련있는 책으로 좋은 결과를 이루셨네요.

    2019.12.27 17:0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고독한선택

      고맙습니다, 책찾사님.
      와인은 좋아한다기 보다는 그냥 마시는 편입니다. 책찾사님의 리뷰도 잘 읽었습니다.

      2019.12.27 20:25
  • 가네토이사오

    와인의 역사를 알다

    2019.12.27 17:10 댓글쓰기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