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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연대기 4

[eBook] 전쟁 연대기 4

조셉 커민스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영국-줄루전쟁(1879)

줄루국은 오늘날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불리는 곳 근처에 있던 아프리카 토착민이 건국한 나라다. 아프리카를 마음대로 쥐락펴락하고 싶었던 영국은 이 순진한 왕국을 무너뜨리고 싶었다. 개틀링이라는 기관총으로 무장한 문명 군대가 창(아제가이 또는 이크와라고 불리는)과 방패를 든 야만인을 향해 무차별 사격을 가했다. 이것은 전쟁이라기보다 학살에 다름 아니었다. 줄루국은 영원히 사라져버렸다. 동학혁명 당시 아우내 장터에서 10만 동학군은 300명에 불과한 일본군에 전멸해버렸다. 동학군은 대나무를 깎아 만든 죽창을 들고, 일본군은 모슬포라는 기관총을 들고 싸웠다. 애초에 싸움이 될 턱 없었다. 보라, 문명은 야만보다 얼마나 더 야만스러운가.

 

에스파냐-미국 전쟁(1898)

전쟁 발발 원인이야 다 추악한 것이고, 이 전쟁으로 약 67천명이 사망했는데, 질병으로 사망한 병사가 84%다. 추악한 모사꾼들이 책상에서 전쟁을 기획하면 헛된 애국심에 눈 먼 병사들이 장기판에 놓인 졸처럼 허무하게 죽어간다. 애국심이란 무엇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루스벨트가 영웅으로 등장했으며, 에스파냐는 이 전쟁에서 패하여 2류국가로 전락한다. 미국과 쿠바는 서로 손잡고 에스파냐와 싸웠으나 나중엔 불구대천지 원수가 된다. 해방자로, 친구로 필리핀에 상륙한 미국은 기존 제국주의 압제자 에스파냐를 몰아낸 후 더 잔혹한 폭력을 휘두른다. 국제사회에서, 영원한 우방도 변치않는 친구도 있을 수 없다. 다만, 이해득실이 있을 뿐이다.

 

러시아-일본 전쟁(1904 ~ 1905)

러시아는 겨울에도 얼어붙지 않는 항구를 얻고자 동쪽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싶었고, 일본은 섬을 떠나 서쪽 대륙으로 진출하고 싶었다. 욕심과 욕심이 부딪쳐 전쟁을 일으켰다. 러시아는 백인보다 열등한 것으로 여겨지는 아시아 인에 대한 편견에 빠져 단련되지 않은 군대를 전쟁터로 보낸다. 이에 반해 일본은 집단 광기에 빠진 일사분란한 군대였다. 이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유일한 아시아 강국으로 위상을 높힌다. 우리 입장에서는 만시시탄일 뿐이다.

그런데 일본이 자기 힘만으로 승리한 것은 아니다. 당시 러시아는 유대인에 대한 박해가 극심했다. 러시아에서 쫒겨난 유대인은 일본이 러시아와 한판 붙자 막대한 자금을 일본에 대주었다. 일본은 사실 그 돈으로 전쟁을 치른 것이다. 이런 내용은 이 책에 나오지 않는다.

 

멕시코 혁명(1910 ~ 1920)

전투로 사망한 병사가 20만 명, 전투 외 민간인 사망자가 그 다섯 배, 백 만 명으로 추정됨. 다른 나라 역사지만 가슴이 아프다.

 

제1차 세계대전(1914 ~ 1918)

사망자 2,000만 명. 이 중 민간인 사망자가 더 많음. 기관총, 탱크, 대포, 잠수함, 비행기, 독가스, 스페인 독감이 인류를 죽음으로 몰아간다. 러시아 쪽 동부전선과 프랑스 쪽 서부전선에서는 기나긴 참호를 파고 지리멸렬한 소모전을 벌인다. 현대화된 무기들은 사정거리가 더 길어짐으로써 살인자는 피해자가 죽는 모습을 보며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손쉽게 살육에 동참할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이 어리석지만 간악한 지혜를 짜내자 악마가 그 귀에 대고 묘수를 훈수한다. 그동안 제국주의 기치 아래 힘없는 식민지를 착취하여 배부른 돼지가 된 유럽은 마침내 욕심에 이성이 마비되어 서로 자기만 잘 먹고 잘 살겠다고 지랄하다가 그동안 이루어놓은 더러운 부wealth를 깡그리 자기 손으로 파괴한다. 작가는 다른 전쟁에 대해서는 그 원인을 파헤쳤으나 제1차 세계대전에서는 그냥 사라예보 사건만 언급하고 있다. 사라예보는 쇼일 뿐이었고, 사실은 도덕성 잃은 유럽 백인들이 수갑을 갖고 놀다가 자기 손에 수갑을 채운 원숭이 꼴 난 것이고, 식민지에 대한 착취를 더이상 방관만 할 수 없었던 신의 손길이 있었으리라. 

이 전쟁에 젊은 아돌프 히틀러가 참전했으며, 전쟁에서 진 독일은 천문학적 배상금을 물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배상금은 독일을 죽음으로 몰고 가기에 이른다. 마침내 불만이 극에 달했을 때, 히틀러가 살며시 옆구리를 찌르자 그들은 다시 총을 들고 인류에 죄를 범한다. 

이 전쟁이 역사에 끼친 영향에 비하여 책 분량이 빈약한 것이 좀 아쉽다.

 

러시아 내전(1918 ~ 1921)

러시아 혁명 이후, 볼셰비키 적군에 대항하여 왕정주의자, 온건 사회주의자, 볼셰비키 확장을 우려한 서방 각 국 등으로 구성된 백군이 형제의 가슴에 총을 겨누다. 이 전쟁으로 러시아 황실(로마노프 왕조)이 완전히 무너지고 레닌, 트로츠키가 주도하는 소련이 탄생한다.  

 

중국 내전(1927 ~ 1949)

병사 3백 만, 민간인 5백 만 명 사상. 이와 같이 민간인 사상자가 더 많은 전쟁은 이념이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아무런 대의명분도 없다. 전쟁을 지휘하는 인간들이 이미 인간성을 잃은 괴물이기 때문이다. 마오쩌둥은 권력은 총부리에서 나온다고 떠들었으며 장제스는 권력에 미친 인간이었다. 그들 눈에는 인민이 총알, 그 자신은 총이었다. 

이 책에는 없는 내용이지만, 우리 나라 독립군이 중국군과 함께 일본군과 싸워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님 웨일즈가 쓴 '아리랑'이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장쉐량은 유일하게 매력적인 인물이다. 그는 장제스가 신임하는 부관이면서도 상관인 장제스를 납치하는 하극상을 범하면서까지 국공합작을 성사시킨다. 외적 일본이 조국을 침범했는데 내전으로 스스로를 약화시켜 나라가 망하는 꼴을 두고 볼 수 없는 까닭이었다. 장쉐량은 의인이라 할 수 있다.  

마오쩌둥은 과오가 모두 큰 인물이다. 중국내전을 승리로 이끈 것은 공적이다. 그런데 내전이 종결되자 대약진 운동을 벌여 잘못된 정책으로 2천 만 ~ 4천 만 명이 굶어죽는 참사가 발생한다. 이를 덮으려고 문화혁명을 선동하자 아무것도 모르는 청소년들이 홍위병이 되어 부모를 고소하는 패륜까지 저지른다.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패왕별희'를 보면 민초들이 겪은 그 아픔이 느겨진다. 그러함에도 마오쩌둥이 주도한 '대장정'은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으로서 경험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고난을 다 합쳐놓은 것이 대장정이었다. 이것을 이겨낸, 죽어도 꺾지 않은 의지는 어려운 삶을 이겨낼 귀감이 된다.

장제스와 마오쩌둥이 세기적 대결을 벌인 라이벌인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의 아내 역시 만만찮은 인물들이다. 장제스가 얻은 세 번째 아내 쑹메이링과 마오쩌둥의 혁명적 동반자 장칭. 이 두 사람 이야기도 서로 비교하면서 책을 찾아 읽어보면 매우 재미있을 것이다.  

 

에스파냐 내전(1936 ~ 1939)

한국전쟁, 미국 남북전쟁과 함께 에스파냐 내전은 형제끼리 싸운 비극이다. 선거로 수립된 정당한 공화국 정부를 파시스트 반군이 무력으로 무너뜨리려고 시도하면서 전쟁이 시작된다. 내전으로 그칠 수 있었지만 세계 각 나라가 이해득실에 따라 직간접적으로 출전하면서 국제전 양상까지 띈다. 특히 히틀러는 신설 부대와 무기를 에스파냐에 보내 독일군 훈련장으로 사용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제2차 세계대전으로 가는 전초전 성격이라고들 한다. 

가장 특기할 만한 일은 '국제여단'이 결성된 일이다. 여러 나라에서 남녀, 인종, 이념을 불문하고 뜻있는 사람 6만 여 명이 공화국 이념을 지키기 위하여 다른 나라 싸움에 자원입대하여 목숨 바쳐 싸운 것이다. 헤밍웨이, 앙드로 말로, 조지 오웰 등이 참전했으며, 피카소가 '게르니카'를 그려 전쟁의 참혹함과 부정의를 고발했다.   

내전은 끝났어도 후유증이 너무 컸다. 프랑코가 1972년까지 독재를 일삼았고, 공화파에 속한 수 백 만 명이 포로수용소에서 고통받았다. 오늘날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 찬양하는 스페인의 뜨거운 햇볕에는 뼈아픈 역사가 드리운 그림자가 아직도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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