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저승 최후의 날 1

[도서] 저승 최후의 날 1

시아란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저승의 신묘한 이치를 우리 인간이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요.

물론 그건 저승의 존재를 믿는다는 전제 하에서 가능한 질문이겠네요.

《저승 최후의 날》은 대멸망과 사후 세계를 과학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소설이에요.

주인공 호연과 친구 예슬은 지리산 형제봉 천문대에서 별을 관측하고 오던 중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시왕저승에 왔어요.

놀랍게도 뒤이어 수십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몰려들면서 시왕저승은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어요. 망자들이 타고 가야 할 열차 운행은 멈추고, 환생도 불가능하게 된 상황에서 호연은 사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사망한 이유를 천체 재해라고 짐작했어요. 천문학과 박사과정 중이던 호연이 관측했던 알두스라는 별이 최근 원인 모를 변광 현상을 일으켰는데, 마침 죽기 직전 밤하늘에 알두스라는 별이 폭발하는 장면을 봤던 거예요. 죽은 사람들 대부분이 하늘에서 엄청나게 밝은 별을 봤다는 증언을 토대로 가설을 세운 거죠. 호연은 용감하게 자신의 가설을 책임자에게 알렸고, 염라대왕부는 망자들 중에서 천문학자를 추려 대책를 간구하도록 했어요. 이승의 대멸망은 연쇄적으로 저승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염라대왕령으로 대피가 시작되었어요. 지구 대멸망 시나리오는 SF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내용이라 낯설지 않지만 저승까지 사라진다는 건 너무 충격적인 설정이네요. 이미 죽은 사람들이 환생하지 못한 채 저승에서 소멸된다면 우리가 상상하는 모든 세계가 파괴되는 걸 의미하니까요.

무엇보다 당황스러운 점은 호연을 비롯한 망자들이 이승의 이력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과 저승사자들조차 망자들의 속내를 알 수 없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호연의 제안으로 모인 전문가들 중 천문학 교수 정상재의 태도는 은근히 불편하고 불쾌한 구석이 있어요. 그 감정은 염라대왕부 비서실장 이시영이 무력하게 흔들리는 모습과 맞물려 있어요. 뭐지, 저승은 그저 이승의 연장선인 건가.

솔직히 염라대왕과 직원들에게 실망감이 컸어요. 완벽한 세계일 거라는 기대를 무너뜨리는 균열들, 물론 그 덕분에 저승에 온 망자들의 활약이 돋보인 건데 그 부분이 맥빠지더라고요. 저승이 아무리 비상 상태라지만 능력자 우대는 너무 세속적인 방식이고, 엘리트 망자들이 진행하는 조사 과정은 흡사 상아탑 속 탁상공론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지도교수 때문에 억울했던 호연이 저승에서도 정 교수한테 주눅드는 모습은 좀 화가 나더라고요.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이 모든 건 '저승 최후의 날' 때문이었네요. 마치 폼페이처럼, 오직 시왕저승의 최후일 뿐 다른 저승 세계는 별개로 존재한다는 게 특이했어요. 진짜 충격적인 건 대멸망을 앞둔 상황에서 드러난 인간의 본성인 것 같아요. 죽음을 너머 영겁의 시간이 흘러도 바뀌지 않을 것 같아서... 굉장한 여정을 지나왔네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YBLOGWEB1