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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자신의 어둔 과거를 말할까 망설일 때, 보통의 남자들은 “내키지 않으면 털어놓지 않아도 돼.” 라고 하거나 “괜찮아 다 들어줄 테니 뭐든 이야기해.”라고 말한다. 전자는 사랑의 끈을 싹둑 잘라 버리는 무뚝뚝함이 느껴지고 후자는 바로 듣고 나서 누군가한테 다 쏟아 버릴 것 같은 가벼움이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교묘하게 그 적정선을 오락가락하면서 파고들며, 너는 훌륭한 사람이야, 라고 물으며 여자의 뇌를 혼란시킨다. 그녀가 15초쯤 생각에 잠기자. 나는 자신의 말이 어느 정도 여자에게 영향을 미쳤는지 가늠한 뒤 좀 더 깊이 있게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할 상황이라고 판단한다.’ (61쪽)

우리는 꼭 사랑해야 할 대상인데도 망설이다 놓치기 일쑵니다. 생의 한 구비에서 그런 경험이 없는 이는 아마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다가간다 하더라도 어쭙잖은 말 한마디로 그냥 깨어져버린 경우도 허다합니다. 왜 그렇게 사랑에 굼뜨고 표현에 서툴까요?

작가는 일본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사랑의 말들을 통해 우리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또 이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조근조근 들려주고 있습니다. 앞에 든 글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 나오는 한 대목의 해설인데 살짝 어깃장을 놓듯 딴청을 피우며 사랑의 감정이 상대방에게 전해지도록 이끌고 있는 작가의 감각적인 글에 경탄해 마지않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사랑하는 이와의 대화는 지나치게 논리적이 아니면서도 질이 높고 뉘앙스 있는 말이어야 함을 일러주고 있는 것입니다. 더러는 어깃장을 놓고 혹은 멘톨 향이 느껴지는 상큼한 표현을 곁들여 대화를 이끈다면 상대가 관심을 갖고 자신과의 사랑의 상황에 더욱 몰입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본 대표 작가들의 작품에 나오는 주요 대목들을 소개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해설을 곁들인 이 책은 사랑에 서툴고 늘 실패하는 우리에게 사랑의 감정과 그를 표현하는 진솔한 말들을 넌지시 일러주고 있는 사랑의 실제적 전범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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