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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도 여행 열풍이 불고 있다. 여행사의 소개에 의하면 명상과 무욕의 나라로 알려진 인도, 그러나 지인들 가운데 인도 여행을 다녀 온 이들이 전하는 인상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데 하나는 관광사의 안내문처럼 물질문명에 찌들었던 마음이 인간 본연의 평안을 맛보았다는 쪽이고 다른 한 편은 실망스럽다, 인도의 속살은 예상과는 다르게 부패 타락한 자본주의적 상혼이 오히려 더 짙게 배어 있더라는 전언도 있었다. 이런 상반된 견해가 엇갈리는 가운데 이번에 읽게 된 아라빈드 아디가의 <화이트 타이거>는 후자의 인식에 더 가까운 듯하다. 아디가는 현란한 소설적 장치를 통해 오늘날 인도 사회의 실상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인도의 진면목을 드러내는 데 있어 아디가가 사용한 설정은 중국 원자바오 총리에게 보내는 서간문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기에 좀 더 살갑게 다가오는 듯하다. 그리고 내용은 각종 반어법과 은유를 통해 역설적인 방법으로 인도의 속살에 바짝 다가가고 있다. 이를테면,

그런 다음 저는 물에 젖은 카키 유니폼을 입은 이 왜소하고 새까만 남자가, 마치 분노로 미쳐버리기라도 한 듯, 몸을 떨기 시작하는 걸 봅니다. 그러나 그는 곧 전지전능한 신에게 감사의 제스처를 전합니다. 하고많은 다른 방식으로도 이 세상을 얼마든지 창조하실 수 있었을 터인데, 하필 이런 식으로 세상을 만들어 주셨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고. 난쟁이 실링팬의 검은 블레이드가 샹들리에 빛을 거듭 잘라내는 걸 응시하면서, 저는 봅니다. 카키색 제복의 이 왜소한 사내가 신에게 거듭, 거듭, 침을 뱉는 모습을(113쪽)

책을 읽는 동안 아디가가 그리고 있는 이런 사회에 대해, 그리고 그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주인 아쇽에 대해 운전기사 발람 할와이가 적의를 품고 살인의 충동을 느끼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로 작가가 펼치는 인도 사회의 문제점은 실로 거대한 구조악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하여 안타까운 연민이 절로 일어났다 할까.

델리의 기사들이나 요리사들이 주간 살인을 읽는다고 해서, 반드시 그들이 모두 주인들의 목을 따려고 한다는 뜻은 아니거든요. 물론 그러고 싶기는 하겠지요. 물론 주인들의 목을 조르는 모습을 은근히 상상해보는 하인들이 십억 명쯤은 될 겁니다. (150쪽)

그리하여 누가, 누구를 탓하랴. 그리고 이 모든 일들을 신의 탓이라고 돌리기에도 뭣하고. 이런 지경이 되도록 방치한 인도의 역사, 문화, 그리고 이를 유지하고 있는 정치권 등 기득권 세력의 총체적 책임인 그것을 말이다. 부정과 비리가 만연하고 있는 이런 대책 없는 질곡이 온존하고 있는 이상, 얼마나 더 많은 발람이 나올지 걱정이 앞선다. 소설이라 하기엔 너무도 선명한 인도의 모습을 보면서 떠올린 생각이다. 하여 인도에서는 인간답게 살기 위해 떨쳐 일어나 결국은 못다 핀 꽃 한 송이가 되어 버리든가, 아니면 그냥 눈감고 인간으로서의 양식이라고는 한 점 남김없이 저버리고 그냥 쥐 죽은 듯 지내든가 둘 중 하나의 기막힌 선택만이 있을 뿐임을 아디가는 또렷하게 보여주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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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