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발디가 작곡한 사계는 워낙 유명해서 클래식 음악에 관한 관심 유무를 떠나 안 들어본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한다. 곡의 이름을 몰라도 들어보면 “아, 이거.”하고 반응이 나올 것 같다. 현악 연주가 주는 쾌감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곡으로 일부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바이올린 독주와 이를 뒷받침하는 현악 연주단의 합주로 연주를 구성함이 보통의 경우다.
이 곡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네 계절 별로 3개의 악장씩을 부여해서 모두 12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있다. 각 악장을 듣다 보면 시각을 배제한 청각만으로도 계절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출시 당시(1991년) 클래식 음악 듣는 사람들 사이에서 센세이셔널한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사계의
워낙 잘 알려진 음악이라서인지 남아있는 녹음이 무척 많다. 특히 이 곡의 대중화를 이끌었다고 평가 받는 이 무지치 악단과 펠릭스 아요의 1959년 녹음이 아주 유명하다. 20세기 후반부에는 시대악기로 연주한 녹음들이 등장했다. 그 중 파비오 비온디가 유로파 갈란테를 이끌었던 녹음이 부흥을 이끌었다. 얼마나 대단하길래 이 난리인가 싶어서 나도 비온디의 음반을 구입해 들었다. 그때까지 들었던 사계 연주와는 연주의 결이 엄청나게 달라서 많이 놀랬다. 사실 30년 전만 해도 클래식 음악 듣는 사람들은, 속으로야 어땠는지 모르지만, 사계 듣는 걸 폄하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런 경향을 시대악기 연주가 깼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리라.
이렇게 자극을 받아 시대악기로 연주한 사계 음반을 몇 가지 더 구해보았다. 그것들 중 하나가 지금 소개하는, 에릭 스파르파와 드로트닝홀름 바로크 앙상블의 연주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계 연주 음반인데 특히 겨울의 첫 번째 악장을 들을 때 그 강렬함에 빠져 오디오의 볼륨을 크게 올렸다가 가족들을 놀라게 했던 기억-결혼 전이었다-이 난다. 같이 영상을 연결한 이 무지치의 연주와 비교해서 들어보시면 연주가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하는 느낌을 가지시지 않을까? 스피커의 볼륨을 키워서 들어보시기 바란다. 이 음반에는 이 곡 하나만 들어있고 다른 곡은 없다. 오롯이 사계만을 즐길 수 있다. 12곡이 이어져서 나오니 한 곡 끝나면 잠시 기다려보시기 바란다. 꼭 소개하고 싶었던 연주다.
다음은 Felix Ayo와 I Musici의 연주다. 연주의 결이 확연히 다르고 연주 시간도 50% 가량 길다. 충분히 좋은 연주지만 나는 위의 연주를 더 선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