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블로그

리뷰 이 세상에는 어떤 신도 없다

미치오 슈스케 <용서받지 못한 밤> (약스포) 오랫만에 읽는 일본 범죄(추리)소설이다. 초반부는 여러 미스테리때문에 흥미로웠는데 중반부 이후부터는 조금 집중력이 떨어졌다. 이미 일어난 사건의 내용을 계속 반복해서 서술하는 느낌이 들어서이다. 독자리뷰에는 하나하나의 복선이 매끄럽게 연결되어 가는 솜씨가 대단하다고 나와있는데 사실 나는 결말을 예측하지는 못했다. 이 소설은 사건이 진행되어 나감에 따라 긴장감을 계속 고조시키는 방식이라기보다는 전반부에서 사건의 핵심 질문을 던지고, 결말에 가서 답을 몰아서 전달해주는 방식으로...

2022.05.21 공감 횟수 0 댓글 수 0

리뷰 작은 진실에 귀를 기울여야만 하는 이유

책을 읽기 전 에코 스릴러라는 장르의 제목 자체가 궁금증을 유발하였다. 전작 <천 개의 파랑>에서 보여주었던 긍정적 가치들을 기억하고 있기에 신작 <나인>에서는 어떤 주제를 다루고 있을까 기대가 되었다. 외계인, 식물, 살인사건이라는 무언가 선뜻 연결되지 않아보이는 세 가지 키워드의 조합이 신선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특히 후반부의 몰입감이 좋은데, 나인이 박원우의 죽음과 관련하여 사건의 내막을 알게 되고 이를 밝혀나가는 과정에서 긴장감을 가진 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미래, 현재, 나...

2021.11.12 공감 횟수 0 댓글 수 0

리뷰 모바일 작성글 진실처럼 표현되는 거짓말같은 이야기

오랫만에 읽는 기욤 뮈소의 소설이다. 기욤 뮈소의 소설은 대부분 흥미로운 사건으로 시작한다. 언제나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간다.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 은 소설 속 소설 이야기로 전개된다. 겉의 이야기는 라파엘 바티유라는 소설가의 이야기이고 안은 네이선 파울스 라는 절필한 베스트셀러 작가의 이야기이다. 핵심 스토리 라인의 밑바탕에는 " 작가는 어떻게 작품을 창작해야 하는가?" 라는 근원적인 문제제기를 다루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매 장마다 유명 작가의 관련 담론을 머리말로 언급해주고 있는데, 이 내용들을 읽어나가는 재미...

2020.01.06 공감 횟수 1 댓글 수 0

리뷰 모바일 작성글 죽음 앞에서 한없이 무거워지는 당신께

죽음이라는 주제를 유쾌하면서도 가볍지만은 않게 그린 소설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을 읽으며 그의 인생이야기를 따라가 본다. 장례식과 생일파티를 같이 하겠다는 독특한 발상에서부터 엿볼 수 있듯이 이 소설의 톤은 무겁지 않다. 오히려 경쾌하고, 유쾌하다. 평소에 우리는 죽음을 생각하고 준비하고 살펴보는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한다. 문화적으로도 죽음을 입에 담는 것을 금기시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죽음을 앞에 두게 된다면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고, 삶을 어떻게 마무리해야할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죽음에...

2020.01.03 공감 횟수 0 댓글 수 0

리뷰 모바일 작성글 5월 그날의 일이 역사가 되기까지, 5월 18일, 맑음

<5월 18일, 맑음>은 5·18기념재단이 기획해 1980년 5월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5·18 이야기를 청소년에게 전하는 책이다. 1980년 5월 18일 이후 열흘간의 항쟁과 그 이후 진실을 밝히고 명예를 회복하려는 다양한 노력을 담고 있다. 청소년용이라 이해하기 쉽게 쓰여져 있고,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실제 인물과 상황들에 대한 고증이 많이 담겨있다. 1부는 1980년 5월에 일어난 열흘간의 일들을 시간 순서대로 설명하고, 2부에서는 항쟁 이후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여러 활동과 노력을 보여 준다. 5.18 ...

2019.04.08 공감 횟수 0 댓글 수 0

리뷰 모바일 작성글 전쟁과 사랑이 남긴 상처

2차세계 대전 당시의 오스트레일리아인 전쟁포로에 대한 이야기는 그동안 접해본 적이 없다. 1942년, 일본은 타이에서 미얀마에 이르는 415km 철로 건설에 많은 전쟁 포로들을 동원하였다. 그 중에 3000명 이상의 오스트레일리아인이 포함되어 있었다. 작가인 리처드 플래너건의 아버지는 그 전쟁 포로 중 한 명이였다가 살아남았다고 한다. 이후 아버지는 전쟁포로의 삶에 대해 아들에게 들려주었고 아들은 그 이야기를 12년에 걸쳐서 소설로 썼다. 그 이야기가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이다. 이 책을 읽으며 전율과 감동이 교차...

2018.03.19 공감 횟수 0 댓글 수 0

리뷰 모바일 작성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 주는 건 무엇일까?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소설 <아몬드>에서 윤재는 편도체가 보통사람들보다 작아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이다. 아몬드와 같은 모양처럼 생긴 편도체가 작아 분노도 공포도 잘 느끼지 못한다.윤재는 느끼지 못하는 감정들을 책을 통해 이해하게 된다. 책은 내가 갈 수 없는 곳으로 순식간에 나를 데려다주었다. 만날 수 없는 사람의 고백을 들려주었고 관찰할 수 없는 자의 인생을 보게 했다. 내가 느끼지 못하는 감정들, 겪어보지 못한 사건들이 비밀스럽게 꾹꾹 눌러 담겨 있었다. 그건 텔레비전이나 영화와는 ...

2018.03.04 공감 횟수 6 댓글 수 0

리뷰 삶의 어떤 시기에도 봄은 온다

 작년에 출간된 공지영의 소설집이다. 총 5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표제작인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는 우의적이면서도 상징적으로 읽힌다. 나머지 소설들은 '나'에 대한 탐구 소설로 읽힌다. <즐거운 나의 집> 처럼 소설가 공지영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들이 세 편이 있다. 소설가 공지영인 '나'가 주인공인  소설 중에는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픽션적인 소설로는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의 스토리 전...

2018.02.27 공감 횟수 0 댓글 수 0

리뷰 인간에게 진정한 자유란 무엇일까

 가장 최근에 나온 안정효씨 번역의 <멋진 신세계>를 읽었다. 모든 사람들이 안정된 세계, 모든 것이 통제된 사회, 과연 여기에서 인간은 행복할 수 있을까 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된다.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서는 어느 누구도 불행하지 않다. 굶주림과 실업, 가난도 존재하지 않는다. 질병도 없고, 전쟁도 없으며, 어디서든 청결하고 위생적이다. 예상 수명도  높다. 늙어도 표가 나지 않는다. 누구도 고독하거나 절망을 느끼지 않고 불안해하지도 않는다. 모든 것이 즐겁...

2018.02.27 공감 횟수 1 댓글 수 0

리뷰 과학적 지성과 소설적 상상력의 접점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아주 흥미로운 과학소설이다. 과학이 줄 수 있는 지적 상상력과 소설이 줄 수 있는 철학적 사유가 절묘하게 결합되어 있다. 여덟 편의 단편 중 영화 <컨택트>의 원작이기도 한 <네 인생의 이야기>와 외모 지상주의에 대해 이야기하는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소고: 다큐멘타리>를 인상깊게 읽었다.   <네 인생의 이야기>는 루이즈가 자신의 (아직 태어나지 않은) 딸을 향해 ‘네 인생의 이야기’를 말한다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언어학자인 루이즈 ...

2018.02.26 공감 횟수 1 댓글 수 0

리뷰 한국을 떠나고 싶은 청춘들의 희망보고서

<한국이 싫어서> 라는 제목을 처음 본 순간 무엇에 맞은 듯 놀랐었다. 제목이 자극적이고 도발적이란 생각도 들었다. 작년에 한창 유행했던 ‘금수저’,‘흙수저’ 란 말 속에 담겨져 있는 계층 간의 불평등을 소설에서 표현해준 걸까 호기심이 생겼다. 소설은 정말 순식간에 읽혔다. 소설을 읽은 후 한국에서 행복하게 혹은 만족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계나는 왜 한국을 떠났을까 이 소설은 20대 후반의 계나라는 여성이 한국에서는 더 이상 삶의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호주로 시민권을 따러 가는 이야기이다....

2018.02.23 공감 횟수 3 댓글 수 0

리뷰 멀리 혹은 가깝게 여성의 서사 들여다보기

<현남오빠에게>는 7명의 여성작가들이 쓴 소설이 페미니즘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의 소설집으로 묶여져 있는 책이다. <현남오빠에게>,<당신의 평화>,<경년> 이 세 편의 소설은 우리 사회에서 여자친구, 딸, 며느리, 시어머니라는 여성의 모습이 어떻게 자리 매김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소설에서 형상화되어 있는 여성의 모습을 보며 마치 내 모습이 투영되어 보이는 느낌을 받게 된다. 내가 살아온 모습, 혹은 내 어머니가 살아온 모습이 소설 속에 미러링 되어 있다. <모든 것을 제자...

2018.02.23 공감 횟수 12 댓글 수 0

리뷰 내 자신을 지켜나가며 엄마로 살아가기

결혼해서 큰 아이를 낳고도 오랫동안 엄마라는 나의 자리와 위치가 낯설었었다. 자고 일어났는데 아이가 옆에 자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적도 있다. 이 아기는 누구지? 라고 몇 초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렇게 나는 엄마라는 정체성을 받아들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누구나 처음부터 엄마였던 사람은 없다. 엄마는 아무리 준비를 하고, 선행학습을 한다고 해서 연습이 되는 일은 아니다. 또 내가 아무리 많은 육아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설령 이미 여러 명의 아이를 키운 경험이 있다고 해도) 전혀 다른 성향의 아이를 낳게 되면 새...

2018.02.22 공감 횟수 4 댓글 수 0

리뷰 모바일 작성글 가치의 전복을 꿈꾸는 1988년생의 이야기

<아몬드>의 저자 손원평씨가 쓴 소설이다. 잘 읽히고 주제도 좋다. 읽고 나면 마음 한 구석이 서글퍼진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김지혜이다. 누구나 아는 사람 중에 김지혜가 있을 것이다. 나도 몇 명의 지인이 있다. 지혜는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린 해에 태어나 2017년 올해 서른 살이 된 비정규직 인턴이다. 할아버지가 ‘추봉’이라는 이름을 붙이려고 했으나 어머니의 투쟁으로 ‘지혜’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하지만 같은 반에는 ‘지혜’들이 여러 명씩 있었고, 그녀는 반에서 ‘김지혜 삐(B)’로 불리울만큼 평범하게 성장한...

2018.02.22 공감 횟수 6 댓글 수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