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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 2. 26. 오전 0시. 도쿄에는 30년만의 대폭설이 내리고 있었다.

청년 장교들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일당은 총리, 대장대신, 내대신, 교육총감, 전 내대신, 시종장 등을 습격하여 살해하거나 살해를 시도하였다. 혈기왕성한 청년 장교들이 보기에 일본은 썩을 대로 썩어있었다. 소위 기득권 세력들은 민생은 돌보지 않고 사리사욕만 챙기고 있으며, 국민은 가난과 전쟁 때문에 삶이 파탄지경에 이르렀다. 사회의 적폐를 일소에 해소하고 거듭나지 않는다면 일본 국가에게 미래란 어두운 그림자로 뒤덮인 디스토피아일 것이다. 일본은 천황을 권력의 중심으로 한 국민국가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이들의 쿠데타는, 그들이 지지하려 했던 천황의 지지도 받지 못한 채 결국 실패하였고 15명의 장교들과 기타 잇키를 포함한 4명의 민간인 등 핵심 인물들은 처형됐다.

 

거창하게 국가사회주의라고 명명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기타 잇키를 비롯한 2.26 추동세력이 꿈꾸었던 국가는 개미나 꿀벌과 같은 사회에 지나지 않는다. 집단사회생활을 하는 그 두 곤충은 모두 여왕을 중심으로 하여 계급별로 병정, 노무자, 출산 등의 업무를 각각 담당하고 맡은 바 업무 외엔 일절 관여하지 않고 관여할 수도 없다. 겉으로 보기에 개미나 꿀벌은 매우 효율적인 사회조직을 운용하는 것 같다. 기타 잇키는 자기 조국 일본이 개미, 꿀벌의 나라가 되기를 꿈꾸었음에 틀림없다. 천황(=개미나 꿀벌 사회의 여왕개미, 여왕벌)을 중심으로 국민은 열심히 생업에 종사하며(=일개미, 일벌) 외적에 맞서 튼튼한 국방을 갖추어(=병정개미, 싸움벌) 모든 국민이 동등하게 잘 사는 나라를 만들자(=개미집, 벌집). 히틀러의 나치즘과 백지 한 장 차이다. 만약 2.26 사건이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패배의식 만연한 일본 사회에서 기타 잇키를 핵으로 하여 일어났다면, 1차 세계대전 종전 후 독일에서 히틀러가 일으킨 국가사회주의와 비슷한 길을 갔을 지도 모르고, 그랬다면 제3차세계대전이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순정사회주의니 일본개조대강이니, 다 한심한 수준의 선동서인데 어떻게 이런 수준낮은 이론서가 순진하거나 순수한 젊은이들 및 우국지사들을 매료시킬 수 있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들이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더 철학적이고 진지했더라면 우매한 대중이 이해하기 어려워 그 책들을 읽다가 중간에 포기해버렸을 것이다. 그런데 기타 잇키라는 자는 고등학교 중퇴학력이다. 학문적 깊이가 없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쓴 책이니 보통 사람이 읽고 이해하기 참 쉬웠을 것이다. 이른바 천황을 중심으로 일본 국민이 똘똘 뭉쳐 강하고 평등한 나라를 만들어 백인 제국주의에 맞서 아시아의 맹주로서 세계를 제패하자는 주장은, 21세기에 이르러 인류 보편의 지성이 세계평화공존을 제 1의 가치로 믿어 의심하지 않는 계몽사회에서, 한 번 생각해볼 가치도 없는 쓰레기 주의주장이다.

 

폭염을 무릎쓰고 1,200쪽이나 되는 무지막지하게 재미없는 책을 읽어낸 보람이라고는, 이 책은 쓰레기이니 절대 읽지 말라는 경고를 다른 독자에게 해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다시 쳐다보기도 싫고 책꽂이에 꽂아놓고 싶지도 않다. 라면 받침으로 사용한다면 라면 먹을 때마다 보게될 것이므로 그냥 재활용 분리 수거함에 조용히 갖다 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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