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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밤의 클래식

[도서] 90일 밤의 클래식

김태용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클래식 음악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던 때에는 작곡가나 연주자, 성악가 등에 대한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많이 읽었다. 소소하게 읽는 재미도 있고 무지했던 영역의 뭔가를 알게 되면서 클래식 음악과 가까워지는 느낌도 가졌다. 하지만 요즘은 웬만해서는 클래식 음악과 관련된 에피소드 모음을 잘 읽지 않는다. 좋게 말해서 에피소드지만 냉철하게 보자면 가십거리에 해당하는 내용들이 많아서였다. 그러면서 음악의 본질은 들여다보지 못하고 그런 잡문을 외워 나 뭐 좀 압네.”하는 내가 한심해 보이기 시작했다. 어려워도 악보 읽는 법을 배우거나 작곡가나 연주가 등의 삶을 이해해서 핵심에 한 걸음이라도 더 다가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지면서 에피소드를 다루는 책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책은 일종의 에피소드집이다. 그럴 거라고 추측하면서 도서를 신청했고 도착한 책을 열어 몇 편을 읽어보니 그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고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 추측을 하면서도 읽어보겠다고 마음을 먹은 이유는 목차에 등장하는 작곡가들 중 많은 수에 대해 에피소드든 삶이든 내가 잘 모른다는데 있었다. 이름 자체를 모르는 작곡가는 없었지만 보테시니, 오네게르, 아이브스, 로자, 패르트 등은 그저 이름 정도만 알 뿐인 채였다. 이들은 어떤 이야기를 남겼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 목차에서부터 유명 작곡가나 유명 연주인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하는, 비슷한 유형의 기존 책들과 차별화를 하려는 기획 의도가 엿보였다. 덜 유명한 작곡가, 덜 회자되는 곡 등이 눈에 띄었고 그와 같은 차별화가 인식되니 유명 작곡가라 하더라도 이전에 보지 못했던 이야기로 남아있는 게 뭘까 하고 궁금해졌다. 일종의 에피소드집이라고 지칭한 것은 에피소드 유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곡 자체에 대한 설명으로 채워진 내용도 있어서이다.

 

책에는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 90개의 곡이 나온다. 모든 곡은 각각의 제목을 가지고 있는데 작곡가의 이름과 작품명을 부제로 달고 있다. 철저하게 작곡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하겠다는 의도가 느껴진다.

  각 장편의상 곡 하나에 대한 설명을 한 장으로 계산한다의 구성은 동일하다. 제목과 부제를 통해 다룰 곡을 알려준 다음에는 그 곡에 얽힌 이야기가 본문으로 펼쳐지고 해당 곡의 전부를 들을 수 있는 QR코드가 제공링크된 연주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전곡을 들을 수 있도록 한 점은 잘한 조치라고 평가한다된다. 마지막으로는 곡을 더 잘 감상할 수 있는 감상 팁과 추천 음반이 제시된다. 각 장은 많게는 다섯 쪽, 적게는 세 쪽 분량인데 텍스트 뿐 아니라 사진 자료가 많이 첨부되어서 초보자라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다.


  90곡의 흐름은 개략 그 곡이 나온 시간의 순서를 따라간다고 이해하면 된다. 작곡가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중세의 <카르미나 부라나>에서부터 아직 살아있는 필립 글래스의 <사계>까지 그 음악이 나왔던 시기에 따라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90곡이라고 해도 90명의 작곡가가 등장하지는 않는다, 바흐, 비발디,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등은 여러 곡에서 이름을 내밀고 있다.

  본문의 내용은 일정한 형식과 주제를 지니고 있지 않다. 하인리히 쉬츠의 신성 교향곡에서처럼 곡의 탄생 배경을 다루기도 하고 바흐의 영국 모음곡에서처럼 연주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기도 한다. 비발디의 플라우티노 협주곡 파트에서는 악기가 그 주역이 된다. 이와 같이 각 곡의 설명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클래식 음악이 고리타분하기만 한 게 아니라 그 뒤편에 이토록 여러 가지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품고 있음을 알려준다. “이 곡에는 이런 사연이 붙어 있는데 그 사연을 떠올리면서 한번 들어보시지 않을래요?”하고 옷소매를 지긋이 잡아당기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확실히 이 책의 Target Market은 클래식 음악에 대한 앎이 깊지 않은 이들이라 여겨지는 구성이다. 특히 전혀 모르는 정도는 아니고 조금 아는데 그 앎의 범위를 넓혀보고 싶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만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어느 정도 음악을 들었던 사람이라고 해도 잘 알지 못했던 작곡가와 특정 곡에 대한 정보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글쓴이는 책을 쓸 때 세 가지 원칙을 정했다고 한다. , 90곡 모두 특별한 이야기가 있을 것. 둘째, 난해한 음악 이론을 가급적 적용하지 않을 것. 셋째, 누구나 공감할 수 있어야 할 것. (P.5) 그 의도는 상당 수준 성공했다고 보인다. 워낙 이런 유의 책이 많기는 하지만 클래식 음악의 왕초보 수준을 벗어난 누군가가 묻는다면 이 책으로 지식과 관심을 넓혀보라고 권할 만하다고 평가하게 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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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추억책방

    저는 아직 클래식 입문자 입장이라 생소한 작곡가들이 좀 있었습니다. 특히 현대 작곡가들은 모르는 이름들이 꽤 있었습니다. 그래서 고독한선택님이 리뷰 막바지에 남겨주신 클래식 음악의 왕초보 수준을 벗어난 저같은 독자에게는 한번 읽을만한 클래식 책 같습니다.
    저도 오늘 이 책 완독했는데 밀린 리뷰 하나 쓰고나서 바로 리뷰 써야겠습니다.
    고독한선택님.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2020.09.12 16:28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고독한선택

      생소한 작곡가가 좀 있는 정도면 초보 아니신데요. ^^

      2020.09.12 20:25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