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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여우를 위한 무서운 이야기

[도서] 어린 여우를 위한 무서운 이야기

크리스천 맥케이 하이디커 글그림/이원경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3점

무서움에 대한 기준이란 게 각자 다르겠지만 나는 통상적으로 무섭다고 분류하는 이야기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 책이든 영화든 대놓고 무서움이나 공포를 내세우는 작품을 거의 선택하지 않는다. 특히 어느 정도 나이가 든 다음에는 약간의 호기심으로 고른 경우는 있지만 그런 유의 이야기를 좋아해서 고른 경우는 없다. 온갖 것들이 궁금하던 어린 시절에는 무서운 이야기 역시 궁금해서 가끔 찾아보곤 했다. 그러나 누군가는 심장이 쫄깃해진다고 표현하는 이야기들이 부담스럽다고 인지한 이후로는 거의 손을 대지 않는 영역이다. 어린 친구들을 대상으로 하는 책이라니까 밑도 끝도 없이 공포심만을 자극하는 내용이 아니리라 믿고 선택했다.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무서운 이야기임을 내세운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은 어리고 약한 여우들이다. 어린 것들에게 벌어지는 무서운 일이라니 그냥 무섭고 안 좋은 일은 그런 일을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는 어른들에게만 벌어지면 안 될까?

  이제 무서운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어린 여우 일곱 마리가 이야기꾼 앞으로 모여든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늙은 여우는 어린 여우들에게 이야기를 끝까지 듣겠다는 다짐을 받는다. 그러지 않으면 희망은 사라져 버린다며. 그런데 작부터 분위기가 스산하고 뭔가 좋지 않을 일이 벌어질 듯하다. 늙은 여우가 말한 희망이 속임수는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이렇게 출발한 이야기는 크게 세 갈래로 뻗어간다. 이야기를 듣는 여우들이 주가 되는 상황 하나와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상황 두 가지이다. 세 갈래의 이야기에서의 주인공은 모두 어린 여우들이다. 상황은 긴박하고 벌어지는 일은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이야기 속의 상황 두 가지는 책의 중반쯤에서 합쳐지고 끝에서는 이야기를 듣는 상황과 이야기 안의 상황이 어우러지면서 이야기는 커다랗게 하나가 된다.

  주인공인 어린 여우들은 형제자매들 중 막내이거나 장애를 안고 있거나 수컷에 비해 결정적 지위를 갖지 못하는 암컷책을 읽다보면 여우 무리를 이끄는 존재는 수컷이며 수컷이 암컷에게 자신을 강제하는 상황에 대한 묘사가 나온다의 처지에 놓여있다. 일종의 소수자인 이들은 모두 이야기 속에서 성장한다. 두려워하며 이야기를 듣던 막내는 끝까지 이야기를 듣고 희망을 놓지 않는 유일한 존재가 된다. 이야기 속의 두 여우도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무섭고 고통스러운 상황을 이겨내며 자신들의 삶을 구축한다. 한쪽 발을 쓰지 못하는 수컷 여우는 그런 장애를 가진 상태를 극복하지 않고 그 상태대로 성장하고 암컷 여우는 기지와 용기를 발휘하여 그 수컷 여우를 북돋우고 자신을 키우며 모험을 이어나간다. 지나고 나서 보면 모험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일이 벌어지는 당시에는 삶과 죽음의 기로에 놓인 절박함이었다. 이들을 겁박하는 것들은 어른이기도 하고 자연 환경이기도 하며 때로 자기 자신이기도 하다. 그런 이야기 속에서 어린 여우들은 영웅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들이 느끼는 두려움, 그들이 겪는 고통은 실제적이지만 이를 극복하는데 있어 어른이 된 누군가의 도움을 받거나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은 장치를 이용하지 않는다. 인식이 바뀌었다고 상황이 무작정 반전되지도 않음을 알려주기도 한다. 무언가의 성장은 낭만만이 아니라 쓰리고 힘든 과정을 동반할 수 있으며 성장의 주체는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라는 점을 이 책을 읽는 어린 친구들에게 얘기하려 했다고 느끼게 된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책은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라 힘이 되고 희망이 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내 입장에서 볼 때 책의 내용 중에 무서운 이야기가 하나 나오기는 한다. 그 이야기는 베아트릭스 포터가 나오는 부분이었다. 피터 래빗 이야기의 작가로 유명한 포터가 이 작품 속에 길게 등장할 때 뭔가 따뜻한 내용이 가미되리라 기대했다. 그런데 지금껏 알고 있던, 동물을 사랑하는 포터의 이미지와는 아주 다르게 자신의 목적을 위해 동물을 이용하고 처분해버리는 냉혹한 모습의 포터가 그려진다. 상세한 내용을 옮길 수는 없지만스포일러가 될 테니포터를 아는 이들에게는 매우 놀랍고 충격적이라고 할 묘사이다. 실제의 포터에게 그런 모습이 있었다는 근거가 있는 걸까? 이 내용의 실체가 몹시 궁금하다.

 

독특한 이야기 구조가 책이 진행되면서 몰입도가 높아지도록 하는 효과를 자아낸다. 내용도 위에서 정리한 것처럼 무식한 영웅담으로 진행되지 않아서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대상 독자층이 아주 어린 친구들은 아니라고 본다면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 수준이 조정된 장점도 보인다. 책의 표지와 중간에 들어간 삽화는 읽는 사람이 책에 빠져들도록 이끄는 긍정 요소로 작용한다. 글자 크기도 마음에 든다.

  하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번역 문구에 장애를 비하하는 표현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병신, 사팔뜨기 등이 그런 사례이다. 예를 들어 국어사전을 보면 사팔뜨기는 사팔눈을 한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나온다. 낮잡아 이르는 말이니 다른 표현으로 대체해야 하지 않을까? 어제(8/31)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는 시각장애인분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깜깜이 감염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한 바가 있다. 좋은 선례를 참조해서 수정하기를 바란다. 이 부분을 감안해서 편집/구성에 대한 평점을 낮추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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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추억책방

    저도 개인적으로 무서운 이야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릴 때 전설의 고향을 이불을 덮으며 끝까지 보기도 했지만 놀이공원에서 그 흔한 귀신의 집도 안 들어갑니다.
    공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존재하지만 그런 공포에 제 마음을 허비하는 것도 싫기도 합니다. 아무튼 고독한선택님 리뷰를 읽으니 흔한 성장소설이나 영웅담이 아닌 것 같아서 아이들과 함께 읽을만한 소설 같습니다.
    고독한선택님~ 9월도 즐겁고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2020.09.05 23:0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고독한선택

      각자 느끼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초등 고학년 이상이면 잘 읽어낼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제 리뷰의 마지막에서 언급한 장애 비하 문구에 대해서는 어른들의 지도가 추가되어야 하겠다고 생각합니다.

      2020.09.06 10:45
  • 파워블로그 시골아낙

    고독한 선택님 말씀대로 애들이 읽는 책이기에 단어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될 것 같아요!!

    2020.09.11 12:43 댓글쓰기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