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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책읽기의 달인이 되려면

1. 재미보다 의미를 찾는다

저는 소설, 그 중에서도 스토리 라인이 짠한 작품에 매료되는 편입니다. 한번 필 받으면 정말 밤새지 마란 말이야 하는 말이 나올 정도로 흠뻑 빠져들곤 하지요. 지난여름엔 공지영의 <즐거운 나의 집> 등 위로 3부작과 장정일 <삼국지>의 자장에서 헤어나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호모 부커스>에서 소설, 그것도 스토리 위주의 통속적인 소설에 빠져드는 것은 의미 있는 독서법이 못되고 그런 측면에서 특히 <삼국지>는 권할 만한 책이 아니라는 이권우의 주장은 나의 정신세계에 대한 도전으로 다가왔습니다. 내가 그렇게 몰입했던 삼국지가 무익하다니요. 살짝 기분이 나빠지면서도 어떤 연유에서 그런 과격한 발언을 할 수 있을까 톺아보다 그만 무릎을 치고 말았답니다. 책을 읽는 목적이 심란한 마음 추스르고 감성을 다스리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닌 이상, 통속 소설에 머물러서는 내면을 갈고 닦는데, 그리하여 공자와 같은 성인의 정신세계에 감히 근접하는데 더 이상의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 공감했기 때문입니다. 이권우는 진정한 달인의 경지에 오르려면 책을 재미로만 여길 게 아니라 의미를 찾는 치열함이 있어야 함을 환기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호모 부커스> 갈피갈피마다 읽는다는 것은 참된 것을 향해 나아가는 영혼의 성숙 과정임을 각인시키려는 전도사 이권우의 곡진한 숨결이 배어 있었습니다.


2. 겹쳐 읽기와 깊이 읽기를 시도한다

저는 남독이랄 정도로 분야와 수준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읽는 편입니다. 그리고 되도록 많이 읽어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것에 약간은 사로잡혀 있기도 하고요. 자연스레 속독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책을 꽤 읽는다 자부하고는 있지만 지적으로나 의지적으로, 더구나 감성적인 면에 있어서는 비포어와 애프터가 두드러지게 구별되는 뚜렷한 진전이 보이지 않아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책만 읽으면 뭣하나 하는 자탄에 빠진 적도 있고요. 왜일까 하는 고민을 진작부터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이권우의 글을 읽다가 갑자기 환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바로 겹쳐 읽기와 깊이 읽기에 관한 대목에서 말입니다. 읽고 있는 것과 비슷한 주제의 다른 책을 더불어 읽는 겹쳐 읽기와 그 책과 관련된 많은 저작들을 통해 그 분야에 관해 깊이 있게 파고드는 방법 말입니다. 이를 통해 심층적인 지식을 축적함은 물론 책을 비교 분석할 수 있는 비판적 안목도 기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더불어 감성적인 면에서도 책의 세계에 몰입하여 책과 그 책이 다루고 있는 대상을 사랑하고 이해할 수 있는 심성을 기를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부분에서는 그야말로 완전 공감. 그런데 이권우는 이런 겹쳐 읽기와 깊이 읽기를 제대로 실천하려면 속독법으로는 곤란하다며 천천히 읽기를 강력하게 권하고 있습니다. 느리게, 어쩜 게으르다 할 정도로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야 겹쳐 읽기와 깊이 읽기가 가능하고 그때야 비로소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진면목과 마주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읽기의 영역마저 속도주의자들에게 넘길 생각은 추호도 없다. 천천히 읽어야 분석이 되고, 게으르게 읽어야 상상이 되고, 느긋하게 읽어야 비판할 거리가 보이는 법이다. 책을 천천히 읽는 것은 그 자체가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것이다."(123쪽)

이럴 수가! 나의 책 읽는 방식에 대한 경종의 메시지라 할까요. 진정 달인의 길은 멀고도 험한 여정인가 봅니다. 몸에 밴 오랜 습성을 버려야 하니 말입니다.


3. 쓰기 위해 읽어라

저는 사실, 읽기와 쓰기를 별개로 여겨왔다 하겠습니다. 모처럼 마음먹고 한편 써보려 하면 읽었던 부분을 재삼 들춰보아야 겨우 의미가 살아나고 간신히 어쭙잖은 글 한편을 매울 수 있게 되지요. 그런데 이권우는 아예 처음부터 쓰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읽기에 들어가라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글을 잘 쓰려면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하고 그 힘을 기르려면 책을 읽어야 하고 길러진 힘으로 글을 쓰다 보면 다시 생각하는 힘이 커진다며 일견 순환논법 같은 논리를 펴고 있는 것입니다. 그 대목에서 문장력을 키우고 사고력도 넓히며 독서력도 높이는 방법을 활용하면 요즘 대세인 논술도 어렵지 않게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쳐 바짝 다가가 꼼꼼하게 살폈더니 이권우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그 중 글을 쓸 주제와 관련된 부분만을 발췌하여 읽거나, 쓰고 싶은 주제와 관련된 열쇠말(key word)을 정리해가며 읽는 법 등은 당장 실전에 활용해도 될 정도로 의미 있는 방법이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덧붙이는 사족 하나, 교양과 취미로 두루 읽어 놓으면 나중에 실용적 독서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책 읽기의 기본 중의 기본을 거론하며 수단으로서가 아닌 책 읽기 자체의 유의미성에 대해서도 새삼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책 읽기도 시대를 닮는가 봅니다. 저 역시 시대정신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요. 경쟁과 효율, 성장 만능의 시대이니 속독법이 대세이고 읽는데도 실용적 계산이 앞설 밖에요. 상황이 이런데도 어쩜 한가한 소리 같이 들리는 이권우의 독서법은 그리하여 시대의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게 예사로 보이지 않습니다. 어지러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본질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때에야 해법이 또렷이 드러나게 될 것이고요. 하여 책 읽기도 덕지덕지 붙은 온갖 구실을 다 제거해버리고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그의 전언에 마음이 움직이게 된 것이지요. 유유자적 내면의 공력을 쌓아가는, 어쩜 구도와도 같은 책 읽기를 제안하며 또 몸소 행해 보였기에 그의 내면의 울림이 나에게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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