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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스타코비치는 어떻게 내 정신을 바꾸었는가

[도서] 쇼스타코비치는 어떻게 내 정신을 바꾸었는가

스티븐 존슨 저/김재성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음악이 그에게 이렇게 느끼게 하는데 그가 어찌 한 마리 비천한 짐승일 수 있단 말인가? 카프카의 변신 중 한 대목을 인용하며 글은 시작한다. 상황은 다양하지만 음악을 들을 때 위안을 받는 경우가 많은 나로서는 이 인용은 참으로 적절하다고 느낀다.

  글쓴이는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이 사람들에게 어떤 느낌을 주는가를 말하려 한다(P.7)며 책이 나아갈 방향을 밝힌다. 책에는 조울증 진단을 세 번 받았던 글쓴이가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을 통해 위로받고 어려운 상황을 견뎌낸 개인의 경험이 녹아있다. 아울러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이 실제로 사람의 정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전문가들에게서 받은 견해를 더해 풀고 있다. 그렇게 책은 쇼스타코비치가 겪었던 고통을 배경에 깔고 그런 그가 만들어낸 음악이 어떻게 사람의 정신에 의미 있는 결과를 빚는지 풀어낸다.

 

본문의 처음은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7번의 모스크바 초연 상황을 짚어보며 시작한다. 빅토르 코즐로프라는, 그 초연에 참가했던 클라리넷 연주자를 방문해 공연의 실제 느낌을 듣는다. 공연과 관련해서 묘사되는 외부 환경은 <죽은 자들의 도시를 위한 교향곡>에서 읽었던 참혹한 장면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여전히 쇼스타코비치의 정치적 입장에 대해서는 여러 말들이 많지만 철학자 로저 스크루턴이 했다는 다음의 말에는 한 가지 입장으로 확실히 동의하게 되지 않을까 한다. 다른 작곡가들이라면 음악 속에서 를 말할 지점에서 쇼스타코비치는 우리를 말하는 점이 좋다(P.30).

  이제 글쓴이는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5번을 이야기한다.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을 관람한 스탈린의 분노와 비판, 이로 인해 쇼스타코비치가 겪는 죽음의 공포와 정당한 비판에 대한 소비에트 예술가의 답변으로 복권되기까지의 과정이 이 곡에 대한 글쓴이의 감상과 함께 펼쳐진다. 나는 오래 전부터 5번 교향곡의 3악장을 무척 좋아했다. 느린 악장3악장은 라르고속에서 가슴을 졸이듯 홀로 또는 두셋이 소리 내는 외로운 관악기와 그를 감싸며 소리를 높여가는 현악기의 지원. 관악기는 쇼스타코비치 자신, 현악기는 응원자들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글쓴이의 감상이 내 감상과 유사해서 깜짝 놀랐다. 4악장에 쓰인 쇼스타코비치의 이전 작품인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시에 의한 4개의 로망스> 중 첫 곡인 부활의 의미를 읽고는 바람이 불어 눕지만 결코 부러지지 않는 예술가의 정신이 느껴졌다.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어법은 이처럼 자주 통렬하다. 내 음악 위에 당신 이야기를 끼적이지 마시오.’(P.52) 이 교향곡에 대해서는 살기 위해 스탈린에게 아부한 곡이라고 힐난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당시 쇼스타코비치의 처지를 돌아보고 3악장에 반영된, 나에서 우리로 나아가는 전개와 4악장에 활용된 하프 소리의 의미를 생각하면 스탈린에게 아부하는, 헌정곡이라고만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교향곡 4번을 언급할 때에는 글쓴이가 느낀 비극성을 말한다. 5번보다 먼저 작곡되었지만 훨씬 늦게 초연이 이루어졌던 곡. 글쓴이는 이 곡에 자신과 그의 가족이 겪었던 정신적 문제를 연결한다. 쇼스타코비치 중심의 전개에서 방향을 바꿔 자신의 스토리가 이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책의 내용을 읽고 듣는 4번은 이전에 알지 못했던 느낌을 전달한다. 차마 말하지 못한, 앞이 막힌 것처럼 답답한 세상에 대한 불안이 곡에서 느껴진다. 글쓴이의 괴로움에도 작지만 공감하게 되고.

  거의 평생, 쇼스타코비치는 예민한 귀를 가진 이들만 식별할 수 있는 정치적 신성모독의 선을 아슬아슬하게 오갔다(P.95). 앞에서 언급했던 곡들이나 뒤에 나올 곡들에서도 쇼스타코비치의 곡예에 대한 설명이 나오지만 이 부분에서 언급되는 첼로협주곡 1번에 반영된 조지아 민요 <술리코>의 멜로디 차용은 그가 얼마나 명민하면서도 조심스러웠고 또 대담했는지 알려준다. 10번 교향곡의 짧은 2악장에서 무소륵스키가 작곡한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의 도입부 주제를 활용한 것도 마찬가지다. <술리코><보리스 고두노프>에는 권력을 휘두르는 자의 만행이 들어있다. 비록 스탈린이 죽고 난 후에 나온 작품들이기는 하지만 쇼스타코비치는 스탈린의 악행을 어떤 형태로건 비판하려고 했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이런 배경 설명은 곡에 대한 이해 자체를 다른 수준으로 끌어올리도록 하는 정보라 읽는 즐거움이 배가된다.

  이전에는 자신을 조금만 내비치던 글쓴이는 10번 교향곡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이후의 삶을 되돌아보며 자신을 더 많이 드러내기 시작한다. 슬프고 고통스러울 때 위로가 되는 일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겁고 어두우며 발작하는 듯한 음악을 듣는 것도 그 중의 한 방편이 된다. 그런 음악에 빠져있다 보면 나도 모르는 새에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글쓴이에게는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이 그런 역할을 했다. 가슴 속에 갇혀 있던 답답함이 음악에 얹혀 탈출구로 향한다. 음악이 어머니의 무조건적인 사랑의 대체물로 기능할 수 있을까(P.133)? 그는 그렇다고 한다.

  1960년에 쇼스타코비치는 엄청난 위기를 겪는다. 흐루쇼프 정권 하에서 러시아 연방 작곡가 연맹의 의장으로 선정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는데 이는 공산당원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이 위기는 그를 송두리째 흔든다. 자살을 암시하기도 한다. 몹시 고통스런 번민의 시기에 현악사중주 8번을 작곡한다. 글쓴이는 이 곡에서 사용된 작곡기법, 인용된 곡들과 곡에 담긴 의미를 여러 쪽을 할애해 길고 풍부하게 설명한다. 이 부분을 읽는 것만으로도 책값을 뽑았다고 할 만큼 의미 있게 다가왔다. 글쓴이는 2001년에 자살을 꿈꾼다. 자신의 존재가 자신의 연인을 비롯해 여러 사람에게 해를 끼친다는 생각이 강해지면서였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만의 사고회로에 갇혀 내린 판단임을 깨닫고 그 결심을 내려놓는다. 쇼스타코비치도 자살하지 않았고 글쓴이도 자살하지 않았다. 쇼스타코비치의 현악사중주 8번은 그렇게 글쓴이의 삶과 연결된다. 음악은 내게 구원 자체를 주지는 못했으나, 거기에 아주 가까이 데려다 놓아주었다(P.173).

  글쓴이와 쇼스타코비치가 조금 더 깊이 얽혀 들어가는 내용은 설명을 생략한다. 이 부분은 각자 읽어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읽어본 이라면 어떻게 느낄지 궁금하다.

 

 

완전하게는 아니지만 글쓴이가 쇼스타코비치를 데려온 이유는 다음의 글로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쇼스타코비치는 음악적 이야기꾼으로서의 천부적인 재능을 통해 고통과 황홀경, 뜨겁거나 차가운 분노, 우울함과 열광적인 환락의 급류 속에서 허우적대는 사람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도와줄 수 있기 때문이다(P.181).

  나는 쇼스타코비치 개인의 삶이 어떠했는지 전혀 알지 못하던 때에 쇼스타코비치를 듣기 시작했다. 바흐나 모차르트, 베토벤 등에 대해서는 옳건 그르건 어떤 정보를 깔고 들었지만 쇼스타코비치는 그러지 못했다. 소련 사람이라는 정도가 알고 있던 전부였다. 1950년 이후로도 살아있던 작곡가로서는 거의 처음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들어나 보자는 생각이었지만 그를 듣고 나서는 그에게서 벗어나기가 힘들었다. 하루 종일 지치지 않고 들을 수 있는 음악은 아니었다. 한 곡 이상 듣기가 힘들었다. 몹시 흥분되거나 아니면 마음이 해체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조금 편하게 듣지만. 내 상황은 분명 글쓴이의 그것과 달랐고 음악에 대한 지식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차이가 나지만 자주 그의 감상이 내 생각을 붙들고 당신 생각하고 비슷하지 않아?”라고 묻는 듯해서 놀랐다.

  글쓴이가 데려온 쇼스타코비치는 교향곡과 현악사중주곡 중심이다. 쇼스타코비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데 풍부한 사례와 자료에 근거한 전개로 그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깊어졌다. 많지 않지만 기존에 읽었던 증언 등을 비롯한 쇼스타코비치 관련 책에서 보지 못했던 내용이 많으므로 쇼스타코비치를 알고 싶은 이라면 꼭 갖추어야 할 책이라고 본다.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라 쇼스타코비치에 대한 책이 더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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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추억책방

    쇼스타코비치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한번 읽어볼만한 책 같습니다. 저또한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 클래식 깊이가 더 쌓이면 제 독서목록에 포함시키고 싶구요. 저는 아직 클래식에 입문한 지 오래되지 않아서 쇼스타코비치의 곡을 많이 들어보지는 못 했습니다. 앞으로 클래식에 좀 더 깊이가 더한 후 쇼스타코비치의 곡들에 담긴 의미를 느껴보고 싶습니다.

    2020.09.30 16:34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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