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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얼굴

[도서] 고독한 얼굴

제임스 설터 저/서창렬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고독한 얼굴

제임스 설터

마음산책 출판사

 

 

캘리포니아에서 교회 지붕 청소일을 하는 랜드와 게리의 대화로 소설은 시작된다. 하늘과 맞닿은 지붕 위, 내리쬐는 햇빛을 막아 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뜨거운 열기에 웃통을 벗어 던졌고, 오로지 맨몸으로 햇빛에 맞설 뿐이다. 도심 안에 있는 교회이지만, 지붕 위는 세상과 떨어진 야생처럼 느껴진다. 이런 곳에서 침착하게 일하는 랜드에게 게리는 호감 섞인 대화를 시도하고, 추락할 뻔한 상황에서 랜드의 도움으로 구조받는다.

 

 

소설의 도입부가 참 흥미롭다. 주인공의 이름은 버런 랜드이고, 주인공의 실제 모델이 되는 인물이 게리 헤밍이다. 실제 인물의 이름을 등장시켜, 앞으로 벌어질 일련의 사건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게리 헤밍은 1966년 알프스의 프티뒤르에서 두 명의 조난자를 구출해 알프스의 영웅으로 불린 등반가이다. 구출 장면은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대에서 실시간으로 중계됐고, 연일 대서 특필됐다. 5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샤모니의 영웅으로 전해진다.

 

 

게리 헤밍은 산에서는 매우 뛰어난 등반가였지만, 산 아래에서는 고독한 히피또는 알프스의 이방인으로 불렸다. 난잡한 여자관계, 약물복용, 사회부적응, 우울증, 정신착란까지 시달렸다. 이런 배경에는 거의 어린 시절 불우한 환경과 1960년대 반사회적인 히피문화의 영향이 크다. 그의 아버지는 흉악범죄자였고, 이혼한 어머니와의 어려운 생활은 그의 상처를 봉합하지 못했다. 미국으로 돌아온 후, 노동과 글쓰기를 하면서 세상과 섞이려고 노력했지만, 뜻대로 잘되지 않았다. 결국 196934살의 나이에 권총 자살로 슬픈 삶을 마감한다.

 

 

소설은 게리 헤밍의 실재 사건들을 토대로 재구성되었다. 주변 인물들과의 인터뷰, 편지 등을 통해서 그를 더욱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작가의 이런 따뜻한 시선은 동시대를 살아간 비운의 등반가를 따뜻하지만 애처롭게 묘사하고 있다. 캘벗과 랜드가 수천 미터의 얼음 절벽인 뒤르를 오를 때는 실제 모습을 보는 것처럼 생생하다. 수직에 가까운 절벽에 줄 하나만으로 매달려서 극한의 추위와 폭풍우를 버텨내는 모습은 실제 추위를 느끼게 할 정도다. 떨어진 낙석에 얼굴을 맞아 피범벅이 되고, 정신을 잃은 채 줄에 매달린 모습은 끔찍하다. 죽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을 이러한 상황에서도 내려가지 않고 정상을 오르려는 캘벗의 심리는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산을 오르는 것이 목숨을 버릴 만큼 가치가 있는 일인가?

 

 

거대한 암벽은 대가를 요구하잖아요? 대가를 치러야 하는 건 맞아요. 우리 모든 걸 다 바쳐야 합니다. 그렇지만 죽을 필요는 없어요.” 수십 번의 외로운 등반을 한 랜드의 말이다. 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버텨낼 수 있는 신체적인 능력과 정신적인 용기라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하지만 목숨을 초개처럼 여기는 등반가는 실패하게 된다.

 

 

고독의 사전적 의미는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한을 일컫는 말이다. 소설은 등반가인 버런 랜드’, ‘잭 캘벗’, ‘존 브레이이들을 성으로 부르고, 다른 등장인물들은 이름으로 부른다. 상식적인 형태의 이름을 부르지 않음으로써, 저들을 세상에서 떨어진 고독한 사람들로 지칭하는 것이다. 등반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산에서 떠나거나 내려와야 한다. 하지만 고독한 저들은 여전히 산에서 내려오지 못했다. 이 모습은 신화 속 이카루스의 모습으로 비유할 수 있다. 밀랍 날개를 달고 너무 높이 날아, 태양에 밀랍이 모두 녹아서 떨어져 죽는 것처럼 말이다.

 

 

등반이라는 수단이 삶의 목적으로 오인되었을 때 고독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사람은 사람과의 관계에서만 삶의 목적을 찾을 수 있다. 목숨을 건 등반을 하면서 랜드는 이 사실을 깨닫는다. 등반은 중요하지 않고, 진짜 투쟁은 그 후에 온다고 말이다. 그들이 갈망했던 것은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한 용기였다. 하지만 그 깨달음이 너무 늦어버린 걸까. 카트린을 향해 울먹이는 랜드의 모습은 너무나 가엾다. 그의 얼굴을 쳐다본다면 느껴지는 감정이 고독이 아닐까.

 

 

영화 각본이 소설로 전화되어서인지 장면, 대사 등의 구분 없는 나열은 집중과 가독성을 떨어뜨려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시간을 내어 천천히 소설을 읽다 보면, 너무나 삶을 갈망했던 안타까운 영웅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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