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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용 그림책은 보통 지성과 감성을 개발하기 위한 목적으로 펴낸다. 어떤 주제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재구성하여 습득시키고자 하며 그와 더불어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감수성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파란 티셔츠의 여행>은 여기에다 의지적 결단을 불러일으키기는 요소까지 곁들이고 있어 더욱 의미심장하다 하겠다.

우선 지적인 면으로만 보아도 이 책은 많은 미덕을 지니고 있다. 면화를 생산하여 솜을 탄 다음 천을 뽑고 거기다 염색을 하여 색깔을 낸 후 재단과 재봉을 하여 티셔츠를 만들어내는 등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단계별로 잘 정리하여 한 눈에 전체적인 흐름을 또렷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지금 입고 있는 옷이 여러 사람들의 수고와 많은 단계를 어렵게 거쳐 자기에게까지 이르게 되었음을 생생하게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생산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삽화에서 아름다운 전통 의상을 입고 이마에 붉은 점을 찍은 인도 아가씨들이 면화를 수확하며 노래를 부르거나 재봉틀을 돌리는 노동자들이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등을 통해 일하는 것이 고통스런 게 아니라 즐거운 것이고 삶의 보람을 느낄만한 값어치 있는 활동임을 은연 중 마음에 새길 수 있게 하는 등 감성적인 면에서도 얻을 게 많다 하겠다.

이 책의 압권은 이런 지적인 면과 정서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는 와중에 공정무역이라는 시대적 이슈를 부각시켜 아이들로 하여금 새로운 세계에 눈뜨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정무역은 어른들에게도 아직 낯선 개념이다. 그런데 이 개념은 자신의 잇속만 챙기고 세속적인 계산에만 밝은 어른들에게는 사실 흔쾌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처자식을 겨우 먹여 살릴 정도로 빠듯한 재정 형편을 무릅쓰고 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공정무역 제품을 구매하기란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여 아직 세상적인 셈을 모르는, 영리 추구에 매몰되지 않는 순수성을 지니고 있는 아이들에게 오히려 더 어필할 수 있는 개념인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타게트를 적절하게 설정했다 하겠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니 이 책은 그렇게 어렵거나 거창하게 떠벌리지 않으면서 공정무역의 필요성을 조목조목 일러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하여 아이들뿐 아니라 아직 공정무역의 개념을 모르는 어른들에게도 적합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기본 개념을 명료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친근감 있는 용어인 착한 소비라는 말로 공정무역의 개념과 의미를 풀어나가고 있어 정서적으로 쉽게 공감하며 흔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공정무역이 어렵고 복잡한 방식의 무역 거래를 뜻하는 게 아니라 힘들여 일한 사람들에게 올바른 대가를 지불하고 꼭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는 착한 거래라고 설명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린이들에게 단번에 필이 꽂힐 것이다.

그리하여 어린이로 하여금 시대적 화두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고 더불어 세상을 향해 열린 시각도 지닐 수 있게끔 하려는 작가의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하겠다. 갈수록 개인주의에 매몰되고 자신의 이해관계에만 집착하는 이 시대에 우리 아이들이 순수성을 잃지 않고 불의한 세상에 맞서 분별력 있게 판단하고 의지적으로 결단하게 하려면 어린 시절부터 정의적 측면에 대한 감각을 길러주어야 할 것인데 <파란 티셔츠의 여행>은 난해한 이슈인 공정무역 문제를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적절하게 해석하고 재구성하여 아이들 내면 깊숙이 울림이 전해질만큼 의미 있는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생각하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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