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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민트

[도서] 페퍼민트

백온유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엄마는 고여 있는 것 같다가도 우리 삶으로 자꾸 흘러넘친다. 우리는 이렇게 축축해지고 한번 젖으면 좀처럼 마르지 않는다. 우리는 햇볕과 바람을 제때 받지 못해서 냄새가 나고 곰팡이가 필 것이다. 우리는 썩을 것이다. 아빠가 썩든 내가 썩든 누구 한 명이 썩기 시작하면 금방 두 사람 다 썩을 것이다. 오염된 물질들은 멀쩡한 것들까지 금세 전염시키니까.p121-122

“너무 슬퍼하지 마. 모두 결국에는 누군가를 간병하게 돼. 한평생 혼자 살지 않는 이상, 결국 누구 한 명은 우리 손으로 돌보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야. 우리도 누군가의 간병을 받게 될 거야. 사람은 다 늙고, 늙으면 아프니까. 스스로 자기를 지키지 못하게 되니까. 너는 조금 일찍 하게 된 거라고 생각해 봐."p191-192

우리는 재난을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사실 그 누구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간병을 시작하는 경우는 없다. 그게 마지막 대화라는 걸 알았다면 엄마는 내게 무슨 말을 건넸을까? 엄마는, 우리는, 분명 사랑을 말했을 것이다.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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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록시모라는 감염병이 사회를 휩쓸고, 그 병의 후유증으로 식물인간이 된 엄마를 아빠와 간병인과 함께 교대로 돌보며 꿈도 희망도 없이 지내는 열아홉살 시안.

프록시모 감염병의 슈퍼 전파자로 낙인 찍혀 사회에서 비난받고 그 이후 잠적해 개명까지 하고 남자친구 문제로 고민하고, 입시준비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한때 시안과 절친이었던 해원(지원).

그러던 어느 날 시안이 해원의 오빠 해일과 마주치게 되고, 해원과 다시 만난다.
시안은 자신과는 다르게 평범하게 사는 해원을 보며 반가운 마음과 자신의 처지와 엄마 생각에 복잡한 마음을 갖고, 해원을 통해 일상의 평범함을 다시 느끼며 즐거워하기도 하고, 지난 추억을 생각하며 행복해하기도 하지만 이내 현재 자신의 상황에 비참한 마음과 암담함을 느끼며 괴로워한다.

이야기는 시안과 해원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진행되고, 위태위태한 그들의 관계와 십대 아이들의 복잡한 감정들이 세밀하게 그려져 있다.
엄마라는 가장 든든하고 자신을 지켜줄 대상의 부재로 갑작스레 시작된, 준비되지 않은 돌봄을 감내하는 시안의 이야기와 자신의 과거가 밝혀질까 노심초사하며 늘 불안에 떨며 살아가는 해원의 이야기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전작인 '유원'에서 역시 백온유 작가는 살아가는 삶이 아닌, 견디고 버티는 삶을 담아냈고, 살아남은 생존자의 죄책감과 부채감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그리고 마지막은 언제나 가만가만 위로를 건네는 작은 희망을 선사한다.

그늘을 벗어나 한걸음, 햇볕이 있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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