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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가

[도서] 드가

이연식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내가 드가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된 때는 중학교 미술 시간이었다. 미술 교사가 인상주의 설명을 할 때 거론하던 여러 화가 중 한 사람으로 드가의 이름이 나왔다. 그의 이름을 기억하게 된 데에는 당시에 푹 빠져있던 작가인 에드가 앨런 포의 영향이 컸다. First Name이 똑같아서 쉽게 화가의 이름을 머리에 담게 되었다. 당시 미술책에는 드가의 그림이 나오지 않았지만 그 후 어떤 잡지에서 드가의 그림을 만나게 되면서 이런 그림을 그린 사람이었구나.”하는 느낌과 함께 드가라는 이름을 오래 잊지 않게 되었다. 화려해 보이는 발레리나가 아니라 지치고 힘들어 하는 두 사람이 어린 마음에 굉장히 강렬하게 다가왔다. 아마 방과 후 늦게까지 운동을 하던 시절이라 이런 모습에 감정이입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 두 발레리나

 

에드가르 드가라는 이름을 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발레리나이다. 인터넷에서 드가를 검색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이미지가 발레리나가 나오는 그림일 정도이고 나 역시 그의 발레 그림 중심으로 그를 이해하고 있었다.

  그 다음은 여성혐오자라는 평판이다. 이런 평판은 이곳저곳에서 만날 수 있다. 내가 드가의 그림을 보면서 느꼈던 바는 그런 게 아니어서 이번 기회에 드가를 제대로 알아보고 싶었다.

 

책은 오롯이 드가 개인의 이야기에만 천착하지 않는다. 당연히 드가라는 인물이 살았던 삶의 궤적과 생각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그가 살았던 시대 상황에 대해서도 많은 면을 할애하고 있다. 글쓴이는 드가가 그 시대를 대표하는 하나의 <사회적 초상>이 표현은 노이예르트의 저서인 <모차르트, 사회적 초상>에서 빌려왔다이라고 보기까지는 어렵지만 그런 시대 상황을 배제하고 드가를 이해할 수 없다는 관점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책의 첫 부분에서는 드가의 그림에서 보이는 일종의 신고전주의와 같은 형식에 놀랐다. 그의 자화상에서 언뜻 비친 그 형식은 그의 할아버지를 그린 <일레르 드가의 초상>에서 강하게 드러난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드가의 일면을 보게 되어 당황스러우면서도 그에 대한 관심이 더 크게 솟아올랐다. “이것도 드가의 모습이었구나.”

* 일레르 드가의 초상


  할아버지의 사업 성공 덕분에 부유한 환경에서 산 드가는 당시 회화계의 모국과 같았던 이탈리아를 여행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파리를 다시 발견하는 계기를 제공받게 된다. 이후 그가 파리에 계속 거주하게 된 데에는 이 여행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여겨진다. 또한 예술을 이해한 아버지 덕택에 드가는 화가로서의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다만 드가의 초기 모습을 보면 기존 체제에 순응하려는 경향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환경이 그의 정치 성향을 만드는데 작용하지 않았을까 하고 추측하게 되는 부분이다.

  이후 살롱에 출품한 역사화의 실패 등을 겪은 드가는 귀스타브 모로 같은 화가들과 교유하면서 자신의 작품 세계를 넓혀간다. 특히 마네와의 인연은 인상주의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었고 드가는 1874년의 첫 번째 인상주의 전시회를 주도하면서 인상주의의 대표가 된다. 물론 드가의 그림은 아직도 인상주의에 속하는지 사실주의에 속하는지 이견이 있는 상태이긴 하지만. 이 이후로는 드가의 작품 세계가 어떻게 변화했고 무엇을 담으려고 했으며 그의 사상은 어떠했는지 설명하는 내용이 길게 이어진다. 글쓴이는 플라뇌르라는 표현을 통해 드가를 설명하고자 한다. 플라뇌르는 경제적으로 넉넉해서 유유자적하게 대도시를 돌아다니는 사람을 뜻(P.132)하는데 드가는 평생 관찰자로서 파리를 돌아다니면서 자신이 본 것을 그의 작품 속에 펼쳐놓았다.

  나는 인상주의로만 한정할 수 없는 표현이 그의 그림 속에 담겨있다고 평가이런 표현을 쓸 수 있다면한다. 특히 그가 그린 인물들에서는 인간 세상의 고통과 찰나의 기쁨, 위선 등이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이는 인상주의로 분류되는 그림들에서 쉽게 보기 힘든 모습들이기 때문이다. 그의 그림을 보면 사람을 향해 손을 내미는 느낌을 갖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드가에 대해 아는 바가 정말 적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드가가 남긴 조각 작품이 있음을 이번 기회에 처음 알게 된 점도 그렇다. 드가가 반드레퓌스주의자였으며 반유대주의자였다는 내용을 읽을 때에는 당혹스럽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다. 당연히 그가 차별에 반대하는 사람이었으리라 기대했던 게 와르르 무너졌다. 그의 실생활에서는 따뜻한 보수주의자였기를 바래본다.

  그가 여성 혐오자였는지 어땠는지에 대해서 알 수 없는 점은 아쉽다. 이 책에서는 이에 대해 명확히 언급하는 내용이 없다. 다만 여성 예술가를 대등한 동료로 존중했다는 언급이 등장하고 본문의 내용에서도 여성들에게 다정한 모습을 보이는 것처럼 나온다. 하지만 검색을 해보거나 여러 책을 찾아보면 드가가 여성 혐오자였다는 내용을 자주 만날 수 있다.

 

글쓴이의 드가 이해는 지금까지의 내 이해의 일부분과 맞닿아 있다.

  드가에게 모티프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미학적인 탁월함만을 추구했다. 이런 점 때문에 더욱 냉담해 보였으리라.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는 발레리나, 세탁하는 여성들의 동작에 관심을 쏟으면서 그들의 인간적인 어려움을 담담히 드러냈다. 당시 여성들이 하루하루를 영위하기 위해 애씀 살아갔음을 그처럼 잘 보여준 예술가가 달리 누가 있단 말인가? (P.226)

  드가의 그림을 보면 많은 여성들이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얼굴 모습을 드러내어도 형태가 불분명하게 보이도록 그린다. 드가가 그린 자화상을 떠올려보면 그가 결코 인물의 얼굴 모습을 잡아내지 못해서 그랬다고는 보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그런 점을 이렇게 해석해왔다. 험난한 삶을 살면서 자신의 얼굴을 드러낼 수 없는 모습을 그렸다고. 또는 남성들에 비해 차별 받고 밀려나 남성들에 기대어 살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현실을 드러냈다고. 이런 이해가 얼마나 타당한지 모르겠지만 지금껏 그렇게 이해했고 앞으로도 그런 이해를 쉽게 바꾸지는 않을 듯하다.

 

이외에도 위에서 거론하지 못한 책의 장점으로는

  첫째, 그림이든 사진이든 도판이 책의 내용과 연결되어 적절하게, 그리고 많이 배치되어 시각적인 이해를 높인다. 각 도판에는 필요한 설명이 추가되어있어서 그런 도판의 필요성을 감지할 수 있다는 점과

  둘째, 표지에서부터 시작해서 드가의 작품을 무척 많이 볼 수 있다는 점

  셋째, 글에 소위 말하는 뽐뿌질같은 게 없이 자연스럽고 차분히 전개되어서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드가라는 인물의 본질에 다가설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물론 드가의 삶에 더 깊게 들어갔다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 그의 여성 혐오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드가의 모습을 개관하는 데에는 크게 부족함을 느끼지 않는다. 남는 아쉬움은 더 찾아보라는 언질로 여기기로 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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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추억책방

    고독한선택님 벌써 읽으셨군요. 저도 요즘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가 왜 좋은지 알겠더라구요.
    리뷰 내용에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저도 빨리 읽고 리뷰 쓰겠습니다.
    남은 한 주도 편안하게 보내세요.

    2020.11.12 23:28 댓글쓰기
  • 예스블로그 YES블로그

    고독한선택님~ 좋은 리뷰 감사 드립니다! 좋은 11월 나날 보내시길 바랍니다^_^ 감사합니다!

    2020.11.13 09:45 댓글쓰기
  • 안또니우스

    드가의 그림보다 드가의 삶과 예술세계를 잘 그리고 있는 책이군요. 고독한선택님의 리뷰를 통해 책의 얼개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추천합니다.

    2020.11.13 11:30 댓글쓰기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