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방금 떠나온 세계

[도서] 방금 떠나온 세계

김초엽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1.

김초엽 작가의 소설은 언제나 나를 우주 속의 먼지로 만든다. 그의 소설 안에서 나의 지식과 인지는 숲에 흩날리는 작은 나뭇잎 하나로도 과분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2.

책을 폄과 동시에 3개의 단편소설을 읽어버린 나는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의 세계는 너무나 어렵고 난해하고 알 수 없는 단어의 나열같아 보이지만 비인간 대상이든 인간 대상이든 그 존재가 나와 다른 종이든 같은 종이든 우리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케빈 방정식을 제외한 모든 소설은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 다른 존재의 이야기를 하고있다.

그렇기에 더욱 당황스럽다.

내가 한번도 겪어보지 않는 일을 한번도 보지 못한 세계를 한번도 이해하려 하지않았던 존재들을 너무 가뿐히 풀어내고 있다.

친절하게 단어의 뜻과 명확한 의미를 전달하는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세계 속 그 주인공이 되어 그들과 함께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


3.

김초엽 작가의 다른 책인 '사이보그가 되다'를 아직 읽어보기 전이지만 그가 가진 장애가 무엇인지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됐다.

그 정보 하나가 이 책을 다시 보게 만든다.

우리가 말하는 장애가 어느 세계에서는 그들만의 고유한 특성일 수 있고 우리가 가진 당연한 신체는 누군가의 세번째 팔일 수 있다.

그가 만든 작은 세계는 독자의 평생 가지고 살아온 편협한 뇌를 더 말랑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4.

<오래된 협약>, <숨그림자>,<인지공간>

먼저 오래된 협약부터 말하고 싶다.

소설의 장점은 내가 상상하고 싶은 대로 상상할 수 있음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는 감히 오브를 상상할 때 넓은 들판 위 무수한 갈대처럼 보이는 무지갯빛의 오브를 상상했다.

그리고 그 오브를 바라보는 정적인 노을빛의 하늘과 유일하게 숨을 쉬고 말을 하는 벨라타인.

연민, 생존, 죽임, 약속을 통한 공존.

세계가 달라도 작가가 말하고픈 이야기가 너무나 우리네들 이야기라서 숨 죽이고 봤다. 그 행성에 공존하는 모든 생명들처럼. 또한 편지형식으로 된 그의 소설이 당황스러울 만큼 좋았다.

숨그림자에서 기억나는 단어는 '양말'

이 소설을 읽고 가장 큰 충격을 받을 것 같다. 공기 입자를 통해 인식하는 세계라니. 입자를 통해 이야기를 이해하는 지연의 대화라니. 공기 중에 떠도는 감정이라니. 언어의 궤적이라니. 모든 것은 충격적이었다. 내용이 충격적이었다기 보다는 말을 못하는, 발성기관이 퇴화한 사람들의 세계라니.

그 세계를 이렇게 풀어낼 수 있다니.

감탄의 연속이었다.

'양말이 사막 구석에서 모자를 쓰고 발견되었다.'

하나하나 다 리뷰를 하고싶지만

'인지공간'까지 하고 글을 마친다.

인지 공간. 공동체가 가져야 하는 지식을 쌓아놓은 거대한 구조물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니 그 구조물에 의문을 가진 한 사람의 생각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이라고 지칭하는 것도 어색한 이 소설에서 이브는 나약한 존재지만 누구보다 깨어있는 존재로 설명된다. 공동의 인지 라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생소한 개념이었지만 지금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에게 학습된 모든 문화는 공동의 인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래되고 쓸모없는 기억은 잊혀지고 새로운 기억이 덧대어지는 이 과정에서 어마어마하게 큰 구조물은 모든 인간의 인지를 담을 수 있을까. 그 구조물에 의해 생각이 가로막히는 것은 아닌가. 이브가 발견한 세번째 달은 나에게도 잊혀진 기억이 아닐까.


5.

책을 펴자마자 어? 나 이거 봤던 책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낯선 단어들이 주는 익숙함이 설레었다.

낯선 단어들의 나열에서 오는 막연한 지식이 기대됐다.

김초엽 작가의 소설은 언제나 사람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그녀가 쓴 모든 글은 나의 세계를 뒤흔든다.

과학적 지식이 없는 편인 나에게도 재밌는 이 책이 과연 과학적 지식이 있는 사람에게는 어떻게 다가올지, 분자 입자 국지적 시간 거품 궤도 라는 단어들로 더 재밌게 읽을지, 터무니 없는 생각이라며 혀를 찰지 궁금하다.

이 터무니 없는 상상의 세계는 우리와 너무나도 닮아있다.

그래서 마음이 간다. 터무니 없는 상상 속에서는 모든 인류는 그들만의 특성으로 살아간다. 소통하고 사랑하고 이해하며 학습하고 살아간다.

다른 모습을 한 다른 행성의 여행이 기대되는 책이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