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스플래쉬'글 쓰는 식탁' 연재를 시작할 무렵에는 아침마다 호수를 걸었다. 그곳에서는 키가 큰 나무들이 자랐고, 나는 목을 힘껏 젖혀서 우듬지에 걸린 계절을 가늠하곤 했다. 요즘은 아침이면 일터(카페)에 가기 위해 시장을 걷는다. 예전보다 걸음이 조금 더 빨라졌고, 시선은 아래로, 땅으로, 낮게 자란 나의 나무들을 향한다.정수리 나무들이다. 자다 일어나 머리카락이 눌린 반찬 파는 이모의 정수리, 탱글탱글한 파마머리가 동서남북으로 뻗은 과일 파는 이모의 정수리. 나는 나무만큼 한자리를 오래 지킨 그 정수리 미인들의 옷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