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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서설

[도서] 방법서설

르네 데카르트 저/이현복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지식, 학문 등 명칭을 망라하여, 그것을 추구하는 방법에 대한 고찰.

긴 글을 아우르는 단어는 통섭과 격물치지.

통섭과 격물치지를 알고 있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하는 것인지는 막연하다. 그 막연함이라는 어두운 동굴에 불을 밝히려는 것이 데카르트가 이 책을 쓴 의도다. 옮긴이가 서문에 밝힌바 원작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개정판을 내면서 의역 대신 직역을 선택했고, 프랑스는 우리와 문법,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기에, 더군다나 데카르트 자신이 간결하게 쓰지 않고 지겨운 만연체를 선호하는 덕에 한 번 읽어서는 도대체 무슨 말인지, 직관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면이 있다. 따라서 두고두고 거듭 읽으면서 학문과 지식을 추구하는 바른 자세를 읽히도록 습관들여야 할 것이다. 

왜 통섭인가? 한 우물만 깊게 파면 갈수록 그 깊이에 깊이 빠질 것이다. 만약 그 바닥까지 완벽하게 팠다면 거기서 올려다본 하늘은 바늘 구멍보다 쪼꼬만해질 것이다. 하나밖에 모르는, 똑똑한 바보가 된다.

왜 격물치지인가? 알려면 제대로 알아야지 어설프게 알게되면 선무당이 사람 잡기 때문이다. 지식을 쌓는 일은 가장 단순하고 가장 작은 것을 티끌만큼도 의심 없이 확신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거기서 한 단계씩 밟고 올라가다보면 큰 그림을 그리게 된다. 그 유명한 말, 나는 생각하므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에서 생각이란 의심, 질문, 탐구를 뜻한다. 선현들이 남긴 명징한 지식이라도 생각없이 믿기보다는 일단 생각해보고 믿는 과정을 밟아야 할 것이다. 데카르트 역시 이 책에서 야만인 또는 동물과 중국인을 같은 수준으로 인식할 정도로 어리석은 짓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는바, 선현이 인간인 이상 완벽이란 있을 수 없다. 또한 생각은 곧 이성理性인데, 신이 죽은 사회에서 인간이 기댈 곳은 자기 자신이었고, 인간에게서 가장 강한 요소는 근육이 아니라 생각하는 능력, 곧 이성이었으므로 신이 차지하던 자리를 이성이 대체한 것이다. 데카르트는 그러한 이성을 믿었고 그것을 단련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그러나 어찌 데카르트가 짐작이라도 할 수 있었겠는가? 서양 정신세계에서 인간 이성에 대한 노스텔지어적 믿음은 근대를 지나면서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을 겪은 후 철저히 부정되고야 만다. 

철학이란 모든 분야 지식을 섭렵하는 자세다. 데카르트 역시 철학이란 '인간이 알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완전한 인식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314쪽)'이라고 했다. 현대 철학자는 관념론자로 변질된 것 같다. 원래 철학자는 과학자, 수학자, 역사학자, 박물학자, 심리학자, 예술가...였다. 그런데 개별 학문이 워낙 높은 수준까지 발전하다보니 한 인간이 전 분야를 마스터한다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한 우물만 파기에도 벅차다. 세상 모든 천재를 모아놓고 순위를 매긴다면 그 중 최상위 한 두 명이 철학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학창시절 윤리 시간에 데카르트를 처음 접했다. 그래서 그를 철학자(현대 개념에 따른)로만 알고 있다. 그런데 데카르트는 수학자이자 과학자였다. 나는 데카르트를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50 평생을 거쳐 겨우 깨우친 거시기를 그는 32세 때 책으로 완성했기 때문이다.

당시 스웨덴 여왕 크리스틴은 삶이 드라마보다 극적이었고 은막 요정보다도 매력적이었다. 기회가 되면 그녀에 대한 전기를 구해 읽어봐도 좋을 것이다.  그녀는 데카르트를 존경한 나머지 스승으로 초빙하여 가르침을 구하였다. 데카르트에게는 이게 화근이었다. 너무나 성실한 여왕은 새벽 5시부터 열심히 공부하려했다. 그런데 데카르트는 머리만큼 몸이 좋지 않아 늦잠을 자야했다. 그럼에도 여왕의 청을 거부할 수 없어 신체리듬을 깨고 날마다 새벽 5시에 수업을 하다보니(아마도 수업 준비를 위해 5시보다 더 일찍 일어나야 했을 것이다) 건강이 악화되어 2년만에 폐렴으로 죽고말았다. 데카르트에게는 비극이지만, 이 일화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게 하는지라 희극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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