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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저 1

[만화] 은수저 1

아라카와 히로무 글,그림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은수저. 표지를 보지 않고 제목만 보면 뭐랄까, 3대가 함께 사는 따뜻하고 화목한 가정의 단란한 저녁식탁이 떠오르는 제목이다. (뭐, 개인적으로는 이런 이미지가 떠오른다는 말이다.) 그러나 표지를 보았을 땐 응???? 웬 젖소? 왠지 익숙치 않은 풍경을 접하곤 호기심이 생긴다. 그런 이유로 읽게 된 만화 은수저. 유명한 만화 '강철의 연금술사'를 그린 작가의 작품이라고 하는데, 강철의 연금술사를 보지 않은 나로서는 처음으로 접하는 아라카와 히로무의 작품인 셈이다.

 

평범한 우등생 하치켄은 (추측하건대) 일종의 슬럼프에 빠져 그것의 탈출구로서 내부의 고등학교가 아닌 농업고등학교로의 진학을 택하고 낯설고도 낯선 농고 기숙사에서의 생활을 시작한다. 어찌 보면 일반 학교로부터, 부모님으로부터 도망쳐온 셈인데-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공부만 하던 학생이었을 그에겐 작은 송아지 한 마리를 다루는 것조차 버겁고, 닭의 모가지를 자르는 광경도 충격적이다. 농고에서 1등을 하기 위해 전문 교과를 달달 외우지만 해당 과목은 교과 선생님이 따로 준비한 자료로 수업이 진행된다. 게다가 일반 교과적인 지식은 별로 없지만 농업고등학교의 전문 교과는 한 분야씩 떡 꿰차고 대학생 수준의 빠삭한 지식을 뽑내는 주변 동급생들까지. 어렵다 어려워~ 하치켄의 농고 생활은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친근한 반찬 달걀이 닭의 똥구멍에서 나온다는 것도 알게 되고 말 위에서 올려다보는 풍경은 어떤 모습인지도 어렴풋이 알게 되고 '멋지게 말을 타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도 생기고 작고 귀여운 새끼돼지가 3개월 후면 베이컨이 된다는 비정한 현실(...)도 알게 되면서 점차 농고의 생활에 적응을 해 나간다.

 

책을 읽으면서 우왕좌왕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선 하치켄의 모습이 마치 나처럼 느껴졌다.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만 죽 살아온 나에게 역시 농업고등학교의 일상은 신기하고도 새로운 것 투성이였다. 농업 고등학교에 적응해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따라가며 나도 새벽 5시에 기상하면 역시 힘들겠지, 라는 생각도 하고 달걀이 닭의 똥구멍에서 나온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고 (사실 생각해보면 달걀이 나올 다른 통로가 없는데 왜 그 생각을 못했는지^^;) 새끼돼지들에게는 저마다 자신만의 젖꼭지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며 특수하고 먼 직종으로만 여겨졌던 농업, 축산업에 대해 조금은 가깝게 느끼게 되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이같이 특수한 상황 설정에 대한 호기심과 재미도 있지만, 독특하고 개성이 강한 등장인물들도 크게 한 몫을 한다. 수의사가 꿈인 얌전하고 소심한 아이카와, 생글생글 귀여운 얼굴로 하치켄을 마술부에 끌어들인 여학생 미카게, 그 나이또래면 흔히(?)들 본다는 19금 책 대신 젖소의 체형과 사진을 보며 흐뭇해하는(!) 홀스부, 왠지 목탁소리가 들리는 듯한 외모의 마술부 고문 나카지마 선생님, 어려운 질문을 던져놓고 신통찮은 대답에도 싱긋 웃으며 '그건 좋아!'라고 대답하는 조그만 교장 선생님... (개인적으로 이 교장 선생님의 캐릭터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학생들이 어떤 미래를 꿈꾸더라도 '그건 안돼!'라고 말하지 않을 것 같은, 그저 성장 과정을 묵묵히 지켜봐줄 것 같은 선생님이라서...) 평범하기도 독특하기도 한 이런 등장인물들 덕분에 은수저 1권은 크나큰 사건도 없고 이렇다 할 갈등 구조도 없지만 소소하면서도 가볍지만은 않은 재미를 준다. 요즘 소위 말하는 '막장 드라마'같은 요소가 없이도 또 화려한 볼거리가 없이도 잘생기고 예쁜 등장인물이 없어도 사람을 이끄는 매력이 있는 건강한 만화가 아닐까 싶다. 1권을 다 읽은 지금, 이제 2권, 3권이 궁금해진다. 과연 제목의 은수저, 학교 식당 위에 붙어있던 은수저는 어떤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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