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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섬을 떠난 기타 잇키는 우에노 제국도서관에서 독학을 한다. 일본 근대화 사상의 아버지로 불리는 후쿠자 유키치의 독학 사례를 모범으로 삼고, 관학(국가공인학문)은 어용 학문이라며 혐오했으므로 반 아카데미즘의 온산인 제국도서관에서 국체론과 순정사회주의를 연구 및 집필한다.

당시 일본은 자유주의적 내각이 들어서면서 사회주의당 창당을 허용하는 데까지 이른다(아마도 서구 열강에서 민주주의 이념 아래 정당 창당의 자유를 허용하는 선례를 섣부르게 따라한 정책이 아닌가 억측해본다). 일본 사회당은 러일전쟁에 대하여, 모든 전쟁은 자본가와 국가의 이익을 위할뿐 노동자와 농민에게는 희생만을 강요하므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맞는 말이다. 이에 반해 기타 잇키는 전쟁에서 패할 경우 민족의 존립이 위태로우므로 사상을 떠나서 전쟁을 강력 지지했다. 국가를 부인하지 않고 오히려 국가와 민족을 중심에 두는 사회주의. 이런 것은 사회주의가 아니지만 기타는 자신의 이념을 순정사회주의라고 혼자서 강변한다.

 

기타 잇키의 소위 '순정사회주의'란(1906.5.9. 발행. 6일만에 발매금지 처분되고 압수됨)

국가-사회가 불행한 것은 '빈곤과 범죄' 때문이다.

빈곤은 경제적 '불평등'에서 기인한다. 경제적 불평등은 생산수단을 경제권력자가 '독점'하는 데서 비롯된다. 현대 사회는 경제적 귀족 국가이다. 즉 돈 많은 자가 귀족적 지위를 누리고 무산자는 귀족의 호사를 담보하기 위해 저임금과 중노동에 시달려야 한다. 이를 타파하기 위한 것이 사회주의다. 기타는 경제적 불평등을 없애고 '징병적 노동'으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의 노동 시장은 용병적 노동인데 돈을 받고 일하는 것보다 누구나 군대 가듯이 노동을 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똑같은 보수를 받게되면 불평등이 타파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타는 개인주의와 국가주의가 완전히 공존할 수 있는 유토피아를 꿈꾸었다. 그가 도모한 사회주의는 상층을 하층으로 끌어내리는 빈곤의 평등이 아니라, 하층을 상층으로 끌어올리는 정신적 귀족주의였다. 실현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듣기에 달콤한 속삭임이다. 

범죄는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현실적 욕구가 충족되지 못했을 때 발생한다. 따라서 순정사회주의는 범죄를 줄이는데 주력할 것이 아니라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정책을 펼 것을 주장한다(이 부분은 꽤 신선하다). 양심이란 후천적 계급의식의 발로일 뿐이므로 국가 사회의 이익과 함께 개인의 자유 독립을 가장 존중하는 양심으로 진화해야 한다.

철저한 개인주의자인 기타는 순정사회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독립, 그리고 사유재산제를 옹호한다고 역설한다. 개인의 자유와 독립을 통해서만 사회혁명을 완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화론을 유일한 과학으로 신봉한 기타는 국가를 유기체로 보았다. 유기체이므로 국가도 진화의 법칙을 따른다. 세계는 경쟁을 통해 발전할 것이다.

그는 또한 남녀불평등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다. 다만 사회변혁을 위해 자유연애를 강력히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핵심은 국체론을 부정한 것이다. 국체론은 국가는 가족과 같은 개념으로 천황은 아버지요 국민은 자식이라는 논리다. 따라서 국민은 무조건 천황에게 충성해야 하며 반항이란 있을 수 없다. 기타는 국체론을 토인부락의 논리라면서 강력히 부정했다. 일본 역사에서 천황이 아버지같은 권력을 장악한 바도 없고 천황의 권력이란 황궁 안에서 노니는 새와 같을 뿐이다. 천황은 국가의 주인이 아니며 오직 깨우친 국민이 국가의 주인될 자격이 있다고 기타는 생각했다.

 

역작이 발매금지되고 할 일이 없어진 기타는 중국공산당혁명에 투신한다. 그런데 말이 투신이지 그가 혁명을 위해 한 일이란 일본에서 쑨원 등 중국혁명 지도자들이 조직한 '중국동맹회' 창립 당시 연단에서 뭔 연설을 한 번 한 일과 혁명 기관지 등에 사설을 몇 번 끄적여 준 일 외에 특별한 것이 없다.  중국혁명도 흐지부지 나아갈 길이 없어보이고 설상가상 중국동맹회는 쑨원과 황싱 등이 서로 여염집 여인네처럼 싸우다 빈정 상해 해체되버렸다. 할 일이 없어진 기타는 혁명자금을 모으기 위해 선산에서 금광을 개발하기도 하고 화류계에서 놀다 부끄러운 병까지 걸린다. 작가는 이 때의 기타는 '기다림'을 이해해야 하는 상태였다고 하는데, 지나가던 개가 하품할 변명이다. 

기타는 다른 낭만적 혁명가들과 마찬가지로 궁핍한 생활을 이어간다. 돈을 빌리기 위해 부자에게 머리를 조아린 흔적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의미 없는 나날이 이어지다가 28세 때 드디어 꿈에 그리던 중국 망명길에 오른다.

 

이 책이 정말 짜증 나는 것은 기타 잇키의 생애와 사상을 쫒는 글임에도 주변인물들의 일상잡기가 너무 많아 지루함이 도를 넘는다는 상황이다. 필요없는 잔가지를 다 쳐내고 분량을 반으로 줄여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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