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 더운 물로 샤워를 하고 휴식을 취할 때 하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뱅쇼를 만들어 마시면서 그걸 다 마실 때까지 바흐의 오르간 음악을 듣는 일입니다. CD가 다 돌아가지 않았다면 그 핑계로 뱅쇼를 더 만들어 마셔도 되고요. 오르간이 내는 음색 때문인지 가끔은 듣다가 잠이 들기도 합니다. 평소에 오르간 연주를 자주 듣지는 않지만 이처럼 겨울이면 오르간 소리가 귀에 종종 감깁니다. 습관 때문인지 오르간은 날이 찰 때 듣는 악기라고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주변인들의 죽음 때문에 마음이 추워져서인지 오르간 연주를 가까이하게 되네요.
소개할 음반은 프랑스의 여성 오르간 연주자인 마리-끌레르 알랭의 CD 15장짜리 연주집입니다. 그는 음반사 에라토에서 두 번 바흐의 오르간곡 전집을 냈습니다. 이 연주집에는 그의 두 번째 녹음이 담겨있습니다. 그의 첫 번째 연주집도 가지고 있지만 이 연주집의 분위기에 더 끌려서 주로 이 전집을 듣습니다. 다른 남성 연주자들―칼 리히터, 톤 쿠프만 등―에 비해서는 차분하고 정갈한 느낌을 강하게 받는데 헛헛한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특효약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아시겠지만 여기에서의 오르간이란 풍금이 아니라 파이프 오르간을 말합니다.

바흐는 오르간 연주자이기도 했습니다. 오르간뿐 아니라 다른 악기도 잘 연주했다는 기록이 있기도 합니다. 작곡가 입장에서는 교회에서 연주하기 위해서도 오르간 곡이 필요해서 자신이 만든 곡을 자신이 연주하면서 예배를 이끌지 않았을까 하고 추정해봅니다. 그만큼 바흐가 남긴 오르간 곡은 듣는 재미도 있고 들을 가치도 충분합니다. 음반으로서의 인기는 피아노에 비해 훨씬 밀리지만.
바흐가 작곡한 오르간 곡으로 가장 유명한 작품은 아마도< 토카타와 푸가 D단조 BWV565>이지 않을까합니다. 곡명은 몰라도 많은 사람이 이 곡의 첫 부분을 듣자마자 "아, 이 곡!"하고 알아차리게 되리라 봅니다. 너무 유명하고 자주 들어서인지 저는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어떠실지 몰라서 우선 들려드립니다,
바흐의 수많은 오르간 곡 중 어떤 곡을 더 들을지는 온전히 선택의 문제이지만 여기에서는 위의 곡만큼이나 잘 알려진 파사칼리아 C단조 BWV582를 듣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영상에는 장조라고 나오지만 단조임을 알려드립니다. 곡에 대한 해설은 다음 링크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54856&cid=60515&categoryId=60515
팬데믹의 시기에 다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