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경계의 음악

[도서] 경계의 음악

에드워드 사이드 저/이석호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오리엔탈리즘>으로 유명한 에드워드 사이드의 클래식 음악 비평집이다. 그의 비평 역량이 알려진 후 이곳저곳에 기고했던 칼럼을 모아서 실었다. 따라서 세분해서 보자면 한 주제에 대해 일관되게 논하지 않고 다양한 주제가 뒤섞여 있다. 책은 주제 별로 내용을 구분하지 않고 칼럼이 작성된 시기에 따라 1980년대, 1990년대, 2000년대로 구분사이드가 2003년에 사망해서 2000년대가 마지막하고 있으며 각각의 연대 안에서도 작성 시점의 순서에 따라 글을 수록했다. 책의 마지막에 선집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걸로 봐서 사이드가 쓴 모든 비평을 실지 않았다고 본다.

 사이드는 클래식 음악의 거의 모든 영역에 관심을 표명한다. 피아노 연주 분야에 비평의 많은 부분이 할애되지만 교향곡을 비롯한 관현악 연주나 오페라 공연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고 글을 쓴다. 주로 자신이 참석했던 공연을 기준으로 연주를 평가하지만 녹음된 연주를 평가하는 경우도 있다. 연주 내용뿐 아니라 지휘자, 연주자 등에 대한 인상 비평도 보인다. 음악 관련 도서에 대한 비평도 담겨있고 (서평에 기댄 게 많지만) 이미 세상에 없던 작곡가들에 대해서도 논한다. 사이드는 자주 사회구조와 클래식 음악을 연결해서 이해함으로써 사회 비평을 추가하는 혜안을 발휘하는데 이것들이 무릎을 탁 치게 한다. 이 모든 내용을 읽고 나니 클래식 음악 자체와 이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이해가 넓어짐을 느낀다.

 연대 별로 구분된 바를 읽다보면 똑같은 주제에 대한 사이드의 인식이 어떻게 확장되고 변화하는지 볼 수 있다. 매 시기마다 등장하는 글렌 굴드 평가가 대표 사례이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도 두 차례 등장한다.

 그가 언급하는 공연이야 대부분, 아니 모두 본 적이 없으니 그의 평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들 수는 없다. 그저 이렇게 보고 들었구나 하고 느끼는 수밖에. 그렇지만 그의 비평을 읽을 때 연주의 일반적인 인상에 대해서는 나도 감정이입하고 내 뇌 속에 쌓아두었던 나름의 생각을 입혀 동참할 수 있다. 내 생각과 일치하는 내용, 내 생각을 강화시켜주는 내용을 만날 때에는 뒷배가 든든한 우군을 만난 듯 반갑다. 글렌 굴드에 대한 한없는 찬양과 언드라시 시프에 대한 칭찬, 피아니스트인 알프레트 브렌델과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에 대한 비판이나 지휘자인 조지 셀과 프리츠 라이너 등에 대한 직설 등이 그런 반가움의 예가 되겠다. 하지만 내 생각과 맞지 않는 내용을 접할 때에는 자세하게 반박할 역량은 없지만 불만스럽거나 내가 뭘 잘못 이해한 건가 하는 불안감이 스민다. 마우리치오 폴리니에 대한 고평가가 그런 불만 사항 중 하나이다.

 오랜 시간 붙들고 읽었지만 읽을 때마다 흥미로웠으며 내용과 형식 모두에서 많이 배웠다. 번역은, 가끔 낡은 어투가 보이는 점을 제외하고는 타당하다. 이런 유의 책에서 종종 보게 되는 용어 사용의 오류 등은 보이지 않는다.

 

뭔가에 대해 비평 글을 쓰려는 이들이 참조해야 할 책이다. 이 책 속의 모든 글은 비평하는 이의 감정을 여과 없이 배설하는 용도로 글을 쓰지 않는 게 어떤 것인지 모범을 보여준다. 또한 어떤 분야에서건 지식 없이 감각에 의존해서 글을 쓰는 부류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사이드는 사실에 근거해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명확한 지식의 바탕 위에 자신의 논거를 쌓아 올림으로써 독자들의 동의를 이끌어낸다. (논란의 여지가 없다는 뜻으로 하는 얘기가 아니다)

 모든 내용을 재미있게 읽었다. 하지만 그 재미는 클래식 음악에 막 발을 들인 이에게는 쉽게 다가서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보다는 클래식 음악에 어느 정도 익숙한 이의 사고를 확장하는데 도움이 될 책이라 여기며 그런 이들에게 추천한다. 그게 당신이라면,  시기가 언제가 되었건 이 책을 읽는 기쁨을 놓치지 말기 바란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2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추억책방

    이제 한창 클래식과 친해지고 있는 입문자로 나중에 클래식에 좀 더 가까워진 다음에 읽어볼만한 책 같습니다.

    2020.06.23 01:19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고독한선택

      작곡가뿐 아니라 연주자의 이름, 그것도 지금 활약 중인 연주자가 아니라 오래된 연주자의 이름까지 익숙해지면 볼만하겠습니다. 그래야 위화감 덜 하게 볼 것 같습니다.

      2020.06.23 11:35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