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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부터 매년 5월 12일이 되면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는 봄 음악 축제가 시작됩니다. 그 축제의 개막을 알리는 연주회에서는 항상 스메타나가 작곡한 ‘나의 조국 Ma Vlast’ 전곡이 연주됩니다. 우리나라에도 몇 번 온 적 있는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체코인 지휘자가 지휘하면서 말이죠.. 축제가 열리기 시작한 때부터 계속해서 지켜져 온 전통이라고 합니다.

 체코 출신의 고전음악 작곡가로 이름이 알려진 이로는 스메타나, 드보르작, 야나체크 등이 있습니다. 이들 중 스메타나가 연배가 가장 빠른데 체코 민족의 민요 가락을 작곡에 활용해 체코 민족의 자긍심을 높인 작곡가라고 평가 받으며 국민 영웅으로 칭송 받는다고 합니다.

 실제 곡을 들어보면 멜로디나 화성, 리듬 등에서 서유럽 쪽의 곡에서 맛보지 못했던 특이성이 발견됩니다. 더구나 이 곡의 여섯 개 악장은 모두 체코의 지명이나 역사, 전설 등을 담고 있어서 체코 사람들의 자긍심을 높입니다. 프라하 봄 음악 축제에서 나의 조국이 개막 연주 작품으로 고정된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지요. 작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다음 링크로 대신합니다.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569187&cid=59000&categoryId=59000

 

제가 나의 조국을 처음 들었던 때는 중학생 때였습니다. 집에 영어만 잔뜩 씌어진 클래식 음악 카세트 테이프가 여러 개 있었는데 그 중에 카라얀이 베를린 필을 지휘한 연주한 나의 조국 테이프가 있었고 이를 통해 이 곡을 만났습니다. 뭘 알고 들었던 것은 아니고 테이프들을 보면 음악 교과서에서 봤던 작곡가들의 이름이 눈에 들어와 도대체 뭔데 하는 호기심에 모든 테이프를 듣던 때였습니다..

그렇게 나의 조국을 듣는 도중에 특정 부분이 귀에 감기기 시작했습니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지식이 거의 전무하던 시절이라 악장 구분도 잘 못했지만 테이프 돌아가는 시간을 보고 되돌리기 해서 그 부분을 반복해서 들었습니다. 그 후 테이프 내지의 설명을 띄엄띄엄 해석해가면서 조금씩 곡에 대해 이해하고 반복해서 듣던 부분이 2악장 Die Moldau임도 알게 되었습니다. 최초는 아닙니다만 제가 인식을 하면서 만난 거의 첫 클래식 음악 중 하나가 되었고요.

 

라파엘 쿠벨릭은 체코 출신의 유명한 지휘자입니다. 1946년에 프라하 봄 음악 축제 개최를 주도했다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그는 1948년에 소련이 영향력이 체코를 휩쓸자 서방으로 망명합니다. 그가 자신의 조국 체코로 돌아간 것은 1990년이었습니다. 자신이 시작했던 음악 축제의 1990년 개막 연주의 지휘를 담당하면서였습니다. 이때 지휘한 곡도 역시 나의 조국 전곡이었습니다. 이 때의 연주 실황이 굉장히 유명하고 감동적인데 아래의 두 번째 영상이 그것입니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떠나있던 조국의 연주회장에 다시 선 노지휘자의 감격이 영상에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쿠벨릭은 망명 생활 중에도 이 곡의 녹음을 여러 차례 남겼습니다. 그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연주는 1984년 독일의 바이에른 라디오 방송 교향악단을 지휘한 그것입니다. 이 곡을 듣는 분들이라면 잘 벼려진 연주를 듣는 즐거움에 빠져들지 않을까 합니다. 70이 넘은 지휘자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지만 갈 수 없는 조국을 그리는 마음을 꾹 눌러 담아 펼치는 절연을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곡이 담고 있는 내용도 생각하시면서요. 첫 번째 영상이 이 녹음입니다.

 모두 가슴 따뜻해지는 일요일 저녁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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