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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물이나 현상을 볼 때 실제 모습보다는 미리 입력되어 있는 이미지를 떠올리기 일쑤다. 하여 살짝 달라졌다거나 진작부터 지니고 있었는데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들은 도무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실상보다는 스테레오타입화되어 있는 허상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우리 문화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이다. 늘 습관적으로 접하고 있는 일상이기에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또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놓치기 십상인 것이다.

여기 외부인의 시각, 그것도 우리 것에 대한 애정으로 충만한 이들의 눈에 비친 우리의 진면목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눈 밝은 외국인들이 찾아낸 오늘 여기, 서울의 참 모습에 관한 기록인데 대부분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고 있는 것들을 예리하게 짚어내고 있어 약간 의외이면서도 무척 참신하고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나는 <뉴욕에서 온 남자, 도쿄에서 온 여자>을 서울에 대한 문화인류학 보고서로 읽었다. 한국의 수도, 서울에 대해 외지에서 온 학자가 행한 문화인류학 연구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심층 면접에 응한 이들은 하나 같이 의미심장한 자료를 술술 풀어놓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직업도 다양하여 연구가 직종별, 출신 국가별로 계통 표집이 절로 이루어진 셈이라 하겠다.

새겨들을 만한 내용이 즐비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게 다가온 것이 말레이시아에서 온 에밀 고와의 인터뷰 부분이다. “매일 새로운 일이 일어나 심심할 틈이 없다.”는 에너자이저 에밀 고, 그는 현재 쌈지 레지던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전방위 아티스트이다. 인터넷 싸이월드를 재현한 실제 공간을 연출하기도 하고, 하루 동안 DVD방 인테리어를 새롭게 고치기도 했으며, 이태리타월, 커플룩, 떡볶이 등 너무나 한국적인 것에 매료되어 우리 문화에 푹 빠져 있는 그의 종횡무진 활약상이 너무 유쾌하게 읽혔다. 그러면서도 사라져가고 있는 우리 문화 전통에 대한 애정 어린 충고도 곁들이며 우리를 고무하고 있기도 하여 의미가 더욱 각별했다 하겠다. 롯데 삼강 대롱대롱 아이스크림에 감탄하고 모란시장 수수부꾸미도 먹으며 명동 옛날 식 다방의 정취에 취하기도 하며 이 모든 것들이 하나 같이 소중한 것임을 일깨우고 있는 그는 결코 이질적인 외국인이 아니었다. 우리보다 더 우리 것에 대해 잘 알고 의미를 살리고 있었던 한국인이었다. 그는 런던이나 파리에서는 도무지 맛보기 힘든 서울만의 색깔이 있음을, 그리고 그게 자랑할 만한 것임을 또렷이 보여주고 있었다.

하여 <뉴욕에서 온 남자, 도쿄에서 온 여자>는 일회용 독서 거리로 그냥 지나칠 게 아니라 조금씩 곱씹어가며 우리의 우리다움이 진정 어떤 것인지, 우리가 놓치고 있는 우리의 특장은 또 무엇이 있는지 성찰해보는 지침으로 삼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유쾌하고 의미 있는 독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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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