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문제적 인간 시리즈 여섯 번째 작품이다. 이 책을 읽을까 말까, 쉽사리 결정할 수 없었다. 당췌 들어보지도 못한 변방의 사상가를 알아서 뭣하리... 하지만 문제적 인간 시리즈로 선정됐다면 나름 뭔가 있겠지...

주문한 책이 도착했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장장 1,200쪽에 달하는, 두께와 무게가 만만치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 5권 짜리를 한 권으로 합본한 까닭이다.

읽기 시작했다. 머릿말과 해설이 50쪽이나 이어진다. 독자를 질리게 하려고 작정했나? 이래서야 책이 팔릴까...?

 

기타 잇키(北一輝)는 1883년 니가타에서 약 33km 떨어진 사도 섬에서 태어난다. 사도 섬은 일찍이 승려 일련(日蓮)이 유배되었던 곳으로 유명하다. 일련은 불교의 법화경을 근간으로 하여 깨달음과 평화를 구하고자 한 남묘호랑교를 창시했다. 남묘호랑교는 일련종, 창가학회로도 불린다. 사도 섬 사람들은 일련을 깊이 존경하였으며 기타 잇키 역시 그의 굳센 의지를 본받아야 할 표상으로 생각하며 살았다.

기타 잇키의 부모는 섬의 유지에 속했으므로 기타는 나름 귀한집 자제였다. 예나 지금이나 귀한 집에서 태어나야 교육도 제대로 받을 수 있고 성장기를 거치면서 뛰어난 주변인물로부터 영향받을 수 있다. 기타는 공부나 운동이나 특출나지 못했지만 당시 훌륭한 지인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사회주의, 진화론, 세계주의, 천황주의 등이 기타가 영향받고 자신의 가치관으로 삼은 이념들이다.

19세에 이르러 눈병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고 문필가로서 문명을 날리고자 작심한다. 사도신문에 국체론과 사회민주주의에 대한 자신의 이념을 투고하는데, 천황을 불경되게 하였다 하여 엄청난 지탄을 받았다. 그의 이념은 일본이 주체가 되어 사회민주주의 세계제국을 건설하여 문명을 발전시키고 세계평화를 이루어야한다는 것이다. 매우 위험한 사상이다. 나치즘과 백지 한 장의 차이밖에 없다.

러일전쟁이 발발하자 사회주의자임을 천명하면서도 제국주의적 사회주의자라는 괴변을 늘어 놓으며 러일전쟁을 강력 지지한다. 바야흐로 20세기는 제국주의 시대이므로 약자는 강자에게 필멸할 수밖에 없다. 평화를 외치며 반전을 주장하는 것은 백인종 제국주의 국가에 고스란히 먹잇감 신세로 전락하는 길이다. 황인종 중에서 가장 우수한 일본제국이 백인종 제국과 맞서야 한다. 같은 일본인끼리 본다면 그럴듯하겠지만 다른 나라 사람이 보기엔 끔찍할 따름이다.

데루라는 처자와 사랑에 빠지지만 집안 반대로 불행한 연인이 되었다. 연애시를 좀 써보기도 하지만 청사에 길이 남을만한 것은 아니다.

성년이 된 기타는 사도 섬을 떠나 우에노 제국도서관에서 독학한다. 국가에서 시행하는 학문은 어용이라 생각했으므로 이른바 관학에 비판적이었다. 기타는 여기서 '국체론과 순정사회주의'라는 문제작을 집필한다.

 

정말 읽기 힘든 책이다.

두꺼워서가 아니다.

저자의 만연체 때문이다.

기타를 중심으로 중요한 인물 몇 명과 의미있는 사건 위주로 기술하면 될텐데, 사돈의 팔촌까지 일일이 들먹인다. 분량의 반 정도는 기타의 주변인물 이야긴데 그게 꼭 필요한 내용 같지는 않다. 자료수집에 들인 공을 지나치게 칭찬받고 싶은 모양이다. 인명이 너무 많은 통에 누가 누군지 헛갈리지 않을 방법이 도저히 없다.  

끔찍한 책이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